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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귀포시] 한적하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머체왓숲길'

2020-11 이 달의 추천길 2020-11-30
조회수1,018

한적하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숲길

머체왓숲길

글 : 최예지, 사진 : 문성주


숲을 좋아한다. 특히 파란 하늘과 햇빛이 쨍한 날, 숲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신비한 재주가 있다.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그 빛과 그림자는 아주 찰나이기에 순간에 집중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지금, 여기’ 두 단어를 떠올리며 한 걸음, 한걸음 집중해서 걷는 숲은 마음을 비우기 제격이다.

요즘 제주 사려니숲길은 주차할 곳이 없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비자림 역시 일찍 가지 않는다면 제2주차장까지 자동차가 가득하여 한적한 숲을 즐길 수 없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줄을 서서 숲을 걸어야 하는데,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와 푸른 숲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두기 어렵다.

그런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숲길이 있다.

머체왓숲길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숲길이다.

‘머체왓’이라는 말은 이 일대가 머체(돌 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로 이루어진 밭(왓)을 일컫는 제주어에서 비롯됐다.

머체왓숲길은 초원과 삼나무·편백나무 등이 어우러진 울창한 원시림을 비롯해

긴 하천인 서중천 계곡까지 끼고 있어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목장과 서중천 계곡을 끼고 거닐 수 있는 탐방로인 머체왓숲길(6.7km,2시간30분)과 머체왓소롱콧길 (6.3km,2시간20분)로 구성돼 있다.

이중 머체왓숲길은 목장을 테마로 한 숲길로, 느쟁이왓다리·산림 욕치유쉼터·머체왓집터·목장길·서중천숲터널·참꽃나무숲길 등

총 6.7km에 걸쳐 다양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머체왓 소롱콧길은 서중천과 주변의 작은 하천을 중심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여러 잡목들이 우거진 숲길로,

그 일대의 지형이 마치 작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유래된 명칭이다.

특히 두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서중천은 총 12km에 이르는 제주에서 세 번째로 긴 하천으로,

용암수로와 용암바위 등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머체왓소롱콧길을 걸었다. 소롱콧길로 진입하기 전, 주차장에는 메밀꽃이 만개되어 있었다.

10 월 제주에는 메밀꽃이 핀다. 자세히 보면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들인데, 그 꽃들이 모여서 하얀 밭으로 보인다.

이따금 일상이 지루할 땐 메밀밭을 떠올리곤 한다.

결국 작은 일상들이 모여 인생을 만들 듯, 하루하루 열심히 꽃을 심다 보면 언젠가 내 인생도 저리 고운 하얀 빛을 내지 않을까 싶어.

메밀밭 위로 커다란 한라산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태풍으로 인해 진입로가 잠시 공사 중이라 메밀밭을 가로 질러 소롱콧길로 향했다.

<소롱콧길> 이정표를 따라 숲길에 진입했다.

출발점에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이면 넉넉하게 걸을 수 있다.


머체왓숲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숲이다.

우리도 두 시간 반 동안 걷는 내내 한 팀만 만날 정도로 인적이 드문 숲이었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나무가 울창하고 길이가 길어 어두웠다.

혹시 홀로 걷는 여행자라면 일몰 시간을 잘 체크하고, 중간에 핸드폰이 터지지 않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머체왓숲길은 사려니숲길이나 비자림처럼 잘 가꾸어진 숲이 아니라 곶자왈처럼 야생의 숲에 가깝다.

‘머체왓숲길’이라고 적혀있는 노란색 리본을 잘 찾아 걸어야 한다. 중간중간 길이 헷갈릴 때는 노란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빽빽한 나무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마치 조명을 비춘 듯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그 순간이 참 좋다.

조명 아래 초록 식물들이 나의 삶의 어서 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만 같다.




나무가 크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터라 파란 하늘이었지만 숲은 어두웠다.

혼자 왔으면 다시 돌아갔을 정도로 꽤나 어두운 편이었고 사람이 없었다.



조금 무서워질 찰나 빛이 보인다. 갑자기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숨통이 트인다. 뭔가 또 다른 숲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안내센터에서 2km 정도 걸으면 머체왓편백낭쉼터가 나온다. 간단하게 챙겨온 간식을 먹기 좋았다.

이제부터 울창한 편백나무의 세계가 펼쳐진다.



안내센터에서 2km 정도 걸으면 머체왓편백낭쉼터가 나온다. 간단하게 챙겨온 간식을 먹기 좋았다. 이제부터 울창한 편백나무의 세계가 펼쳐진다.


숲에 깊숙하게 들어오면 바람을 보인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이 보이 고 나무 뒤로 구름이 흘러간다. 역시나 원한 건 없다고 숲이 일러준다.

바람이 한 번씩 크게 머물다 갈 때 내는 바람 소리에 집중해보자. 그 바람에 고민이나 걱정 그런 것들을 함께 실어서 보내보자.

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깊은숨이 느껴질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머체왓숲길은 정돈된 숲길이라기보다 곶자왈을 닮았다.

제주 곶자왈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

[네이버 지식백과]

곶자왈처럼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있어 발바닥과 발목이 조금 아플 수 있다.

나무의 뿌리가 흙으로 덮여있지 않고 다 드러나 있고, 돌이 많기 때문에 매끄럽게 걷지 못한다.

간편한 옷차림에 트래킹화나 운동화가 적당하다.

사람 없는 숲은 오랜만이었다. 숲에 온전히 우리만 있었다.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나뭇가지가 밟 히는 소리, 이따금 바람이 크게 머물다 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정돈되지 않은 숲을 걸을 때는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직 발걸음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잡념이 사라지곤 한다.

‘오직 이 순간’에 집중할 뿐이다.

비자림을 걸으면서 이것저것 떠올리며 걷는 것도 좋지만, 야생 숲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에 집중해서 걷는 것 역시 크나큰 매력이다.

전체 코스 1/3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다. 혼자 걷을 예정인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산책길 중간중간 국가지점번호를 사진으로 찍어두시면 혹시나 모를 조난사고에 위치 파악이 쉬워지니 꼭 찍어두자.


뿌리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나무는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 눈에는 뒤엉켜 있는 것 같지만, 나무들은 서로를 배려해 항상 틈을 만들어 놓는다고 했다.

물이나 양이 부족하면 스스로 가지를 자르고, 햇빛을 나눠 가지기 위해 서로의 간격을 조절한다고 했다.

문득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떠올린다.

보여지는 게 너무나 중요한 이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되자 다짐한다.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숲에서 처음으로 다른 이를 만났다.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가져오셔서 숲 가운데서 즐기고 계셨다.

다음번에 걸을 때는 꼭 따뜻한 커피를 가져오리라 다짐한다. 숲에는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평상이 많아 숲을 즐기기 제격이었다.

카메라에 다 안 담길 만큼 숲은 길고 울창했다. 또한 숲길 도중에는 제주의 전통 무덤 형식을 엿볼 수 있는 오래된 묘소도 만날 수 있다.


제주에서 3번째로 긴 하천이라고 하는 서중천이 왼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이 많이 말라있었지만, 만약 물이 차있어 물소리까지 들렸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좋았다.

비록 물이 많이 없긴 했어도 숲과 바위, 돌이라니. 이 두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물에 비친 하늘도, 돌 틈으로 떨어지는 햇살과 그림자도 모두 매력적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숲 자체가 울창하기 때문에 많이 어둡다.

우리가 걸었을 때에는 파란 하늘에 해까지 쨍한 날이라 중간중간 빛이 많이 들어와 덜 어둡게 느껴졌지만,

만약 날이 흐렸다면 더 어두워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 한적한 숲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제격인 숲이다.


물이 있는 숲이라니! 진귀한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서중천 습지에서부터는 왼편에 서중천을 끼고 내려오게 된다.

바다를 왼편이든 오른 편에 두고 걷는 걸 좋아하는데, 숲에서 물을 왼편에 두고 걷는 건 정말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야말로 나무, 물, 구 름, 돌- 제주의 모든 게 다 담긴 숲이다.



처음 시작했던 주차장으로 가려면 <안내센터>를 꼭 기억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안내센터>가 표시된 방향으로 걷는다. 여전히 왼편에는 서중천이있다.

 


숲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코스. 이제는 숲의 세계에서 나올 시간이다.

괜히 아쉬워 나무가 만든 그늘진 곳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도토리를 줍고, 낙엽을 소리 내어 밟는다.


저 문을 열고 나오면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숲의 시간도 모두 끝이 난다.

쨍하게 비치는 햇살을 마주하자 마치 다른 세계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잘 다녀왔냐고 우리를 맞이하는 메밀밭과 나무. 돌무더기 밭이라는 뜻을 지닌 머체왓숲길.

정돈되지 않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특히나 초원지대 목장과 연결된 숲은 동백나무숲, 편백숲, 삼나무숲 등 각종 나무숲으로 이어지다가

계곡(서중천)을 따라 또다시 자연의 숲으로 연결되는 코스다.

계곡과 숲길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자연은 제주 생태계의 다양성을 그 대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숲이 이 모습 그대로 보존되길 바란다.

TIP. 제주의 오름이나 숲길을 걸을 때는 간편한 옷차림에 트래킹화, 운동화와 간단한 간식과 물을 챙기면 좋아요.



▶코스 경로: 방문객지원센터 - 돌담쉼터 - 느쟁이왓다리 - 방애흑 - 야생화길 - 머체왓전망대 - 산림욕숲길 - 머체왓집터 - 목장길 - 서중천숲터널 - 오리튼물 - 참꽃나무숲길 - 방문객지원센터

입구 주변에 대형 저류지 공사로 인하여 우회하여 진입해야해서 기존코스와 약간의 차이가 있음

▶거리: 6.7 km

▶소요 시간: 2시간 30분

▶코스 타입: 비순환형

▶난이도: 쉬움

▶편의시설:

화장실:코스 내 1개소

식수: 방문자 센터

매점: 방문자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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