[경기/포천] 부모님과 떠나기 좋은 국내여행_한탄강 주상절리길 비둘기낭 순환코스

2018-07 이 달의 추천길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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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 어머니와 함께 느릿느릿 길을 걷는다. 강의 절벽과 절벽을 이어 하늘에 낸 다리에선 겁 없는 아이들이 뜀박질을 하고 있다. 기암괴석이 지켜 선 강가에 작은 고무보트를 띄우고 연인들은 사랑이 깊었다. 길 끝에 정갈하게 돌을 괴어 만든 징검다리에는 아내의 바지를 걷어주는 사내가 있었다. 오래 전 불이 식어 이룬 바위를 건너 바람이 불 때마다 어머니는 모자를 벗어 땀을 식혔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물과 불과 숲이 서로 품고 어울려 낳은 길이다. 수 십만 년 전 협곡을 따라 흐르던 용암이 굳어 강을 감싸며 기이한 암석군(주상절리)이 빚어졌다. 강에 뿌리를 내리고 녹음을 피워낸 나무 사이로 길은 이어진다. 그 가운데서도 비둘기낭 순환코스는 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를 넘고, 산의 샛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발을 적셔 한탄강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여정. 물과 불과 숲을 모두 응축해 만날 수 있는 두 시간 남짓의 작은 탐험이다.

 

 

 

 

한탄강을 품고 원을 그리는

 

 

 

 


한탄·임진강 지질공원 마스코트 진이, 탄이, 천이가 여행자를 반긴다.

 


과학적 의미, 지질학적 희귀성 등의 이유로 한탄·임진강 유역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있다.

 


전체 한탄강 주상절리길 중 비둘기낭 순환코스는 벼룻길과 멍우리길을 아우리는 구간이다.

 

 

 

 비둘기낭 순환코스는 비둘기낭 폭포로부터 시작된다. 한탄강의 북쪽 멍우리길(1시간 30분, 6km) 일부와 남쪽 벼룻길(1시간 15분, 5km)의 일부를 걷는 구간이다. 순환코스 양 끝에는 하늘다리와 징검다리가 위치하는데, 이 다리들을 통해 멍우리길과 벼룻길이 이어져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강을 품고 길게 원을 그리며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라 순환형이라 부른다. 비둘기낭 폭포를 보고 한탄강의 남쪽을 따라 벼룻길을 걷다가 길 끝 징검다리를 건너 강의 북쪽으로 넘어가면 멍우리길을 타고 돌아와 마지막으로 하늘다리를 지나 다시 출발점에 돌아올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로 걷는 것도 좋다.

 

 

 

 

용암과 시간이 만든 폭포

 

 

 

 


한탄강 팔경 중 제6경인 비둘기낭 폭포는 규모는 작지만 빼어난 아름다움 덕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벼룻길을 먼저 걷고 멍우리길을 통해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길의 초입, 주상절리길 전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있고 작은 공원에는 가득히 자갈이 깔렸다. 주말을 맞아 산책 나온 사람들과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발을 고쳐 매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에 나있는 샛길로 10m 정도 내려가면 비둘기낭 폭포를 만나게 된다. 한탄강의 용암대지가 굳어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 유수로 인해 침식되며 만들어진 폭포로 규모는 작지만 그 풍광이 신비하고 아름다워 주상절리길과 한탄강 하늘다리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벼룻길과 찰랑찰랑 징검다리

 

 

 

 


한탄강 하늘다리 아래를 통과하며 벼룻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벼룻길 아래로 한탄강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오후가 내려다 보인다.

 


반듯하게 잘 닦여진 길 옆으로 금계국이 여행자와 등산객을 가장 먼저 맞는다.

 


나란히 발을 맞추며 걷는 길. 길의 동행과 삶의 동반자라는 말은 서로 다른 말이 아니다.

 


길의 곳곳에 위치와 거리 안내 표지판이 잘 설치돼 있다.

 

 

 

 비둘기낭 폭포를 벗어나 한탄강의 남쪽을 끼고 징검다리까지 걷는 3km 남짓 되는 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입에 한탄강 하늘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건너지 말고 그 아래로 조성되어 있는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된다. 길 옆으로 가득 꽃을 피워 올린 금계국(金鷄菊)을 보며 어머니도 따라 샛노란 미소를 짓는다. 앞 뒤로 걷는 등산객들도 꽃을 손짓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의외로 이렇게 작은 것일 때가 많다.

 

 

 


멍우리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서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절벽 아래 한탄강에는 연인들이 고무보트를 띄우고 이른 여름의 행복에 젖었다.

 


전망대에서는 강과 협곡, 이를 아우른 녹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벼룻길은 한탄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협곡을 바로 옆에서 지나고, 작은 언덕과 울창한 숲, 높지 않은 절벽에 데크로 구성된 구간까지 다양하게 거치도록 구성돼 있다. 길의 중간쯤에는 명승 제94호로 지정되어 있는 멍우리 협곡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멍우리 협곡은 용암이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식으면서 만들어진 6각형의 현무암 기둥 주상절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절경을 선물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의 열기가 빠져나가고 식으며 압축되는 과정에서 독특한 6각형의 형태를 갖게 된다.

 

 

 


길이 깊어지면 금계국의 자리를 엉겅퀴 꽃이 대신한다.

 


겁 없는 다람쥐가 캠핑장 가까이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길이 깊어지면 금계국이 채웠던 자리를 국화과의 야생화 엉겅퀴가 대신한다. 어머니는 기억을 한참 뒤져 꽃의 이름을 떠올렸다. 엉겅퀴는 가시를 품고 있는데, 이 가시가 스코틀랜드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카메라를 가까이 대고 사진을 몇 장 찍는 동안 벌과 나비가, 또 다람쥐가 다녀간다. 이 길을 오고 가는 것이 사람뿐이 아님을 의심할 수 없다.

 

 

 


우기가 오면 징검다리가 폐쇄되어 걸었던 길로 돌아와야 한다.

 


물이 찰랑거리는 징검다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흥분이 동시에 서려 있다.

 

 

 

 다리에 살짝 무리가 느껴질 때쯤 징검다리에 도착하게 된다. 여름에 가까워 유량이 많아지며 징검다리 윗부분이 조금 물에 잠겼다. 지금보다 물이 더 깊어지면 얼마간 징검다리가 완전히 침수되고 통행이 금지된다. 이 경우에는 강을 건널 수 없으므로 갔던 길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아직은 다리를 건너는 것이 가능해서 바위에 앉아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거센 물살은 아니지만 물에 일부 잠긴 징검다리를 넘는 일은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저 멀리 우리 뒤를 따라오던 부부도 나란히 앉아 양말을 벗는다. 사내가 아내의 바지를 걷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애틋한 마음이 자란다.

 

 

 

 

멍우리길을 돌아 하늘에 놓인 다리로

 

 

 

 


징검다리를 건너면 잠시 길이 끊기고 짧지만 강 옆 자갈밭을 걷는 구간이 이어진다.

 


자갈밭은 소원성취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사람들의 소원이 차근차근 쌓여가는 중이다.

 


멍우리길에 접어들면 한탄강을 왼편에 두고 다시 하늘다리로 돌아오는 여정이 시작된다.

 


멍우리길 곳곳을 나무가 덮었다. 오히려 길과 자연이 서로 어울린 기분이다.

 


멍우리길 중반을 지나며 길이 좀 가팔라지는 구간이 늘어난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잠시 길이 끊기고 자갈밭이 이어진다. 강물을 옆에 두고 100m 남짓 자갈길을 걸으면 다시 산을 향해 나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멍우리길이 시작된다. 멍우리길은 벼룻길에 비하면 조금 짧은 느낌이다. 다만 데크로 구성된 부분과 오르내리는 구간이 더 많다. 숲 사이로 길을 조성하다 보면 나무와 땅의 일부를 훼손할 수 밖에 없는데,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다 잘라내지 않고 품으며 길을 낸 모습이 인상 깊다. 멍우리길은 아까 지났던 한탄강 하늘다리에 도착하며 마무리된다.

 

 

 


하늘다리가 가까이 보이면 이제 멍우리길도 끝나간다는 의미다.

 


하늘다리를 통해 한탄강을 건너가면 처음 길을 시작했던 지점에 이르게 된다.

 


하늘다리에 오르면 50m 아래로 한탄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늘다리에서는 중간중간 유리바닥을 통해 까마득한 강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200m 길이의 한탄강 하늘다리가 비둘기낭 순환코스의 끝을 장식한다. 1,500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도록 계곡과 계곡 사이에 놓인 이른바 ‘출렁다리’로 지난 5월 문을 연 이래로 각종 방송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특이한 점은 다리 중간중간 바닥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까마득한 50m 아래 한탄강을 아찔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길을 건너는 누군가는 일부러 유리바닥 위에 서서 통통 발을 구르고, 다른 누군가는 유리를 피해 조마조마 걸음을 내딛는다. 짓궂은 마음이 생겨 어머니를 유리 한복판으로 불렀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쪽 팔을 꽉 움켜쥐는 어머니가 문득 꽃 같고 소녀 같다.

 

 

 

 

길 위에 흥을 더하는 사람들

 

 

 

 


비둘기낭 폭포 옆 지질공원 유원지에 바이킹과 꼬마 기차 등 작은 놀이시설이 차려졌다.

 


커피를 파는 간이 매점 서너 곳이 성업 중이다.

 


주말을 맞아 공연이 열렸다. 걸죽한 입담과 노래, 춤이 어우러진다.

 

 

 

 길을 시작했던 비둘기낭 폭포 옆 지질공원으로 돌아와 땀을 식히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임시로 조성된 작은 유원지에는 품바 공연이 열렸고, 소소한 놀이기구도 성업 중이었다. 아이들은 미니 바이킹에 올라 고함을 지르고, 품바의 무대를 지켜보던 노인은 흥에 취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더한다. 숲과 물과 협곡과 들판, 강과 자갈밭과 징검다리, 계곡을 이은 하늘다리를 모두 지나고, 흥에 겨운 사람들이 차린 작은 놀이공원에 이르면 짧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았던 탐험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 길은 자연과 인간 사이 품은 서사가 많은 길이고, 그 이야기를 기꺼이 나눌 만큼 다정한 길이다. 

 

 

 

 

 

 

 

▶ 걷는 거리
6

▶ 걷는 시간
2-3시간

걷기 순서
비둘기낭폭포벼룻길징검다리멍우리길한탄강하늘다리비둘기낭폭포, 혹은 역순도 가능 
순환형(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음)

▶ 난이도
보통


▶ 교통편
자가이용네비게이션 비둘기낭폭포’ (경기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415-2)
대중교통: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버스 138-6)→운천(버스 53)→비둘기낭
동서울터미널(버스 3000,3001,3002) → 운천(버스 53) → 비둘기낭

 

 

 

 

 

▶ 화장실
비둘기낭 폭포 옆 지질공원 (길의 중간에는 별도로 화장실이 없음)

▶ 음식점 및 매점
 간단한 간식은 지질공원 내 매점과 간이매점. 그 외에 식당은 없음.

 

 

 

 

 

글, 사진 : 양정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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