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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진주] 알쓸신잡3의 여행지 진주의 가볼만한곳 남가람문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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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겨울은 따뜻할 거예요,
진주 남가람문화거리

 

 

 

 붉디붉어 한껏 뽐내던 단풍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길에서 뒹굴던 낙엽은 초라히 생을 마감하며 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계절은 태양도 게으르게 만들고 아침은 지각생이 되어 집 창문에 겸연쩍게 몸을 기댄다. 몸 안에 일조량이 메말랐다는 신호가 들릴 때쯤 간절한 마음으로 시선을 남쪽으로 향했다. 겨울의 입구에서 쉽게 타협하지 않고 자리를 내주지 않을 따뜻함이 절실했기 때문. 추위가 조금 늦게 찾아올 것 같은 진주 남가람문화거리를 찾은 이유다.

 

 


남가람문화거리

 

 

 

 

12월의 남강은 따뜻함을 안고 흐른다.

 

 

 

 

 남강변에 있는 진양교에서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진주교까지 2.0㎞ 길이 남가람문화거리 중 문화예술의 거리 구간이다. 진주교에서 천수교까지 0.9㎞ 길은 역사의 거리 구간에 해당한다. 길을 걷기 전 진양교에 잠시 올랐다. 선학산에서 흘러나온 산자락을 거울처럼 투명한 남강이 비치고 있었다. 12월의 진주는 애써 추위를 재촉하지 않는 듯 걷기에 딱 알맞은 날씨를 여행자에게 허락했다.

 

 


진양교 위에서 본 남가람문화거리

 

 

 진양교에서 내려왔다.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는 이들이 보였다. 전용도로 위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시민도 많았다.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숲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심 한가운데 대나무가 이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숲이라니. 무심코 길을 걷다 그립던 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숲길에 들어섰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대나무가 주위를 감쌌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들이 부딪혀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신비롭다.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남강은 이채로운 풍경을 선물했다. 대숲길에는 벤치와 조명이 있어 걷거나 쉬기에 편하다. 중간에는 남강과 진주성, 촉석루 방향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데크도 있다. 남가람문화거리는 강을 따라 평지에 조성한 길이다. 전체를 걷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부터 서둘러 걷지 말라는 듯 만든 거리다. 그러니 이곳에서만큼은 발걸음에 가속페달을 밟지 말도록 하자. 조급히 걸을 이유가 없는 길.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망 데크에서 잠시 여유를 즐겼다. 초겨울의 남강은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대숲길 산책로

 

 

 

 

남강과 진주성이 그려진 풍경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강변길로 내려왔다. 남강 건너 아찔한 절벽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강물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방금 본 하늘로 곧게 뻗은 대나무와 강 건너 깎아지른 절벽이 진주의 절개와 닮았다.

 

 


조각공원에 있는 작품 <신세계(新世界)를 찾아서 ― 십장생(十長生)>(왼쪽)과 <형평운동기념탑>(오른쪽)

 

 

 강변길을 걷다 인도 쪽으로 올라 조각공원에 들어섰다. <비상(飛翔)>, <신세계(新世界)를 찾아서 ― 십장생(十長生)> 등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저울처럼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23년 진주에서 창립한 형평사를 기념하는 <형평운동기념탑>도 보인다. 조각공원 다음은 다양한 문화공연과 전시를 볼 수 있는 야외공연장과 경남문화예술회관이다. 야외공연장이 보이는 광장에는 <인연>이라는 제목의 대형 조각 작품도 있다. 진주교 아래쪽 아치 사이에는 논개가 왜군 장수를 안고 남강에 투신할 때 손가락이 빠지지 않기 위해 낀 가락지를 상징하는 금색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아치 사이에 논개가 꼈던 가락지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한 진주교

 

 

 진주교를 경계로 역사의 거리가 시작했다. 길 이름답게 다리를 건너자마자 강 건너로 절경의 파노라마가 나타났다. 진주성과 촉석루, 의암이 한눈에 담기 벅찰 만큼 넓게 드러난 광경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천년광장은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진주성, 촉석루 풍광이 좀 더 잘 보이는 높이에 있다. 광장 가운데 설치한 분수와 이를 닮은 조형물도 볼거리다.

 

 


천년광장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진주 백성의 희생

 

 

 

 

 남가람문화거리는 전체 2.9㎞다. 길이 짧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천수교 건너 진주성으로 향했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우리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던 장소다. 한산도대첩, 행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리는 진주성대첩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첫 전투에서는 김시민 장군을 비롯해 군사와 백성들이 힘을 합쳐 진주성을 끝까지 지켜냈다. 조선군은 두 번째 싸움에서 크게 패했다. 1차 전투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대군을 몰고 다시 침입한 왜군에게 무려 7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논개가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던 것도 이때다.

 

 


남가람문화거리에서 본 촉석루

 

 

 천수교를 건너 인사동 골동품거리가 시작하기 전 진주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매표소를 발견했다. 호국사, 진주박물관, 서장대를 지나 촉석루로 이동했다. 진주성 남쪽에 있어 남장대(南將臺)라고도 불리는 촉석루는 마치 절벽을 기단 삼아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남가람문화거리에서 본 풍경만큼이나 이곳 촉석루에서 감상하는 남강의 경치도 일품이다. 진주시 여행의 첫 코스로 손색이 없다. 촉석루 바로 옆은 논개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의기사(義妓祠)다.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장소다.

 

 


천년광장에서 본 촉석루

 


촉석루 내부

 

 

 촉석루 아래쪽 계단을 이용해 남강 쪽으로 내려갔다. 역사의 현장으로 가는 길이다. 논개가 왜군 장수를 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던 의암을 보기 위해서다. 난간이 없어 내려가는 길이 아슬아슬하다. 의암은 남강 쪽으로 뚝 떨어져 나간 바위다. 인조 7년(1629년) 진주 출신의 선비 정대륭이 바위 옆에 의암(義巖)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지금도 흐릿한 글씨를 볼 수 있다. 의암이라 불리기 전에는 바위 모양과 위치가 위험하다는 의미로 위암(危巖)이라고도 불렸다. 위암이라는 이름처럼 어떻게 여기서 적군의 우두머리를 껴안고 뛰어내릴 생각을 했을지 상상하기 어려운 바위다.

 

 


의기사(왼쪽). 의암(오른쪽)

 

 

 

 

 

 

 

 

▶걷는 거리
(편도코스) 약 2.9㎞

 

▶걷는 시간
(편도코스) 1시간

 

▶걷기 순서
(편도코스) 진양교 → 경남문화예술회관 → 진주교 → 천년광장 → 천수교

 

▶난이도
하 (편도코스)
 
▶교통편
○자동차 : 경상남도 진주시 망경동, 칠암동 일대
○대중교통 : 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양교 방향 약 500m 직진

 

 

 

 

 

 

 

 

▶화장실
남가람문화거리와 진주성에 화장실 있음.

 

▶식수 및 식사
남가람문화거리와 진주성 주변에 식당, 편의점, 매점 등 영업 중.

 

▶숙박업소
진주시 내에 호텔,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 있음.

 

▶문의전화
진주시청 관광진흥과 055-749-8586

 

 

 

 

 

글, 사진 : 이시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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