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남해] 국내 가을 여행지 추천, 남해 바래길 13코스 이순신 호국길

2018-11 이 달의 추천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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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에 직접 승선해 보는 것도 호국길에서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다.

 

 

 1년 중 가장 걷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전국 어디를 가든 높고 파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간다. 낭만이 흐르는 가을을 두 다리로 느끼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걷기 좋은 길만으론 어딘가 좀 허전하다. 남해 바래길 13코스 이순신 호국길은 길 위의 이야기와 풍경의 속삭임이 가득한 길이다. 길은 아련하고 숙연하게 여행자를 맞이한다. 그러다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바다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길 끝에선 한 남자의 마지막을 목격하게 된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터벅터벅 돌아가는 길, 따뜻한 기운이 나도 몰래 가슴에서 퍼져 나간다. 굵직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길을 걸어 봤다.

 

 

 

 

노량해전의 현장을 바라보며

 

 

 

 

 이순신 영상관에선 다양한 시청각 자료 등을 통해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길의 시작은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 유허부터다. 입장료 3,000원을 내고 들어가면 거북선을 형상화한 이순신 영상관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시간을 잘 맞춘다면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 수군이 사용한 총기류

 

 

 우리 선조들이 임진왜란에서 어떤 무기 등을 사용했고 이순신 장군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이락사로 들어가는 입구엔 하나의 뿌리에서 마치 불꽃처럼 가지를 뻗은 특이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지금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

 

 

 

 

 영상관을 나와 ‘이락사’로 향했다. 이곳은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맨 처음 육지에 오른 장소다. 앞뜰엔 충무공 순국 400주년 기념 유언비가 세워져 있다. 유언비엔 이순신 장군이 총탄을 맞고 말씀하신 “지금 싸움이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란 뜻의 ‘전방급신물언아사(戰方急愼勿言我死)’란 글귀가 쓰여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쓴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는 뜻의 대성운해(大星隕海)란 현판도 눈에 띈다. 이락사가 순국 성지로 모습을 갖춘 건 장군이 전사한 지 무려 234년이 지난 1832년이었다고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모습은 해방 후 남해군민 7,000여 명이 성금을 모아 정원과 참배 도로를 닦으면서부터라고.

 

 


첨망대까진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길이 계속된다.

 

 

 이락사를 둘러보고 첨망대(瞻望臺)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엔 부드러운 야자 매트가 깔려 있다. 길 양쪽으론 호위하듯 키 높은 소나무가 이어지고 가을바람에 몸을 비비는 솔잎들은 오케스트라처럼 연주를 이어간다. 500m 정도 솔밭 길을 즐기다 보면 첨망대에 닿는다. 이곳엔 이순신 장군의 순국 지점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누각이 서 있는데 눈앞으로 총탄과 화살이 엇갈리고 칼과 칼이 불꽃 튀겼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든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첨망대에 올라서면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걸으며 배우는 역사의 현장

 

 

 

 


순국공원에 세워져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솔밭 길을 거슬러 올라 다시 영상관으로 내려서면 이순신 순국공원이 지척이다. 공원 한가운데 서 있는 장군상이 늠름하다. 동상이 바라보는 바다로 방향을 잡아가면 중간중간 이순신 장군의 명언이 담긴 안내판이 이어진다.

 

 


이순신 호국길에선 난중일기 등에 나와 있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하나하나 글귀를 읽다 보면 그의 결연한 의지와 나라 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호국은 결코 나를 앞세워선 안 되는 길이다. 이 길은 이름처럼 그렇게 이 땅과 바다가 간직한 아픔을 소리 없이 웅변하는 것만 같다. 

 

 


해안 길을 걷다 보면 솟대 등 다양한 어촌 풍경을 만난다.

 

 


물이 빠진 바다에서 배들도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바닷길을 빠져나오면 연하게 휘어진 숲길로 들어선다. 해가 들지 않는 울창한 길을 빠져나오면 조망이 터지고 출렁이는 파란 바다가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길을 걷다 조망이 열렸다. 멀리 산업단지와 여수가 보인다.

 

 

 반짝이는 햇살이 보석처럼 수면 위에 부서진다. 바다 너머엔 아스라이 광양제철소가 자리 잡고 있다. 목선으로 지킨 바다 한쪽은 이제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 생산기지로 변모했다.

 

 

 

 

어촌에서 즐기는 느림과 여유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상징하는 V와 학익진을 형상화해 만든 노량대교

 

 

 가을 곡식이 익어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제2 남해대교인 ‘노량대교’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건설에 9년의 세월이 걸린 이 대교는 세계 최초 대층 경사주탑으로, 양쪽 탑을 각각 육지 쪽으로 8도 기울어지게 건설한 게 특징이다. 주탑을 비스듬하게 V자로 만든 건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을 상징한다. 여기에 학익진 전술, 거북선 등의 형태가 교각에 반영됐다고 한다.

 

 


호국길은 바다, 들, 숲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노량대교를 가까이 즐기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걸음은 구포미산으로 향한다. 낮은 산은 걷기에 무리가 없다. 억새가 하늘거리는 푹신한 산길은 인심 좋은 시골 할머니처럼 부드럽고 살갑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은은한 솔향에선 청량감이 넘친다.

 

 


월곡항에서 성격 좋은 강아지를 만나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됐다.

 

 

 이렇게 길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월곡항이다. 목가적 어촌은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장소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반갑게 장난을 걸어온다. 깡충깡충 뛰며 주변을 빙빙 도는 강아지는 가야 할 길을 잊게 할 만큼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작은 어촌을 비추는 해는 따사롭고 골목을 낮게 나는 은은한 바람은 친근하다.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강아지는 놀이를 멈출지 모른다.

 

 졸졸 따라오는 강아지를 뒤로 하고 월곡항을 빠져나오면 길은 곧장 감암마을로 이어진다.

 

 


바닷길을 걷다 만난 소소한 풍경은 어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남해 대교 아래 자리 잡은 마을 여기저기서 가을 햇살을 받아내며 물고기가 익어 간다. 잘 말린 고기에 양념을 올려 쪄내면 행복한 저녁상이 될 터. 그 옆에선 짭조름한 바다 내음 풍기며 은빛 멸치가 일광욕을 즐긴다. 그 모습을 훔쳐보기라도 하듯 감나무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산들거린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날이 서 있지 않고 어느 것 하나 조급하지 않은 풍경만으로 마음속은 한없이 여유롭다.

 

 


감암마을부터는 걷기 편한 포장도로가 계속된다.

 

 

 

 

영웅이 잠든 충렬사

 

 

 

 


웅장한 노량대교가 남해와 하동을 잇고 있다.

 

 


새로운 대교가 건설됐지만, 남해대교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들은 반긴다.

 

 

 감암마을을 돌아 나서면 바로 노량대교다. 웅장한 모습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그 뒤로 보이는 남해대교를 즐기는 것도 이번 여정에서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두 다리의 조화가 무척 미려하다. 이제 길은 이순신 장군의 상징과도 같은 거북선으로 이어진다.

 

 거북선에 직접 올라 당시 모습을 그려본다. 거북선 건조(1591년)가 임진왜란 1년 전이었던 점이 흥미롭다. 이순신 장군의 분석과 대비가 어땠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북선을 보고 나오면 길은 충렬사로 이어진다.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고 처음으로 모셔진 장소다. 충렬사는 1633년 남해 사람들이 장군이 처음 묻혔던 자리에 한 칸의 초가 사당과 가묘를 지어 그의 충절을 기린 것이 시작이다.

 

 


충렬사 전경.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현충사로 이장되기까지 16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한때 철거되기도 했지만 다시 복원돼 1973년 사적 233호로 지정됐다. 아쉽게도 현재 충렬사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제대로 된 관람은 불가능했다. 충렬사를 빠져나오자 붉게 달아오른 해가 하루의 끝을 향해 간다.

 

 


노량대교 밑에서 바라본 일몰

 

 

 임진왜란 당시 서쪽 바다 아래로 잠드는 저 태양을 보며 우리 조상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쟁에 나서는 두려움과 승리의 기쁨에 색이 있다면 똑같이 저런 붉은색이 아닐까.

 

 

 

 

그렇게 타올라야지 그렇게 스러져야지.
그래야 지킬 수 있는 우리 바다와 땅 그리고 하늘인 것을.

 

 

 

 

 

 

 

 

▶︎걷는 거리
약 7.2㎞

 

▶︎걷는 시간
3시간

 

▶︎난이도
보통

 

▶︎걷는 순서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이순신영상관→차면항→월곡항→감암위판장→남해충렬사

 

▶︎교통편
자가용: 내비게이션 관음포(경상남도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 산125)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하루 11회)~남해(4시 30분 소요)
               남해 버스터미널~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오전 2회)

 

 

 

 

 

 

 

 

▶︎ 화장실

이충무공전물유허지, 차면마을, 월곡마을, 남해충렬사 등 코스 내 6개소

 

▶︎ 식사
남해 충렬사 주변으로 횟집 등이 많음

 

▶︎ 문의 전화
남해군 미래전략사업단 055-860-3624
남해바래길사람들 (055)863-8778

 

 

 

 

 

 

글, 사진 : 김동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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