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거창] 거창 가볼만한곳 여행코스 추천, 문화유산여행길 1코스

2018-10 이 달의 추천길 2018-09-27
조회수785

 “이 물은 덕유산 구천동에서 내려오는 거예요. 여름에도 손이 시리다니까요. 저기 보세요. 덕유산 향적봉이에요.”
거창 버스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는 수승대로 가면서 거창의 자연경관에 대해 한창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거창 시내를 가로지르는 위천이 굽이굽이 내려오는 쪽이 무주 구천동 방향이다. 물속이 훤히 보이는 맑은 하천을 끼고 도착한 곳은 한눈에 봐도 기품이 느껴지는 정온선생(1569~1641)종택. 거창 문화유산 여행길의 시작이다.

 

 


문화유산 여행길의 시작은 정온선생 종택부터다.

 

 

 

 

"조선 시대 한 선비가 걸었던 길"

 

 

 

 

  괜히 문화유산길이 아닌가 보다. 시작부터 멋들어진 양반댁 한옥이 방문자를 맞는다. 이 가옥은 조선 시대 충절로 이름난 동계 정온 선생의 종택으로, 후손들이 1820년 중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온 선생은 경상도 관찰사, 이조참판 등을 지냈으며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했다. 그러다 결국 조선이 청과 화의하자 자결을 시도한 충신이 바로 정온선생이다. 하지만 그는 자결을 이루지 못하고 모리재에 은거하다 생을 마감했다.

 

 


정온선생 고택은 우리의 멋 고졸미가 넘쳐흐른다.

 

 


댓돌 위 고무신이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는 것만 같다.

 

 

 고택 안은 고졸미가 가득하다. 툇마루 아래 댓돌 위엔 새하얀 고무신이 놓여 있다. 그래서일까. 순식간에 공간이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만 같다. ‘ㄱ’자형 구조의 사랑채에는 충신당(忠信堂)과 모와(某窩)라는 현판이 걸려있는데 충신당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라고 한다.

 

 


정온선생종택을 나와 모리재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고택을 둘러보고 정온선생의 흔적을 조금 더 좇아 본다. 마항마을로 길을 잡아가다 보면 눈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시골 소경이 펼쳐진다. 널은 들녘엔 사과가 얼굴을 붉히고 벼들은 그 모습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다. 소리 없는 풍경이 한해 농사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추석이 오면 탐스러운 사과와 햅쌀로 지은 밥이 상에 오를 거다.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다 범상치 않은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다.

 

 


지석정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서서히 소나무가 가까워지고 ‘지석정’이란 설명이 있다. 설명은 아래와 같다.


 ‘정온 선생이 모리(재)를 오가며 이곳에서 쉬었다고 하는데 커다란 바위가 높게 얹혀 있고 소나무가 듬성듬성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바위에 지석정이란 한자가 새겨져 있고 뒤쪽에는 이곳에서 거닐던 사람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기인정이라고도 한다.

 

 

 

 

"때 묻지 않은 숲에 스며들다​"

 

 

 

 


말목고개 왼쪽으로 모리재 들머리가 보인다.

 

 

 지석정을 지나면 산행 구간을 만난다. 말목고개 왼편이 정온선생이 오르락내리락했을 모리재 들머리. 가파른 언덕을 조금 오르면 성령산으로 갈 수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차오르는 숨을 잠시 고른다. 모리재는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여기서부턴 쉽지 않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턴 빛도 잘 들지 않는 우거진 숲이 이어지고 한동안 오르막이다. 한발 한발 천천히 산을 오른다. 길옆으로 화려한 색을 뽐내는 버섯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잘 띄는 버섯들은 그들 바람대로 보는 거로 족하다. 모리재로 가는 때 묻지 않은 길은 좁고 변화가 심하다.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모리재로 가는 길은 우거진 숲을 지나야 한다. 식수를 구할 곳이 없으니 마실 물을 꼭 챙겨야 하는 코스다.

 

 

 한 30분 정도 걸었을까. 모리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지판을 만났다. 타는 목을 축이고 내리막 구간으로 접어든다. 숲을 빠져나오면 탁 트인 분지를 만난다. 사람 손이 타지 않은 원시적 풍경의 넓은 공간은 마치 울릉도 나리분지를 연상시킨다. 수풀 사이로 표지판을 찾아보니 ‘정온 선생이 낙향 후 생가와 모리재 간 오가던 길로 임진왜란 때 쌓은 용문고성의 흔적 등이 남아 있다’라고 설명돼 있다. 특히 이곳엔 정온선생이 낙향해 말년을 은거하며 살았던 터에 지은 사당이 남아있다.

 

 


모리재에서 강선대 마을 아래가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석불, 그 미소에 반하다"

 

 

 

 

 모리재를 지나 임도를 타고 내려오면 강선대 마을을 만난다. 초입부터 탐스럽게 입을 벌린 밤송이가 여행자를 반긴다. 인심 좋은 마을 할머니가 직접 밤송이를 따다 내게 내민다. 어디 그뿐인가 시원한 물 한 바가지 얻어 마셨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낯선 외지인에게 정을 나눠주는 사람은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탐스럽게 열린 밤나무를 만났다.

 

 


강선대 마을에서 농산리 석불입상까지는 걷기 좋은 길어 이어진다.

 

 


주렁주렁 대추가 풍년이다. 빨갛게 익은 대추가 오를 추석 제사상이 떠오른다.

 

 

 길은 농산리 석불입상으로 이어진다. 외진 시골길에 무슨 석불이 있을까, 별 기대하지 않고 찾아간 곳에서 그만 입이 쩍 벌어졌다.
1000년 넘는 시간을 보낸 석불은 안온한 옅은 미소를 띠고 여행자를 내려다본다. 근엄하지만 인자한 어머니 얼굴이 공존하는 표정이다. 마음속에선 나도 몰래 무명 석공에 대한 경외감이 번진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옅은 미소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야산 속에 자리 잡은 이 석불은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춘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불상과 광배를 한 돌에 조각해 만든 게 특징이다. 그 모습이 흡사 서산 ‘백제의 미소’를 연상시켰다. 가만히 석불을 감상하고 있자 부처님의 시선이 이번 여정을 축복해 주는 것만 같다. 석불의 기운이 너무 좋아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용암정으로 가는 길에서 덕유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멀리 향적봉이 보인다.

 

 

 

 

"수승대, 여정의 하이라이트"

 

 

 

 

 한동안 석불을 감상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면 길은 여정의 하이라이트로 향한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논을 가로질러 향한 곳은 1801년(순조1) 용암(龍巖) 임석형(林碩馨)이 조부와 선친, 자신 등 3대가 노니던 곳에 창건한 용암정.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용암정은 문화유산 여행길에서 가장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임석형은 학문이 높고 행실이 좋아 당대 유명인사들과 어울리며 후학을 양성했던 인물이다. 용암정은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253호로 지정된 뒤 아름다운 경관 덕에 2012년 명승 제88호 지정됐다. 정자는 계곡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세워졌고 이곳에서 바라본 위천의 아름다움은 눈이 부실 정도다. 단박에 선비의 풍류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좌) 용암정 앞 풍경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 용암정에서 수승대로 가는 길은 속도를 내면 안 되는 길이다. 그만큼 풍경이 수려하다.

 

 

 암반 위를 흐르는 물은 맑고 투명하고 세월이 빚은 바위는 하나같이 감탄을 자아낸다. 용암정을 지나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이번 여정의 마지막 장소인 수승대에 닿는다.
 1km 정도만 가면 되지만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청량한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풍경은 이번 여정에서 가장 극적이고 아름답다.

 

 


거북바위는 계곡 중간에 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북이 같다 해 이름 붙여졌다.

 

 

 잘 정비된 길 끝에는 수승대가 기다린다. 수승대는 처음엔 수송대라 불렸는데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가 대립할 무렵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전별하던 곳이었다. 처음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해 근심 수(愁), 보낼 송(送)자를 썼다.

 

 


(좌) 수승대는 거창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조인성, 송혜교가 주연 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우) 수승대 거북바위엔 선비가 남긴 시문이나 사람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또 수송대란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풍경이 빼어난 곳이란 뜻으로 불교 이름에 비유되기도 한다. 수승대를 둘러보다 근처 사철에서 써 놓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나를 낮추면 세상이 나를 높여주고
나를 높이면 세상이 나를 낮춥니다.
깨달음의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 정상이 낮아지면서 원래부터가 내 이웃과 똑같은 눈높이 이였다는 것을_ 혜민 스님

 

 길 시작에서 나라 걱정에 자신을 내던진 한 선비를 만났고, 길 끝에서 나를 낮추란 글을 보았다. 끝을 향하는 길에서 벼는 그새 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 걷는 거리
약 12㎞

 

▶ 걷는 시간
4~5시간

 

▶ 난이도
보통

 

▶ 걷기 순서
정온선생 종택→모리재→강선대→농산리 석조여래입상→용암정→수승대(원점회귀 가능)
*거창 문화유산 여행길은 1코스와 2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산행이 힘든 분들은 정온선생 종택에서 말목고개 방향 1코스를 이용해 모리재 들머리로 가는 걸 추천한다.

 

▶ 교통편
자가용: 내비게이션 수승대(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강천리)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거창(3시 30분 소요)
거창버스터미널(서흥여객터미널)~위천(*약 30분 간격으로 출발)

 

 

 

 

 

 

▶ 화장실
용암정, 수승대(다른 구간엔 화장실 없음)

 

▶ 식사
간단한 식사와 간식은 수승대에서 구매 가능.

 

▶ 문의 전화
거창군청 문화관광과 055-340-3423

 

 

 

 

 

글, 사진 : 김동우 여행작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