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강화]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산, 들, 바다의 삼중주 '강화나들길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

2020-05 이 달의 추천길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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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산, 들, 바다의 삼중주

'강화나들길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

박세진 여행작가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건 산과 들로 오라는 계절의 속삭임이 아니었을까? 급증했던 코로나19 확진자의 기세도 주춤한 요즘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은 소나기를 만난 잠자리 날개처럼 작은 파장에도 파르르 떨릴 것만 같다. 움츠러든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기 위해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반려견과 함께 느긋하게 걷기 좋은 제방길과 진달래꽃이 만발한 숲길 트레킹, 금빛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를 만날 수 있는 강화나들길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


석모도에 가려면 먼저 강화도를 거쳐야 하는데 코로나 청정지역인 만큼 강화도에서부터 24시간 발열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상주해안길은 한쪽으로는 쌀농사를 기다리는 퍼즐 조각 같은 논밭이 늘어선 평야가, 다른 한쪽으로는 바다가 들고나는 서해의 갯벌이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이는 제방길에서 시작된다. 길 위에는 오로지 또자와 나, 내 님까지 딱 셋뿐이었지만 혹여 주민들과 다른 여행객을 마주칠까 걱정되어 마스크를 벗어던지지는 않았다. 마스크의 답답함보다 마음의 부담감이 무겁기에 자연이 주는 힐링만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석모도를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보문사와 민머루 해변을 향하기 때문에 상주해안길 구간은 대체로 인적이 드문 편이다.

평야와 바다, 그리고 섬 : 제방길





제방을 쌓아 해수의 유입을 막고 반듯한 농경지를 일궈놓은 풍경을 보면서 왠지 남도의 평야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그러고 보니 석모도 쌀이 그렇게 맛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겨울의 적막을 깨고 고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이채로운 풍경에 왠지 마음이 이끌려 카메라 셔터가 쉴 틈이 없으려나 했는데 왠지 걸어도 걸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 느긋한 풍경에 어느새 마음도 한숨 놓은 기분이 들었다. 이리저리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 맡으랴 발걸음 맞춰 걸으랴 정신없는 나의 반려견 또자가 이번 여행에서는 제일 바쁜 듯 보였다.


제방길을 반쯤 걸어왔을까? 제방길 위에 유일한 조형물인 행운의 종이 나타났다. 손잡이가 짧다며 깨금발을 들고 겨우 치면서 땡그랑거리는 소리를 생각했는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하는 듯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은은하게 퍼진다. 종소리를 들으니 그제서야 내가 위로가 필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동네 강아지 커플의 인도를 받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상주산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 산자락 아래 알록달록한 숙소와 집 몇 채가 있는 곳은 상리마을이다. 제방길만 걸으려면 상리마을이 종점이고, 상주산을 끼고돌아 나오는 숲길 코스의 종점 또한 저곳이다. 제방길은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가벼운 산책 정도라 걷기 여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무리 없이 반려견과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둘이서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넓지도 좁지도 않은 폭의 제방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특별히 대화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리 대단한 대화 소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걸 보면 우리의 일상 또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힘들 때는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짐이었던 것이 지나고 보면 후~ 불면 금세 사라지는 깃털 정도였다는 걸 깨닫게 되고,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사소한 것들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


길을 걸으며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걷기여행의 진정한 묘미다. 반려견 또자와 함께 살면서 매일 산책이 힘들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걷다 보니 우리는 같이 살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바쁘게 산 일상에 쉼표 같은 순간을 만들어 준 건 또자였다. 이쯤에서 가족사진을 한 장 찍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지만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다. 이런!





숲길로 들어가기 전 정자가 마지막 쉼터이니 간단한 도시락이나 간식을 챙겨왔다면 이곳을 놓치지 말자. 정자 주변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반려견과 함께 쉬어갈 겸 추억을 만들기 좋다.

오솔길과 진달래 : 숲길


숲길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잘 닦인 산책로에 발걸음이 편해지고 군데군데 피어오른 꽃들이 드디어 서해 북단에도 봄이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서울만 해도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꽃잎을 떨어트리고 있었는데 이곳은 이제 시작인 듯 조팝나무 꽃과 진달래가 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었다.



2017년도 석모 대교가 개통하며 전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보문사와 민머루 해변으로, 진달래를 찾는 사람들은 강화도 고려산으로 향하면서 석모도 동쪽 상주산 코스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리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왠지 보물산을 찾은 기분!


오솔길을 걷다 고개를 돌리면 멀리 교동대교가 보인다.


상주산에 해가 기울고 있어 조금 빨리 걷기로 했다. 지금까지 길은 숲길이라기엔 너무나 잘 닦인 산책로였기에 앞으로 펼쳐질 숲길도 조금쯤 우습게 보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숲길은 짧지만 경사가 있어 무조건 트레킹화나 운동화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5kg가 넘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도 걸어 나왔으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


연분홍 꽃 편지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숲길, 올해 매화와 벚꽃은 허망하게 떠나보냈지만 생각지도 못한 진달래가 찾아왔다.


석모도 상주해안길은 동쪽에서 시작해서 상주산을 돌며 서쪽으로 향하는 코스기 때문에 탁 트인 서해의 석양을 볼 수는 없지만 숲길을 오후의 빛으로 가득 채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핀 조명을 받은 것처럼 움트는 새잎들마저 꽃처럼 보이는 순간 눈에 닿은 모든 것이 주인공이다.



바다였다가 들판이었던 곳, 발걸음을 구르면 산이 나타나고 꽃 천지가 펼쳐지는 상주 해안 길.

일상을 떠나 또자와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과 농촌 풍경을 맛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반려견과 같이 가볼만한 곳 1. 보문사




반려견과 같이 가볼만한 곳 2. 민머루해변





▶︎걷는 시간

3시간

▶︎거리

10km

▶︎걷기 순서

동촌(1.4km)~석모나루(4.8km)~버스종점(3.8km)~버스종점

▶︎코스 난이도

쉬움


▶︎걷기 TIP

- 시작점부터 원점으로 회귀하는 순환코스로 도중에는 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출발 전에 꼭 물을 챙길 것. 제방길 중간에 화장실이 있고, 숲길에는 없으니 기억할 것.

- 느긋하게 걷기를 즐긴다면 원하는 만큼 제방길을 걷고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하고, 진달래꽃이 피는 상주산 숲길 코스는 반드시 트레킹화를 신고 진입해야 한다.

▶︎음식점 및 매점

석모도 선착장

▶︎교통편

동촌 입구에서 시작해서 제방길(5km), 상주산을 끼고돌아 나와(5km) 상주 버스 종점까지 10km 코스가 끝이 난다.

우리는 상주해안길 초입에 차를 주차해놓고 제방길을 되짚어 시작점으로 돌아오면서 총 15km 코스를 걸었는데, 차량 이용자의 경우 원래의 코스대로 걸으려면 코스 종점인 상주에 주차를 한 후 마을버스 2번을 타고 면사무소에 내려 걷기를 시작하는 게 편리하다. 도보여행자의 경우에는 마을버스 마지막 배차시간을 기억하여 움직이고 반려견의 체력을 감안하여 코스를 정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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