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구리] 책과 함께 걷기여행, 산ㆍ강 걷다, 자신을 만나는 '구리 둘레길 1코스'

2020-04 이 달의 추천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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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세지,

자신을 만나는 걷기여행

'구리 둘레길 1코스'

이소민 여행작가



허전하다


연히 책 한 권을 펼쳐서 나온 ‘허전하다’라는 문장에 나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어쩐지 만물이 깨어나는 봄날이 왔는데도 아직 나 혼자만 겨울에 머물러있는 듯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책의 한 구절처럼 상실감이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손에는 책 한 권을 쥐어들고,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가벼운 옷을 입고 무작정 가까운 구리로 향해 보았다.


구리 둘레길 1코스는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을 잇는 길로, 다양한 역사적 요소와 도심 속 자연을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한강을 코스 내내 볼 수 있어, 쉬엄쉬엄 걷다 보면 봄 내음은 물론이고 눈까지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둘레길의 시작은 고구려 대장간 마을이다. 고구려 유적 전시관과 야외전시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의 역사교육을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등 인기 드라마 촬영 장소로 활용되었다고 하니 어쩐지 드라마와 실제 장소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평화롭다






대장간 마을의 뒤쪽으로 보이는 이정표들이 둘레길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려준다. 둘레길을 걷는 내내 함께 할 <구리 둘레길> 이정표를 눈에 담아보고, 방향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평탄한 숲길을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잡생각은 사라지고 오롯이 걷기를 즐기는 나를 볼 수 있다.




걷다 보면 이 길이 얼마나 시민들을 배려한 길인지 알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태체험장, 놀이터, 그리고 오며 가며 마실 수 있는 약수터도 여럿이며, 등산객 뿐만이 아니라 운동을 하러 오는 시민들을 위해 곳곳에 운동 기구도 설치해두었다. 그 때문인지 평일에 방문했음에도 정말 많은 시민들이 이 길을 걷고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혹시나 이정표가 없는 구간엔 누군가가 달아놓은 리본이 길을 안내해 주어 비교적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새 탁 트인 한강이 위에서 내려다보인다. 왜 진작 나와보지 못했을까. 이렇게 조금만 집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나 좋았을 것을. 너도나도 전망대에 서서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한강을 바라본다. 그저 바라만 봐도 기운이 나는 듯했다.


범굴사를 지나고 나면 둘레길에서 제일 험난한 구간인 대성암이다. 바위로만 된 길이다 보니 길이 제법 미끄러워 길 옆의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했다. 날씨만 생각하고 가벼운 스니커즈 하나 신고 왔다가 혼쭐났다. 둘레길은 역시, 등산화가 필요하다.

방향






가파른 대성암을 지나고 나면 어느새 아차산 2보루이다. 보루는 보루성이라고도 불리는데 동서남북 사방을 잘 볼 수 있는 낮은 봉우리에 쌓는 소형 산성이라 생각하면 된다. 아차산, 용마산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이 보루군은 홍련봉 1,2보루와 아차산 1~ 5보루, 용마산 1~ 7보루, 시루봉 보루, 수락산 보루, 망우산 보루 등 17개의 보루로 구성되어 있다. 구리 둘레길에도 여러 개의 보루가 있으니 가는 동안 눈여겨보도록 하자.




산의 정상 즈음이라 그런지 바람이 몹시 세게 분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바람이 차게 느껴졌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여름이라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일 것 같았다.


잘 정돈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근사한 서울의 경관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연신 셔터를 눌러본다.




그렇게 한참을 또다시 걷다 보면 <껄떡 고개>라는 이름의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내려가는 길 내내 멋진 풍경에 넋을 잃어 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히 내려가자. 내려가서 다행이지,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껄떡껄떡 숨이 벅차다 못해 심장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벌써 시간이 제법 흘렀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 같아 발걸음을 서둘러본다. 망우산 쪽의 구리 둘레길은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아직 겨울의 느낌이 몰씬 풍겨난다. 아직 잔뜩 쌓인 낙엽들 때문에 혹여 미끄러지지 않게 줄을 잡고 조심히 가도록 하자.

추억하다


길을 걷다 이르게 봄을 마중 나온 산수유꽃을 발견했다. 오늘 내내 제대로 된 꽃을 못 본 터라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산수유를 배경으로 책의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카메라로 담아본다. 어쩐지 무거워진 발걸음이 다시 가벼워진 느낌 :)




다시금 길을 열심히 걸어본다. 목탁과 염불소리가 들려오는 관룡탑을 지나 또다시 부지런히 걷다 보면 망우묘지삼거리, 망우산 2,3보루이다. 사실 망우묘지삼거리부터 망우산 2,3보루 구간은 해가 지는 시간이라 그런지 조금 으스스했다. 공동묘지를 가로지르는 길이라 망우산 3보루 길도 아직 개발이 보류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게 구간을 통과하고 생명의 숲길을 걸어 내려오니 근사한 노을이 마주하는 딸기원 입구, 구리 둘레길 1코스의 종점이 되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산길이라 조금은 힘들었을 수도 있을 구리 둘레길 1코스. 하지만 책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비워내고, 내 마음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싶어졌다. 움츠러들지 않고 나아가는 힘을, 용기를 얻었다.


▶︎걷는 시간

4시간 ~ 4시간 30분

▶︎거리

8km

▶︎걷기 순서

고구려대장간마을-범굴사(대성암)-아차산보우군-관룡탑-망우역사문화공원-딸기원입구

▶︎코스 난이도

보통


▶︎화장실

코스 내 2개소 및 간이화장실 다수

▶︎음식점 및 매점

아차산 내부에는 매점이 없으므로 우미내, 아치울, 한다리, 샛다리 등 마을 슈퍼를 이용하거나 사전에 준비하는 것 추천

▶︎ 식수

코스 중간중간에 약수터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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