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봉화]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외씨버선길 09코스 춘양목 솔향기길

2018-11 이 달의 추천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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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돌려주는 길,
봉화 외씨버선길 9코스 춘양목 솔향기길

 

 

 

 

 

 

 이름도 예쁜 ‘외씨버선길’은 경상북도 청송군의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출발해 영양군과 봉화군을 지나 강원도 영월군의 관풍헌까지 가는 총 길이 240km, 13개 코스의 문화생태탐방로다.

 

 

 

 


 이 중 9길 ‘춘양목 솔향기길’은 춘양면사무소에서 서당리, 도심리, 서벽리 같은 문수산(1,207m)에 기댄 산골마을을 거치며 국립백두대간수목원까지 가는 20km쯤의 길로, 논농사와 사과, 인삼, 대추 같은 밭농사를 지으며 사는 봉화군의 농촌 풍광을 골골샅샅 지난다.

 

 

 

 

나라 안 최고의 소나무 ‘춘양목’의 고장

 

 

 

 외씨버선길 9코스가 지나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만큼 청정하고 산수가 수려한 고장이다. 지리산에서 시작해 소백산을 지나온 우리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이 춘양면의 옥돌봉(1242m), 도래기재, 구룡산(1346m), 신선봉을 거쳐 태백산으로 그 당찬 산세를 이어간다. 이 외에도 각화산(1177m)과 문수산(1205.6m), 왕두산(1044m) 등 1,000미터가 넘는 고봉이 수두룩한데, 이 우람한 산군은 예로부터 최고 품질의 소나무 산지로 유명했다. 이곳에서 나거나 모여드는 소나무를 특별히 ‘춘양목’이라 부르며 구분했다.
겉껍질이 붉고 단단해서 ‘적송’ 또는 ‘금강소나무’라고도 부르는 춘양목은 타 지역의 소나무와 달리 곧게 자라고 껍질이 얇고 결이 고운 게 특징이다. 게다가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뒤틀리지 않으며, 해충에 강해 영남의 세도가나 서울의 반듯한 양반집들은 물론 궁궐까지 춘양목으로 지었다. 면 서쪽 경계인 서벽리의 문수산에 특히 많은 춘양목을 볼 수 있는데, 외씨버선길이 이곳을 지난다.

 

 

 

 

 


 ‘외씨버선’이라는 길 이름은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따온 말로,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을 가리킨다. 춘양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붙은 춘양면사무소가 출발지점이다. 민원실 입구에 ‘외씨버선길 춘양목 솔향기길’에 대한 자세한 안내판이 보인다.  

 

 

 

 

 

 

 전체 구간 안내도와 외씨버선길에 대한 설명, 구간 거리에 고도표까지 친절한 정보로 가득하다. 길에 대한 설명문은 개그맨 전유성씨가 썼다. 2개 도, 4개 군에 걸친 걷기 길을 처음 만들 때 어설픈 지역 이기주의나 고함질 한번 없이 힘을 합해 만들었고, 이름 또한 만장일치로 정해졌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글맵시 또한 여간 호쾌한 게 아니다.
 
 ‘이제부터 두메산골의 특산품인 청정공기를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한 사발씩 맛 보시라!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청춘을 되돌려 받으시라! 지화자! 조오타!’

 

 

 

 

 

 

 

 

4일과 9일에 열리는 억지춘양시장

 

 

 

 

 

 면사무소를 나와 버스정류장을 지나니 ‘춘양농협’ 앞 삼거리. 여기서 외씨버선길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소나무의 고장답게 길 양쪽으로 송이버섯을 판매하는 가게가 여럿 눈에 띈다.

 

 

 

 

 올해는 특히 송이가 풍년이어서 값이 많이 내려갔다고 한다. 곧 나타난 억지춘양시장. 80년쯤의 역사를 가진 억지춘양시장은 쌀과 소의 거래가 활발하던 곳으로, 1970년대까지 봉화군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그러나 봉화군청이 내성천으로 이사를 가면서 춘양면 인구가 줄었고, 시장 또한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5년에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되면서 공연과 플리마켓, 예술체험행사와 전통놀이 같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더해지며 사람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억지춘양? 억지춘향?

 

 

 

 

 ‘억지춘양’이라는 말과 관련해서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영동선 춘양역과 관련된 것이다. 원래 영암선(영동선의 옛 이름) 철도가 춘양을 거치지 않고 지나게 설계되자 지역이 낙후될 것을 염려한 주민들이 억지를 써서 철도공사계획을 변경시켜 지금처럼 춘양역에 기차가 정차하게끔 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 지도를 펼치니 영동선 노선이 춘양역 정차를 위해 부러 굽이를 튼 게 또렷이 보인다. 또 한 가지, 사람들이 ‘억지 춘향’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억지춘양’을 잘못 쓴 것이란다. 네이버 오픈사전에도 ‘억지춘향’이라고 나오고, 설명도 변사또가 춘향에게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려 한 데서 유래했다고 적혔다.

 

 억지춘양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보니 네이버 사전의 이 설명이 더 억지스러운 것 같다.

 

 

 

 

 

 시장을 벗어나며 조금 한적해진 길은 춘양초등학교를 지나 만산고택(晩山古宅)에 이른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만산 강용(姜鎔, 1846~1934)이 고종 15년(1878)에 지은 집으로, 사랑채에 흥선대원군이 쓴 ‘만산’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서실엔 ‘한묵청연’이라는 영친왕의 친필 현판도 걸려 있다. 무엇보다 마당 왼쪽으로 예쁜 장독대와 그 뒤로 담을 둘러 손님을 맞이하던 칠류헌이 눈길을 끈다. 민박도 가능한 곳인데, 갈 길 바쁜 걸음이 아쉽다.

 

 

 

 

 

 

 

 

고택과 석탑, 그리고 싱싱하고 건강한 자연 

 

 

 

 

 

 

만산고택이 간직한 고즈넉한 아름다움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의양리 권진사댁’에 닿는다. 전체적인 구조가 만산고택과 비슷한 이 집은 성암 권철연(權喆淵, 1874~1951)이 살던 곳이다. 이곳도 민박을 할 수 있다. 두 고택을 드나드는 길 주변은 온통 가을이 깊다. 논에선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길가 밭마다 빨간 사과와 대추가 탐스럽다.

 

 

 

 

 

 얼마 후 길이 학교로 들어선다. 대문 양쪽 기둥엔 ‘춘양중학교’와 ‘한국산림과학고등학교’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산림과학고라니, 춘양에 딱 어울리는 학교다. 정문 위 높은 곳엔 두 명의 9급 공무원 1차 합격자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떡하니 걸렸다. 대도시 학교에서 졸업생의 고시 패스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보다 훨씬 정감 넘치는 풍광이다.

 

 

 

 

 

 

 학교 정원 한쪽에 보물 제52호인 ‘봉화 서동리 삼층석탑’ 두 개가 서 있다.  학교를 벗어나자 민가가 뜸해지며 도로 주변으로 논밭이 펼쳐진다. 산자락에 엎드린 광활한 밭 가득 무가 싱싱하고, 이른 추수가 끝난 논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외딴 집을 지나니 길 양쪽으로 인삼밭이 보이고, 곧 작은 고개를 넘는다.

 

 

 

 

 

 

 고개 꼭대기 이정표엔 ‘춘양면사무소 3.9km, 두내약수탕 13.7km’라고 적혔다. 외씨버선길엔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의 이정표가 길이 꺾이거나 갈리는 곳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길 찾기가 편하다. 적당한 곳마다 현재 위치를 포함한 코스 전체의 정보를 담은 안내판도 서 있다.  

 

 

 

 

 ‘양반걸음 걷기 체험’장이 있는 고개를 내려서니 염장 경로당. 여기서 800미터쯤 간 곳에서 오른쪽 거포 사과마을로 길이 꺾인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피어 있는 길, 논둑을 따라 콩도 익어가는 풍광 속으로 들어서자 역시 명불허전.

 

 

 


 


 눈길 닿는 곳마다 수확을 기다리는 사과로 온 마을이 붉다. 꼭대기엔 사과나무로 가득한 거포골을 품으며 들어선 예쁜 집 몇 채가 눈길을 끈다.

 

 

 

 

 마을 뒤편 거포재가 가까운 언덕에 골짝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토존이 있다.  

 

 

 

 

 사방으로 사과나무에 둘러싸인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거포마을은 사철 사과향에 취해 살겠구나 싶다.

 

 

 

 

 

 

 

호두가 여물어가는 도심리 가을

 

 

 

 

 

 

 늙은 소나무 아래 통나무 벤치 두 개가 놓인 거포제, 인적 뜸한 이곳도 콘크리트 포장도가 지난다.

 

 

 

 

 외씨버선길 9코스 ‘춘양목 솔향기길’은 새터마을로 내려서는 구간 일부와 새터마을에서 도심 1리로 이어진 천변길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로와 차도를 따른다. 그러나 여러 고개와 크고 작은 마을, 그 사이를 채운 밭뙈기와 산과 골짝, 울창한 숲에 다양한 문화유산이 더해지며 걸음이 즐겁다.

 

 

 

 

 

 거포제를 내려서던 길은 새터마을 뒤에서 포장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외씨버선길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아니어서 길지 않은 이 구간엔 웃자란 수풀이 길을 뒤덮었다.

 

 

 

 

 

 그러나 잠시 헤치고 들어서니 밤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정겹다. 바닥엔 떨어진 알밤이 가득해 잠시 주웠는데도 주머니가 꽉 찬다. 토실토실 야무지게도 여물었다.  

 

 

 

 

 

 

 새터마을도 사과농사가 주를 이루는 듯 사방이 사과밭이다. 길은 새터마을에서 왼쪽으로 꺾어 운곡천 제방을 따라 상류로 이어지더니 마지막 집을 지나며 포장길이 끝이 나고 다시 수풀지대 사이 오솔길을 만난다. 수풀 구간은 500미터 남짓, 애당리에서 흘러내린 지계곡이 운곡천 본류로 합수되는 지점이 보이더니 도심1리로 들어서는 수진교가 코앞이다.

 

 

 

 

 

 

 수진교에서 도심2리공원이 있는 도심교까지 1.6km 구간도 운곡천 제방을 따른다. 왼쪽으론 문수산 자락에 들어선 도심리 여러 마을이 정겹고, 오른쪽 운곡천 건너엔 각화산이 이룬 산군의 여러 봉우리들이 거북이 등처럼 단단해 보인다.  

 

 

 

 

 

 

 

 도심리엔 사과나무는 물론 호두나무도 많다. 호두나무 아래엔 겉껍질이 갈라지며 떨어진 호두 알이 여럿 보인다. 한 알을 주워 깨서 먹어보니 마트에서 파는 호두와 달리 훨씬 고소하다.

 

 

 

 

춘양목 군락을 이룬 문수산 임도

 

 

 

 

 

 

 

 도심3리로 들어서기 전 마을 어귀에 울창한 숲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이 들어선 이 숲 한구석에 반듯한 서낭당이 눈길을 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물었더니 ‘황터당수’라고 부른단다. 지역 사람들은 도심리를 ‘황터’라고 부르는데, 황터사람들은 매년 이 당집에서 제를 올린다고 한다.

 

 

 

 

 

 

 도심 3리를 벗어나니 외씨버선길은 문수산 허리를 따라 난 임도로 들어선다. 높이 솟은 금강소나무가 한두 그루씩 보이더니 숲이 깊어지자 춘양목 군락지를 지난다. 이 임도는 오른쪽에 백두대간수목원을 두고 그 경계를 따라 뻗어간다. 숲이 울창하고 길은 평탄해 걷기에 그만이다.

 

 

 

 

 

 

 얼마나 갔을까, 왼쪽으로 ‘문수산 숲길 안내도’가 보인다. 전체 길이는 900미터고, 임도까지 합해 1.2km의 짧은 코스다.
멋들어진 춘양목을 여럿 만날 수 있는 코스란다. 이곳 문수산은 남부 지방산림청에서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곳으로, 평균 수령 60년에 밑동 지름이 50cm 이상, 20미터가 넘는 소나무 1500그루쯤이 대상이다.

 

 

 

 

 

 

 

문수산 숲길 입구 근처에 통나무로 지은 ‘숲 해설 안내소’가 있다. 숲 해설사가 상주하는 이곳에서 날머리까지는 3km로 30분 남짓 걸린다.  

 

 

 

 

 

 

 

 

▶ 걷는 거리
19.7km

 

▶ 총 소요 시간
7시간

 

▶ 난이도
중상

 

▶︎걷는 순서
춘양면사무소-억지춘양시장-만산고택-의양리권진사댁-서동리3층석탑(한국산림과학고)-양반걸음걷기체험장(고개)-염장경로당-거포사과마을-송이조형물(거포재)-새터마을-수진교-애당교-도심2리공원-도심2리마을회관-황터서낭당(황터당수)-도심3리마을회관-풍경액자-춘양목군락지-문수산 숲길 안내도-숲해설안내소-문수로(915번 지방도)

 

▶ 교통편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봉화를 거쳐 춘양까지 가는 시외버스
                 1일 6회(07:40, 09:40, 11:50, 13:50, 16:10, 18:20) 출발, 3시간 소요, 요금 23,200원.
                 9코스 날머리에서 백두대간수목원 후문 방향으로 5분쯤 내려선 서벽3리(두내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춘양면과 봉화로 나가는 군내버스가 1일 5회 다닌다. 15분 소요, 요금 2000원.

 

 

 

 

 

 

 

 

▶ 화장실
춘양면사무소, 서동리염장경로당, 거포재 송이조형물, 도심2리공원, 도심2리마을회관, 황터당수 숲, 도심3리마을회관 이상 7곳.

 

▶ 숙박
춘양면소재지와 백두대간수목원이 있는 서벽에 여러 숙박업소가 있다.
권진사댁(054-672-6118, 한옥민박), 만산고택(054-672-3206, 한옥민박) 백두대간전통한옥펜션(010-3810-4080), 백두대간수목원펜션(054-672-1555, 010-4533-2677), 석문오토캠핑장(010-9388-1243) 등.

 

▶︎ 문의 전화
봉화객주(안내센터) : 054-672-0803


홈페이지 : www.beosun.com

 

 

 

 

 

글, 사진 : 이승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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