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순천] 전남 순천 가볼만한 곳 |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길, 남도 삼백리길 1코스 순천만 갈대길

2018-09 이 달의 추천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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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순천의 남도 삼백리길 1코스 순천만 갈대길은 순천만을 감싸며 걷는 길이다. 스님이 산에 올라가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보니 마치 소가 누워있는 것 같은 모양새라 하여 이름이 지어진 와온마을부터, 일출과 일몰이 장관을 이룬다 하여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소박하고 정겨운 해안마을인 별량 화포까지 쭉 이어진 코스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최선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용산 전망대로 향하는 다리에서

 

 

 

 

“엄마. 순천에서 만나.”

 

 

   아스팔트가 끓는 무더운 도심 속 여름. 끈을 질끈 묶은 운동화 바닥으로 느껴지는 흙바닥의 감촉과 여름철 녹음의 아름다움, 등허리를 적시는 끈적한 땀을 씻어내는 그 여름의 맛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엄마와 함께 순천으로 떠났다.
 
  차를 타고 두 시간 반, 드디어 마주한 별량 화포의 모습은 꽤나 소박하고 정겨웠다. 작은 나룻배들이 바다를 유유히 떠돌고 있었고, 몇몇의 사람들은 해안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고, 탁 트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적당히 자리를 봐서 주차를 해두고 근처를 살피니 남도 삼백리길 1코스의 시작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모녀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길

 

 

 

 


남도 삼백리길 1코스의 중심인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의 풍경.

 

 


철새 서식지 쉼터에서는 철마다 다른 철새들을 볼 수 있다.

 

 


1코스의 시작점이자 도착점인 해룡 와온 마을.

 

 

 

  남도 삼백리길 1코스는 와온마을부터 화포마을까지, 혹은 그 반대로 이어진 16km의 길을 걷는 코스다. 길의 시작점과 도착점이 다른 이 코스는 순천 9경을 감상할 수 있는 용산 전망대를 중심으로 작은 해안 마을들이 포물선 모양으로 위치해있다. 길의 곳곳에는 철새 서식지, 갈대밭, 너른 갯벌과 같은 자연을 품고 있어 16km라는 꽤 긴 길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메꿔준다.
 

 

 

 

 

들꽃 같은 동네

 

 

 

 


별량면 화포마을의 소소한 풍경. 작은 어촌마을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낚싯배들이 오고 가는 작은 마을이다.

 

 

 

  본 코스대로라면 와온 마을이 출발점이지만, 우리는 화포마을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흐린 날씨 때문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남도 삼백리길 1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과 화포마을을 안내하는 안내판을 읽어 내렸다. 화포마을의 우리말 이름은 ‘곶개’라고 하는데, 꽃의 옛 이름인 ‘곶’과 ‘곶’의 발음이 같아서 꽃 화자를 사용해 화포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그 유래가 꽤나 귀엽고 이곳과 참 잘 어울리는 설명이라 생각했다. 들판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들꽃. 꺾어서 손에 쥐고 다니기보단 밟히지 마라, 다치지 말라며 꽃 주변에 작은 돌담을 쌓아주고 싶은 그런 꽃, 그런 곳.

 

 

 

 

해안길을 따라 걷다.

 

 

 

 


화포마을을 지나면 나오는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은 곳이다.

 

 


자전거 길 이자, 도보인 길. 걷기 좋게 길이 잘 닦여있다.

 

 


길을 걷다 보이는 너른 들판의 푸릇푸릇한 풍경은 더위를 잊게 해준다.

 

 


걸어가며 보이는 장산 마을의 풍경. 조용하고 소박하다.

 

 


장산 석유. 정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이 모습을 그대로 살려 카페를 만들고 싶은 곳이다.

 

 

 

  화포마을을 지나쳐 길을 걸으면 오른 편으로 너른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가 나온다. 일출과 일몰이 장관을 이루기로 유명한 화포마을이니만큼 하이킹 코스뿐 만 아니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꽤나 멋진 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약 3km 정도를 걷다 보니 장산마을이 나왔다. 역시나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다. 꾸밈이 없기에 더욱 정겹고 아름다운 동네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다. 누군가의 일터였을 법한 투박한 석유 공장(이라기엔 너무나도 좁은)을 지나치며 “저긴 빛을 잃어서 더 멋스럽다. 사람만 많이 다닌다면 저 모습 그대로 카페로 만들어도 예쁠 것 같아.”라는 우스갯소리도 해본다.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갯벌 관찰장.

 

 


철새 서식지로 걸어가다 마주하는 풍경

 

 


저 건너가 용산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철새 군락에는 쉬어 갈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순천만이 가까워져 갈 때쯤, 갯벌 관찰장과 철새 서식지 쉼터가 나온다. 순천만의 뒤로 나지막하고 옹골찬 산이 보인다. 포물선 모양의 길을 걷고 있으니 아마 저 맞은편은 용산 전망대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저 멀리로 새가 날아간다. 여름 철새의 종류로는 백로, 개개비, 꾀꼬리, 물총새 등이 있다고 하는데, 엄마도 나도 조류 박사는 아니지만 저 새가 어떤 새 일지 맞춰보기로 했다. 답은 그 엄마도 나도 알지 못하지만 내가 맞았네, 네가 틀렸네라며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흘러간다.

 

 

 


순천만 자연 생태공원에 가까워졌다는 증거인 빨간 다인승 자전거.

 

 


갈대밭으로 향하는 다리를 뒤로하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갈대밭으로 향하는 다리. 아래로는 생태공원을 관광할 수 있는 배가 지나다닌다.

 

 


잠시 쉬었다 다리를 건너려 하니 날이 개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이 보인다.

 

 

 

  코스의 반쯤을 달하면 슬슬 다인승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순천만 자연 생태공원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 더 향하면 아직은 푸른 갈대밭과 생태공원의 시작인 다리가 보인다. 8km 지점, 드디어 코스의 반을 걸었다.

 

 

 

 쉼터에 네모나게 뚫린 창.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갈대밭의 푸르름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 군락지이자 희귀 조류 서식지인 순천만 갈대밭은 사시사철 매력적인 곳이었다. 청보리밭을 연상시키는 푸릇푸릇함은 어쩐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성큼 다가올 때쯤 옷을 갈아입은 갈대밭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끔 만드는 곳이다.

 

 

 

 용산 전망대로 향하는 다리.

 

 

명상의 길과 다리 아픈 길 중 다리 아픈 길을 택해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들린 보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도 아름답다.

 

 


잔뜩 신이 난 엄마와 나.

 

 

 

  갈대밭을 지나쳐 걷다 보면 용산 전망대를 향하는 길이 나온다.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드디어 용으로 변한 이무기가 순천만을 내려다 보다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앉아 산이 되었다고 하여 ‘용산’이라 부른다고 했다.
산을 오르는 길은 고되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니 “용이 내려앉을 만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들판과 바다를 보고 있으니 도시에서 안고 온 근심 걱정들이 모조리 사라진다. 복잡했던 머릿속에 ‘덥지만 너무 좋다.’라는 마음 하나만 남았다.

 

 

 

 

늦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가자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와 길을 걸으니 오른편에 물이 빠진 갯벌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

 

 


해룡 노월에서 해룡 와온으로 넘어가는 길. 고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10km가 넘는 길을 걷다 보니 슬슬 다리가 아파졌다. 평소 등산으로 체력을 다져놓은 엄마도 어쩐지 지치는 눈치다. 챙겨온 물로 목을 축이며 해룡 와온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옆의 풍경도, 앞의 풍경도 보지 않고 발아래만 보고 걷고 있으니 엄마가 말을 건넨다.

 

"힘들면 쉬어가자. 길을 걸으러 온 게 아니라 걸어가는 길 위의 풍경을 보려고 온 거잖아"

 

엄마의 말이 맞았다. 중요한 건 빨리 도착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과 이 시간을 즐기는 것이니까.

 

 

 


와온 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와온 슈퍼

 

 


화포마을까지 16KM, 즉 와온 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조형물에서 인증샷을 남겨본다.

 

 


우리가 걸어온 길.

 

 

 

  다시금 화포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해안도로가 나온다. 마치 와온마을의 명물 같은 ‘와온 슈퍼’가 와온 마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몇 분들은 슈퍼 안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계시고, 와온 마을로 여행을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작은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 걸어오는 길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도착하고 나서 보는 풍경은 배로 아름다워 보였다.
  아주 긴 하이킹 코스는 아니었다만 모녀가 함께 이룬 작은 성취감에 어쩐지 마음이 벅차올랐다.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인증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우리도 ‘인증샷’을 자랑스럽게 남겼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순천만 갈대밭에서 용산으로 향하는 길.

 

 

 

  ‘길 위에서 만나’라는 여행자들의 인사를 좋아한다.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기에 던지는 그 기약 없는 약속은 어쩐지 믿음직스럽고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곳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곳이 어디든 ‘길’일 테니 어디서든 마주치길 바란다는 사랑스러운 마음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길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다시 만나자는 작은 약속부터 그날의 대화, 살갗을 스치는 바람과 그날의 온도,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

  오늘 걸은 이 길에는 추억이 담겼다. 그동안 다하지 못했던 대화들, 앞으로 몇 달은 더 버텨낼 수 있을 만큼의 위로와 웃음, 밀어주고, 끌어주며 함께했던 모녀의 시간들. 언젠가 살아가다 또다시 이 길이 그리워지는 날이 온다면 다시금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엄마, 길 위에서 만나!”

 

 

 

 

 

 

 

 

▶ 코스 요약
약 16㎞

 

▶ 걷는 시간
5시간

 

▶ 걷기 순서
해룡와온→해룡노월→용산전망대→순천만→별량장산→별량화포

 

▶ 난이도

 

▶ 교통편
자가 이용: 내비게이션 ‘비둘기낭폭포’ (경기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415-2)
대중교통: 별량 화포 81, 82, 84/ 해룡 와온 98

 

 

 

 

 

 

 

▶ 화장실
와온마을 회관, 와온소공원, 순천만습지센터

 

▶ 식사
와온마을, 순천만습지센터, 장산마을, 화포마을 등.

 

 

 

 

 

 

 

글, 사진 : 이채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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