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강화] 테마가 있는 가을 국내여행지 강화 가볼만한 곳, 강화나들길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길

2018-09 이 달의 추천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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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대에서 내려다본 강화 읍내. 멀리 북녘의 땅이 아스라하다.

 

 

 

 

철종의 잠저인 용흥궁에서 출발 

 

 

 

 

 용흥궁(龍興宮)은 강화나들길의 핵심 포인트다. 1코스, 14코스, 15코스가 교차한다. 강화읍 관청리에 자리한 용흥궁은 조선의 25대 왕 철종(1831∼1863)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았던 잠저다. 본래는 초가였는데 철종이 왕위에 오르고 난 후에 보수하고 단장해 용흥궁이라 불렀다. 건물은 내전과 외전·별전이 각각 1동씩 남아 있고,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이라는 잠저구기비각(潛邸舊基碑閣)이 서 있다. 규모가 작아 소박한 맛이 있으며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친필이라고 한다.

 

 

 


철종이 살던 잠저인 초가집을 보수하고 단장한 용흥궁.

 

 

 조선시대 왕족의 삶은 부침이 심했다. 강화도령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훗날 철종이 된 이원범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영조의 고손자이며 사도세자의 증손자다. 정조의 이복동생 은언군이 할아버지, 전계군이 아버지다. 증조할아버지 사도세자는 비극적으로 죽었고, 할아버지 은언군은 아들 상계군이 반역을 꾀했다 해서 강화에 유배되었다가 1801년 신유박해 목숨을 잃었다. 원범이 가족과 함께 강화에 유배되어 온 것은 11세 때다. 그는 신분을 속이고 농사를 지으며 그럭저럭 살았다. 그러나 냉혹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강화도령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용흥궁을 출발하면, 풀잎분식 위로 철종과 봉이를 상징하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청하동약수터로 가는 호젓한 숲길.

 

 

 

 용흥궁을 나오면 길은 강화 읍내를 남쪽으로 가로지른다. 골목골목 에두르며 남산 오름길에 오른다. 이정표가 잘 나와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마을을 벗어나면 시나브로 고도가 높아지면서 강화 읍내가 잘 보인다.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면 곧 청하동약수터에 이른다. 이곳은 나무하러 왔던 강화도령과 봉이가 처음 만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약수는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다. 작은 산에서 이리 좋은 약수가 퐁퐁 나오는 게 신기하다. 약수터의 공터에는 강화도령과 봉이가 그려진 분홍색 안내판이 있다. 수줍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안쓰럽다.

 

 

 


철종과 봉이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진 청하동약수터. 물맛이 좋다.

 

 


청하동약수터 앞에 철종과 봉이를 상징하는 커다란 안내판이 서 있다.

 

 

 

 

안동김씨 세도정치의 희생양 강화도령

 

 

 

 

 강화도령이 느닷없이 조선의 임금이 된 게 19세 때다. 헌종이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났고, 당시 6촌 안에 드는 왕족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헌종의 7촌 아저씨뻘 되는 강화도의 나이 어린 농사꾼 이원범이 돌연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는 안동김씨 세도정치를 이뤄 낸 순원왕후의 머리에서 나왔다. 철종이 즉위하자 대왕대비 순원왕후가 수렴청정을 한다. 순원왕후는 서둘러 친정 조카뻘인 김문근의 딸을 철종의 비(妃)로 책봉하니 이때부터 철종은 안동김씨 세도정치의 희생물이 되어 갔다.

 

 

 


청하동약수터에서 산을 오르면 만나는 강화산성.

 

 

 

 안내판 뒤로 난 산길에 오른다. 산허리를 따르는 길은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 않다. 호젓한 숲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강화산성이 나타난다. 여기서 길은 암문을 지나 산허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남장대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산성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남장대가 나타난다.

 

 

 


남산 정상에 우뚝한 남장대. 2층 구조의 지붕은 비례가 날렵하다.

 

 

 

 2010년에 복원한 남장대의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위풍당당하다. 2층 구조의 지붕은 비례가 날렵하다. 남장대는 조선시대 서해안 방어를 담당하던 진무영에 속한 군사 시설로 감시와 지휘소 역할을 담당했다. 남장대 앞에서 조망은 감동적이다. 북쪽으로 강화 읍내와 고려궁지가 손에 잡힐 듯하고, 그 뒤로 한강 너머 개풍 땅이 선명하다. 동쪽으로는 서울 북한산과 도심이 한눈에 잡힌다. ​푸르고 높은 하늘에서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남장대에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나무 데크를 지나면 하산길로 접어든다. 슬슬 15분쯤 내려오면 갈림길. 여기가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좀 더 진행하다가 다시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정표를 주의 깊게 보면 길 찾는 데 문제없다. 다소 급경사를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호텔 에버리치가 나온다.

 

 

 

 

철종외가에서 걷기를 마무리

 

 

 

 


남장대를 내려오면 논길을 만난다. 익어가는 벼가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제 한동안 마을과 논길을 지나면 혈구산 아래의 찬우물약수터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약수터 앞에서 시골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이고 있다. 옥수수를 삶아 파는 모습이 정겹다. 찬우물약수터는 강화도령과 봉이가 만난 사랑을 확인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은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깔깔 웃었을지도 모른다.

 

 

 


혈구산 아래 자리한 찬우물약수터는 시골 할머니들의 좌판이 있어 정겹다.

 

 

 강화도령은 임금이 되어 행복했을까. 당시 세도정치의 폐단은 삼정의 문란을 가져왔고, 삼남지방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수습할 길 없어 고뇌하던 철종은 가장 밑바닥 인생에서 왕위에 오른 지 14년 6개월 만인 33세의 젊은 나이로 한 많은 세상을 뜨고 만다. 강화도에서 나무하면서 봉이와 살던 때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소박하고 고졸한 맛이 나는 철종외가.  

 

 

 

 다시 물통 가득 물을 채우고 길을 나선다. 고개를 넘어 선원초등학교를 지나면 종착점인 철종외가가 나온다. 철종의 외숙인 염보길이 살았던 집이다. 웅장한 규모와는 다르게 법도에 맞도록 고졸하게 지어 단아하고 고풍스럽다. 철종외가 앞에는 철종과 봉이가 그려진 포토존 의자가 있다. 그곳에 앉아 두 사람과 기념 촬영하며 걷기를 마무리한다. 두 사람은 웃고 있지만, 이제 그 얼굴은 슬퍼 보인다.

 

 

 

 

 

 

 

 

▶ 걷는 거리
약 11.7㎞

 

▶ 걷는 시간
3시간 30분

 

▶ 걷기 순서
용흥궁~청하동약수터~강화산성 암문~(남장대)~찬우물약수터~철종외가

 

▶ 교통편
● 찾아가기
신촌역, 홍대입구역, 합정역 등에서 3000번 버스를 이용해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린다.
출발점인 용흥궁까지 걸어서 15분쯤 걸린다. 종착점인 철종외가 근처의 냉정2리 버스정류장에서 강화버스터미널 가는 버스가 다닌다.
 

 

 

 

 

 

 

 

▶ 화장실
용흥궁, 청하동약수터 입구, 찬우물약수터, 철종외가

 

▶ 음식점
 강화 시내의 식당 이용

 

▶ 맛집


강화 읍내에 자리한 일식집 마쯔의 메밀국수.

 

강화 읍내 관청리에 자리한 일식집 마쯔는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반찬을 내온다.
생산회와 초밥류도 좋고, 메밀국수와 알밥 등도 맛나다.
032-933-2524.

 

▶ 길안내
안내판은 잘 설치된 편이다. 사전에 구간을 미리 살펴보고 가는 게 좋다.

 

▶ 문의 전화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562, 한옥관광안내소(나들길 안내) 032-933-3771

 

 

 

 

 

 

글, 그림 : 진우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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