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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울주군] 가을의 전령 단풍과 억새의 향연, '하늘 억새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

2020-11 이 달의 추천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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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령 단풍과 억새의 향연, 영남알프스에서 만추를 만나다.

하늘 억새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

글,사진 : 여행작가 노성경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산정 아래로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억새가 장관이다. 두 눈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규모도 대단하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로 손꼽히는 억새 군락지 영남알프스의 억새 평원의 모습이다.

해발 고도 1,000m가 넘는 산과 산 사이에 넓게 펼쳐진 억새 군락지는 봄에는 생명을 꽃피우기 시작하는 파릇파릇한 새순이,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온 들판 가득 메워 춤을 추는 억새꽃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계절의 정취를 오롯이 품을 수 있는 곳에 명품 길이 빠질 수 없다. 이름만 들어도 소경이 아른거리는 <하늘억새길>이 그곳에 있다.

하늘, 억새, 바람, 단풍, 운무 등의 테마로 이루어진 하늘억새길은 1구간 단 억새바람길부터 2구간 단조성터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

4구간 단풍 사색길, 5구간 달 오름까지 5개 구간, 총거리 29.7km로 이루어진 순환 탐방로이다.

수려한 장관에 1년 365일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색동옷을 입은 단풍과 늦은 오후의 포근한 볕에 일렁이는 억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을이 절정이다.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없는 명품 가을길을 소개한다.


해발고도 1,000m의 산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명품 순환탐방로 하늘억새길


어느 구간을 가든 만추가 깃든 절경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하늘억새길.

그중, 11월 가을이면 사자평 억새길이 백미로 손꼽힌다.

양산 배내골 죽전마을에서 시작해 주암 삼거리를 지나 재약산 수미봉과 천황상 사자봉을 거니는 코스는

하늘억새길의 장점만 모아 놓은 축소판이다.

문제는 코스의 종점이 천황산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종점에서 여정을 끝낼 수가 없다는 것.

산 정상에서 하산을 다시 생각해야 된다.

코스대로 걷는다면 4구간 종점은 배내고개에 들어서 여정을 끝낼 수가 있지만 무려 7km를 더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4구간 사이에 케이블카를 통해 밀양 얼음골로 하산할 수가 있다.

이번 여정은 밀양 케이블카를 통해 천황산으로 단 번에 올라 역으로 진행하여 3구간 시점인 죽전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현존 최장거리 케이블카에 올라

절정으로 치닫는 가을의 정취를 감상하다.




시작부터 장관이었다. 울긋불긋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눈과 마음이 시원하기만 했던 짙푸른 수목은 어느샌가 색동의 저고리를 각각의 매력을 뽐냈다.

케이블카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자연의 색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선로 길이만 1.8km, 상부역사 해발 약 1,020m로 현존 국내 최장거리의 왕복식 케이블카가 선사하는 뷰는

이 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선물의 다름이 아니었다. 케이블카에 탑승한 등산객들의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하부역사에서 상부역사까지 약 10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게 색이라지만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분명 같은 곳에서 담았건만 온도 차이가 한눈에 두드러질 정도로 명확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붉은 색조가 짙어졌다. 봄에서 가을까지. 그 짧은 시간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의 단풍이 달랐다고 했다. 이 글을 쓰는 순간과 글을 읽고 방문하는 그 사이에도 많이 달라져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걱정 말라.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움은 4계절 365일 함께할 테니.



 





케이블카 상부역사에서 본격적인 출발 지점인 천황산까지는 약 2.5km 정도 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케이블카의 높이는 1,020m이고, 천황산 정상의 높이는 1,119m로 고도 차이가 크지 않다.

실제로, 그사이 능선을 따라 완만한 길이 펼쳐지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지만 갑자기 고도가 높아졌기에

자칫 잘못하면 고산의 증상을 느낄 수도 있으니 적당하게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부작사부작 산책하듯이 걸으면서 중간중간 컨디션을 체크하도록 하자.



앞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때 와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계절마저도 변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이를테면 가을의 끝자락에 서있는 느낌이랄까?? 초록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주황으로, 주황에서 빨강으로 변하기 시작한 단풍이 천황산 정상 부근에서는 시들어 메말라 가고 있었다.

생명을 잃고 땅으로 떨어진 나뭇잎이 등산화에 깔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나무가 하늘이 빽빽하게 채웠다 사라졌다가를 몇 번 반복하더니 이내 곧 완전한 하늘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능선이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나 빼어난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다니. 케이블카에 감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꽤 쌀쌀했다. 하지만 춥다기보다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지금의 모습이 길었으면 했다.

앞에선 이름 모를 등산객들의 그리고, 뒤에선 지인들의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중간중간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또 곳곳에 등산로가 표시된 안내판까지 있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등산객들에게 길을 묻는 것이다.

이맘때 영남 알프스를 찾는 사람치곤 전문가 아닌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궁금한 모든 내용에 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천황산 사자봉

8,9부 능선을 가득 메운 억새의 향연




천황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졌다. 영남알프스 전체 면적 255㎢ 중에서 710만여 ㎡에 해당하는 억새 군락지는 전국 제일이다. 어디에서부터 어디서까지 인지 한눈에 담을 수조차 없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수천, 수만 억새들의 춤사위는 장관이었다.

아직은 다 자리자 않는 어린 억새들이 대부분이었는데도 말이다.

11월 가을이 무르익은 만추가 되면, 노을이 수십만 평을 가득 채운 억새들을 비추어 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고자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영남알프스를 찾고 있다.






천황산 주변으로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영남의 알프스, 영남알프스다. 다른 곳도 아닌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유럽의 산세와 닮았기 때문이다.

본래 한국산은 뾰족하게 홀로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나, 영남알프스는 천황산(1,189m)과 함께 재약산(1,108m), 간월산(1,015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가지산(1,204m), 운문산(1,188m), 고헌산(1,032m), 문복산(1,0147m)까지 9개의 산이 해발 1,000m 이상의 높이를 자랑하며 키재기를 하듯이 이어져있다.

하나의 산도 아닌 9개의 산이 이어지면서 만들어 놓은 억새밭과 하늘길은 알프스 부럽지 않다.






천황산 사자봉에서 재약산 수미봉으로!!

해발고도 1,000m 능선을 가로지르다.


천황산을 찍고 다음은 재약산이다. 재약산의 높이는 1,108m로 천황산보다는 약 80m 정도가 낮다.

이대로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된다. 이야기만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계속되는 1,000m 고도에서의 이동.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숨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자.










세찬 가을바람에 구름도 쉴 틈이 없었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구름에 해도 고개를 내밀기 무섭게 숨어든다.

순식간에 수십 번씩 변하는 가을 날씨. 변화무쌍한 날씨에 억새의 색(色)도 시시각각 변했다.

노랗다가도 붉어지고 때로는 금색을 품기도 했다. 단풍이 물든 나무와 어우러질 때와 초록의 소나무들이 옆에 섰을 때가 또 달랐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지만, 억새의 변화는 시간마저도 초탈할 정도로 수없이 변했다.




알록달록한 단풍이 짙은 매력을 뽐내면 곧이어 갈대가 하늘하늘 춤사위를 추며 시선을 빼앗고,

갈대 너머로 굽이굽이 펼쳐진 능선이 감탄을 자아냈다.

기대했던 높고 푸른 가을 사람이 아닌 흐린 날씨가 펼쳐졌지만 감동은 여전했다.

산과 산 이름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사방에서 이름난 화백이 자신이 그려난 작품을 보라고 뽐내는 것만 같았다.


산 아래는 여전히 푸른 곳들이 있었지만, 정상 부근은 이미 빠알간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캔버스에 아무렇게나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모습인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바람도 좋았다.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흙 내음과 나무 내음이 신선했다. 먼 길을 힘들게 온 보람이 벌써부터 느껴졌다.

오길 잘했다. 오길 정말 잘했어 :)




수미봉을 찍고 대망의 사자평원과 마주하다




재약산 정상에 오르니 바로 그 '사자평'이 넓게 펼쳐졌다. 재약산과 천황산에 걸쳐있는 사자평은 억새와 습지의 천국이다.

특히, 재약산에 가까운 사자평 습지는 환경부 지정 보호구역으로,

삵을 필두로 아무르장비뱀, 천마, 멧새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 및 희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등산객들이 다니는 길에는 잘 나타나지 않으나 보호 및 주의가 요망된다.

그다음으로는 억새다. 습지와 더불어 펼쳐진 사자평원의 억새밭은 영남알프스 전체 군락지 중에서도 으뜸이다.







재약산 수미봉에서 사자평원으로 이어지는 계단.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긴 길이를 자랑한다.

3구간 정식 코스대로라면 올라와야 할 계단이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반대 노선으로 진행하면 내려가는 계단으로 만나게 된다.

천만다행인 상황.

전문 산악인이라면 오르막 구간이 없어서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으나

입문자인 '산린이'들에겐 기나긴 여정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 인기 있는 코스다.


사자평원의 억새는 천황산 정상 인근에서 만났던 억새와는 또 달랐다. 모습이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훨씬 더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사자평원에 유독 억새가 많은 이유는 목장과 연관이 있다고 있다.

그 옛날 먹을 게 없었던 시절, 목장 개간을 위해 나무를 베고 불을 내어 일부러 평원을 만들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철쭉이나 억새 명소로 변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을 영남알프스 인근에서 자란 택시 기사는 그 옛날 불을 피웠던 시기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배고픔의 기억이 있던 자리가 관광 명소로 변한 것을 놀라워하셨다.

배고픔이 잊히면서 산불을 내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사이 나무가 자라면서 억새 군락지의 규모 역시도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억새들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기대했던 포근한 오후의 빛에 금빛으로 물든 억새는 아니었지만, 가을바람이 더해진 억새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었다.

지금은 푸릇한 줄기마저도 억새의 그것과 같이 누렇게 익어 원숙미를 더하면 그 매력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그것을 보며 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구나 마음을 다독였다.




여정의 종반을 장식하는 단풍의 향연



사자평원과 습지를 지나면 단풍이 가득한 데크길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3구간의 시점인 죽전마을까지는 약 2.4km.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단풍과 억새의 향연을 모두 보고 난 뒤였을까?? 분명 짧은 거리인데 기대 이상의 인내를 요했다.

무엇보다 급격한 경사를 갈지(之)자를 그리며 내려가는 하산길이 상당한 체력을 요구했다. 무릎부터 종아리까지 근육통이 느껴졌다.

3-4구간 정도는 우습다고 말하며, 하늘억새길 1-5구간 전체 코스 29.7km를 무박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저 놀랍게만 여겨졌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나면 여정의 종점인 죽전마을이다. 케이블카를 탑승한 이후 약 7시간 20여 분이 지난 후였다.

마지막 하산 구간이 고비였으나 전체적으로 충분히 걸을만했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끝까지 빼어난 풍광이 함께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왜 그토록 영남알프스를 노래하는지 백번 알고도 남는 여정이었다.

10월 3주 차의 단풍과 억새가 이러했으니 11월 절정을 맞이한 단풍과 억새는 오죽할까.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영남알프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코스 경로:죽전마을 - 향로봉삼거리 - 사자평 -재약산 -천황재 -천황산

▶거리: 6.8 km

▶소요 시간: 4시간 30분

▶코스 타입: 비순환형

▶난이도: 보통

▶편의시설:

화장실:시작점(죽전마을)에 공중화장실 1개

식수: 사전에 준비

매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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