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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귀포] 바다 따라가는 길 제주올레 6코스

2020-09 이 달의 추천길 2020-09-13
조회수754

바다 따라가는 길,

제주 올레길 06코스

글, 사진: 여행작가 이나라





제대로 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내리 비만 오더니 오더니 얼마 만에 내리쬐는 햇볕인지. 마침 우리가 걷기로 약속한 날부터 높은 기온은 물론이거니와 제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습기까지 살짝 걱정되는 무더위 속에서 우리의 걸음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걸을 올레길 06코스는 서귀포 쇠소깍에서 시작하여 서귀포 올레시장을 지나쳐 마무리되는데 시내에서 여정이 끝나기 때문에 다 걷고 난 후에는 택시를 타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 걸어보는 올레길에 설레는 기대보다는 얼마나 길까, 더울까 걱정이 더 앞선 채로 쇠소깍에서 올레길 도장을 쿵 찍으며 호기로운 발걸음으로 우리의 여정을 내디뎌 본다.


올레길에서 마주하는 첫 풍경은 제주 서귀포의 관광지 쇠소깍이 반겨준다. 소가 와서 물을 먹는 곳이라는 뜻이라던데 이곳에서 어떻게 소가 물을 먹었는지는 신기할 따름이다. 에메랄드 물빛 위에 투명카누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국적이기만 한데 말이다.


쇠소깍을 옆으로 끼고 걷다가 큰 길이 나오면 곧장 이 검은 모래 해변이 보이는데 이 바다를 시작으로 우리는 계속 바다를 옆에 두고 올레길을 함께 걷게 된다. 관광객들과 섞여 바다 사진을 찍으며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무작정 더울 것 같았던 날씨도 바다와 함께 하는 바람이 주르륵 흐르던 땀을 식혀주기도 하니까




올레길 06코스 지나는 길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싶어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트레킹 길을 걸을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다. 고개를 완전히 하늘 쪽으로 올려다봐야 볼 수 있는 야자나무숲도 나오는데 이렇게 다양한 풍경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니 지루할 틈 없이 테이크아웃한 커피와 함께 올리길 초반부가 지나간다.




말이 조금씩 사라지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걷고 있을 때 우린 어느 포구의 귀여운 마을을 걷고 있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돌담으로 이어지는 높은 건물이 없는 낮은 마을이, 또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유난히 더 파란 서귀포 바다가 꾸준히 우리 옆에서 같이 걸어준다.


올레길을 처음 걸어보는 터라 많이 힘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어디 가고 땀은 주르륵 흐르면서 얼굴 벌건 우리가 이 정도면 할만하지? 하며 올레길 풍경에 들떠서 말하는 우리가 그저 웃겼다. 날씨가 좋으면 뭐든 다 예뻐 보이는 건지 바다 옆 마을이 평화로워 좋았던 건지 어떤 것이었든 중요하지 않았다.


올레길의 중반쯤 온 것 같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걷기 편한 보도로 무난히 잘 걸어왔지만 계속되는 그늘 없는 길에 배낭을 멘 어깨가 다 땀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언제쯤 그늘이 나올까? 바다를 계속 보면서 올 수 있어서 좋았던 건 분명했지만 이쯤이면 숲길이 나와서 땀과 열로 범벅된 우리를 시원한 그늘로 덮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보목포구를 지나니 올레길을 표시해 주는 나무에 묶인 리본이 우리가 여태 걸어오던 보도가 아닌 이곳으로 가는 게 맞나? 할 정도의 좁은 길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숲길이었는데 바다 옆 숲길은 우리가 여태 걸어온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로즈 해질 번 했던 길 위의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늘과 바람은 덤으로 이참에 정자에 앉아 한 템포 쉬어가는 건 어떨까?


올레길 표식을 따라 오솔길 같은 숲길을 걸어 나오면 또다시 탁 트인 잘 포장된 길이 나타난다. 이번에 큰 길은 전과 다르게 드디어 저 멀찍이 서귀포 시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드디어 우리가 길 후반부에 들어섰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과 함께 걸을 수 있었다.

검은여 라는 곳을 지나면서 우리가 여태 걸어온 길과 다르게 좀 더 험한 길을 걷게 되는데 저번 주에 비가 많이 온 탓인지 우리가 지나가야 하는 건널목에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물인지 물이 아주 차가웠는데 이참에 신발과 양말을 벗고 건너가보기로 했다. 더위에 범벅되어 있는 우리는 오히려 잘 되었다며 자연 에어컨 같은 이 차가운 물에서 더위를 씻고 이런 것마저 재미있다며 남은 후반부 올레길을 걸을 힘을 얻었다.



올레길 걷는 중에 마주치는 관광지로 초반에는 쇠소깍이 있었다면 후반부에는 정방폭포가 있다. 정방폭포를 다녀오면 본격적으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정방폭포 매표소를 지나치고 바로 시내로 향했다.



온종일 바다를 보며 걷다가 갑자기 차도에 차가 쌩쌩 달리고 상점들과 여행객들을 다시 보니 오늘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늘  도시 속에 있었는데도 그 몇 시간 자연에서 걸었다고 그리 번잡하지도 않은 시내가 낯설다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랬던가 집 앞에 나와 물끄러미 세상 구경을 하시는 할머니와 서귀포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객들, 그리고 열심히 쇠소깍에서부터 걸어왔던 우리 같은 올레길 걷는 사람들,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해있는 것이 새삼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도심 속을 걷다 보면 역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한가 보다.




이제 정말 막바지, 도심의 입구에서 정말 도심 속으로 들어왔다. 이중섭거리의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면 서귀포의 명소 올레시장이 나오는데 오르막을 오르기도 했고 갑자기 북적이는 탓에 이쯤 하니 택시를 타고 다시 쇠소깍으로 돌아갈까 하는 유혹이 들었다. 하지만 올레길을 쭉 걸었으며 중간중간  스탬프를 찍는 지점에서 가져온 수첩에 하나하나씩 도장을 찍어오다 보니 조금만 더 참고 걸어가서 06코스 끝 지점에서 마무리 도장을 찍어야겠다고 다시 나를 다독였다.


올레길 06코스의 종점인 올레길 센터에 도착했다. 내리 죄는 날씨에 우리가 완주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즐겁게 제주의 풍경과 바람과 함께 걸었다. 해냈다는 뿌듯함을 담아 수첩에 마지막 도장을 찍고 나니 오늘 하루의 해가 내려앉고 있었다. 종점에서 기념을 하고 택시를 잡아 쇠소깍으로 돌아가는데 우리가 종일 걸었던 길을 택시로 이렇게 금방 오니까 기분이 꽤 이상했다. 오늘 하루 열심히 걸으며 그 길에 에피소드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이 생겨 뿌듯했고 코로나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는 갈증이 살짝 풀린 것 같아 후련하기도 했다. 우리의 첫 올레길의 시작이 좋았던 것인지 날씨가 좀 더 선선해지면 다른 올레길을 걸어보자고 기약 없는 약속을 해본다.



▶코스 경로: 쇠소깍 → 제지기오름 정상 2.1km → 보목포구 3.3km → 구두미포구 4.4km → 보목하수처리장 5.4km → 검은여 6.9km → 제주올레 사무국 7.9km → 정방폭포 8.3km → 서복전시관(A,B 갈림길) 8.9km → A :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9.8km / B : 서귀포항 9.8km → A : 시공원 입구 10.7km / B : 새연교 주차장 10.9km → 시공원 출구(AB 합류) 12.2km → 삼매봉 입구 12.6km → 외돌개 13.9km 올레 종점이 바뀌었고 서귀포 정방폭포, 서복전시관에서 자구리 해안쪽에서 이중섭거리로 가서 매일올레시장앞을 경유해서 종점으로 가게 바뀜.

▶거리 : 11.6km

▶소요 시간: 5시간

▶코스 타입: 비순환형

▶난이도: 보통

▶편의시설:

화장실:열린화장실 외 7개소

식수: 없음

매점: 쇠소깍 부근, 보목항 부근, 서귀포 자구리포구 부근, 서귀진지 앞, 이중섭거리 내, 매일올레시장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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