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평택] 자연과 사람, 음악이 함께하는 '평택호관광지 수변테크'

2020-05 이 달의 추천길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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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걷기여행

자연과 사람, 음악이 함께하는

'평택호관광지 수변테크

사색의 길'

장경아 여행작가



뜻한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봄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 중이었던 나는 집 안에서 간단한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 무료하게 누워 있는 올해로 17살이 된 말티즈 두 마리. 움직이는 햇살을 따라다니며 낮잠을 청하려 애쓰고 있었다. 유독 자동차를 타고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던 우리 집 반려견들. 거리 두기에는 동물도 예외는 없는지라 녀석들도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오늘따라 그 모습이 유독 애처로워 보였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반려견들을 포함한 우리 가족은 지금쯤 봄 바다를 만끽하고 있었을 텐데. 움직임이 조심스러운 이 시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하는 잠깐의 집 근처 산책도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그래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봄을, 집 안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나는 아주 큰 결심을 했다. 비교적 한산한 평일 오후를 이용해 근교 평택호수공원에 잠깐 바람을 쐬러 가기로 한 것이다.

인공담수호,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다.


내가 사는 곳 동탄신도시에서 자동차로 약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평택호. 이곳은 충남 아산시와 경기 평택시 사이에 아산만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 담수 호수다. 농업용수를 제공하고 역류하는 서해 조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 호수는 1974년에 준공되었으니 나름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하나의 호수를 마주하고 있는 두 도시. 그런 탓에 평택시와 아산시는 호수의 명칭에 들어가는 도시의 이름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걷는 것이 목적인 나에게는 이곳의 이름이 무엇인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기억 속, 자주 불리던 아산호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몇 번 왔었던 이곳이 마치 처음 온 장소같이 느껴졌다. 이름에 집착하는 두 도시의 속 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될 법도 했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평택호의 자연경관을 활용하여 수변 데크길, 레저 타운, 전망대, 모래톱 공원, 국악관, 자동차 극장 등 다양한 문화, 체육 시설들로 구성된 대규모 관광지로, 가족 단위로 찾아 하루 시간을 보내기에 특히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는 시설을 이용하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간단하게 산책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국악의 숨결이 흐르는 소리길





평택호 수변테크 사색의 길의 정식 명칭은 ‘소리길’이다. 소리길은 출발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보통의 호수 산책길과는 달리 호수 일부분만을 이동하는 직선형 코스다. 그 때문에 모래톱 공원과 레저타운 두 곳 중,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대부분 사람이 대규모 주차장이 마련된 모래톱 공원 쪽에서 출발하는데, 나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한산한 레저타운쪽 주차장을 택했다. 반려견들과 함께 산책하기 위해서 말이다.





산책을 시작하기 전, 관광 정보센터가 보이기에 잠깐 들러볼까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고 있었다. 언제쯤 이 위기의 시간이 끝날지 생각하니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형형색색 작은 오리배들이 잔잔한 호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소소한 위로의 순간,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호수에는 오리배뿐 아니라, 중앙에 대형 분수도 설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여름이면 꽤 볼만할 것 같았다.


근래의 날씨 중에 가장 따뜻했던 날. 걷기를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았지만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두 마리 반려견들까지 챙기려니 별거 아닌 산책도 조금 버겁게 느껴졌다. 개모차 안에 타고 있던 녀석들도 더워 죽겠는지 헉헉 소리가 더욱 가빠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벚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연분홍 벚꽃잎이 눈처럼 떨어지며 눈부신 벚꽃엔딩이 연출되었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동안은 반려견들과 함께 꽃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코스의 중간 정도 이르렀을 때 특별한 모양의 의자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해금이라는 안내판이 쓰여 있었다. 그 이름을 보니 그제야 이 길의 이름이 소리길이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산책 초반에 벚꽃에 너무 현혹되어 있었나 보다.

500년 전부터 경기음악의 중심지였다는 평택. 그래서 평택호 데크길에는 평택의 4대 소리인 지영희 선생(평택 출신 국악현대화의 아버지)의 국악, 평택민요, 평택농악, 동요‘노을’을 들을 수 있는 소리 의자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소리길의 의자들은 전통악기 또는 장단을 형상화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보는 것은 물론, 반려견들과 추억 사진을 찍기에도 제격이어서 의자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멈추게 되었다. 반려견들도 싫지 않았는지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엎드려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얼마를 더 걸어가자 제법 멋들어진 현대식 건물인 국악관과 만나게 되었다. 건물 앞에는 해금을 켜고 있는 모습의 국악인 형상을 한 동상이 놓여있었는데, 바로 이분이 평택 출신 국악인 지영희 선생이라고 했다. 1km가 조금 넘는 이 짧은 길에 이렇게나 다채로운 소리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라 생각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반려견들과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길을 이어나갔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는 힐링의 시간




약 30분 정도 걸었을까? 넓은 공터가 펼쳐진 모래톱 공원이 펼쳐졌다. 소리길도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이다. 모래톱 공원에는 우리처럼 거리 두기의 답답함을 피해 산책을 나온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래 매년 봄이면 이곳에서 유채꽃의 향연과 함께 다양한 문화 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올해는 모두 취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내년을 기약하며 너무 서운해하지 않기로 했다.




호수가 보이는 잔디밭에는 역시 소리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그중에서도 마치 농악대의 상모를 닮은 의자가 유독 마음에 들어서 반려견들과 함께 앉아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벚나무들이 서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꽃들을 느끼고 싶어 반려견들을 데리고 나무 아래 서서 떨어지는 꽃잎을 맞이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요란하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꿀을 따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벌들의 모습이 보였다. 환경 오염과 함께 점차 사라져가는 귀한 꿀벌을 이렇게나 잔뜩 볼 수 있다니! 소리길이 나와 반려견들에게 선물한 봄의 아름다움에 감사했다. 덕분에 모처럼 축 늘어진 어깨가 으쓱, 마음에는 힐링의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반려견들에게도 이 좋은 기운이 닿았기를 바라며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집에 가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니 꽤 신나는 산책이었나 보다. 나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잠깐의 거리 두기 일탈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마스크가 필요 없는 다음번 소리길 산책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반려견들과 즐겁게 걷기 좋은 산책길



평택호를 따라 나무 데크로 이어진 평지 1.2km를 걷게 되는 산책코스 '평택호관광지 수변테크 사색의 길'. 푸른 호수를 바라보며 걷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녹음 우거진 나무의 싱그러움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뿐인가? 때때로 마주치는 특별한 소리 의자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며 흘러나오는 우리 가락에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절로 흥이 나는 것 같았다. 또한, 밤이면 더 아름다울 조명 장식들도 걷기에 심심함을 덜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경사와 장애물이 없는 길은 걷기에 편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코스는 목줄을 하고 있는 반려견들과 발맞추어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노령견을 위한 개모차를 끌기에도 안성맞춤었던 소리길은 사람과 반려견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산책길이었다.


▶︎걷는 시간

약 40분

▶︎거리

1.5km

▶︎걷기 순서

평택호관광안내소~(0.7km)전망대~(0.2km)요트선착장~(0.2km)한국소리터~ (0.1km)모래톱공원

▶︎코스 난이도

쉬움


▶︎화장실

지영희국악관 외 3곳

▶︎음식점 및 매점

합덕상회, 그린편의점, 호반미니마트

▶︎교통편

평택 공용버스터미널에서 8340번 버스 승차 후 권관2리 입구 정류장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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