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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굽이굽이 과거로 떠나는 길, 소백산자락길 6코스

2020-11 이 달의 추천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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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과거로 떠나는 길

소백산자락길 0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

글, 사진 : 여행자 메이


사시느라 고생 많으셔. 앞으로도 부디 건강만 합시다.

장난스레 내뱉은 인사말로 엄마의 생일날이 밝았다. 여행자라는 신분을 갖게 되며 수많은 길을 혼자서 걸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엄마의 생일을 기념해 엄마와 나, 그리고 오빠까지 모여 함께 길을 걷기로 했다.

10월의 발갛게 물든 단풍들이, 나보다 더 산을 사랑하는 엄마에게 선물이 되리라, 작은 기대를 해본다.

오늘 택한 길은 2011년 ‘한국 관광의 별’로 등극된 바 있는 소백산 자락길이다.

그중에서도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로 향했다.





서울에서 차로 약 3시간을 달려 보발재 전망대에 도착했다.

참고로 이 길은 원점회귀를 하지 않기에 차량 이용 시, 목적지인 영춘면 사무소 근처에 주차 후 출발지로 돌아와도 되고,

출발지 근처인 보발재 전망대 앞에 주차 후 길이 끝난 뒤 버스, 택시를 이용해 되돌아와도 된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길을 시작하기에 앞서 보발재 전망대에서 보발재의 경치를 내려다보았다.

숨이 탁 트이는 이곳은 2017년 문화체육 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관광사진 공모전의 대상작 ‘굽이굽이 단풍길’의 배경지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옛길의 정취에 붉은 단풍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보발재 전망대에서 도보로 3분가량 걸어가면 6코스의 시작점이 나온다. 이곳에 작은 간이 공중 화장실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시작부터 가벼운 내리막과 오르막, 그리고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졌다. 길을 걸으며 엄마는 추억에 잠겼다.

“그래, 엄마 어릴 때 딱 이런 길을 한 시간 넘게 걸어서 학교를 다녔었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다 한 걸음 물러서 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이 길을 걸으며 과거를 추억하듯, 나는 언젠가 이 길을 셋이 걸었노라고 추억하며 그리워할 날이 있을 것 같아,

연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유사한 길이 이어졌다. 소나무와 단풍, 그리고 약간의 야생화가 길벗이 되었다.

조금 지루할 법 하면 왼쪽으로 탁 트인 조망 포인트가 나와주곤 했다.

참, 이 즈음 길가에서 뱀을 발견하였으니, 바닥을 잘 살피며 걷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 화장실이라고 쓰인 곳에서 10분 정도 더 걷자 널찍한 정자가 나왔다. 우리는 이곳에 간식거리를 펼쳐 놓고 작은 피크닉을 시작했다.

집에서 가져온 과일에 홍차, 직접 찐 옥수수, 길의 초입에서 산 감자떡까지,

혼자 걸을 때에는 기껏해야 배를 채우기 위해 초코바 몇 개 집어먹을 뿐이었는데, 엄마의 준비성 덕에 오늘은 작은 호사를 누렸다.

“감도 먹어봐, 달아.”

당신의 입으로 가져가기보다는 다 큰 아들딸에게 건네느라 분주한 손은 쉰 여느 해만큼이나 주름이 지어 있었다.





다시 시작한 굽이 길에는 아까보다 더 완연한 가을이 피어있었다. 그야말로 만추(晩秋).

오래된 소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잎의 풍경에 우리는 꽤 자주 발걸음을 멈췄다.

아직 채 지지 않은 달맞이꽃 위에서는 마지막 꿀 한 모금이라도 남기지 않을 요량인지 꿀벌이 온몸을 비틀며 꽃가루를 묻혀내고 있었다.

네 날갯짓에 내년엔 몇 송이의 달맞이꽃이 더 피어나겠지-


그렇게 두 시간쯤 걷자, 아스팔트로 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자 차도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이때 원조 온달평강로맨스길은 우측이 아닌 좌측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최근에는 우측으로 가다 숲길로 빠질 수 있게 되어있다고 하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카카오 맵에서는 우측 길을, 두루누비 앱에서는 좌측 길을 가리키고 있다.

사실 내가 걸을 때에는 이 사실을 몰라서 우측으로 한참이나 걷다가, 잘못 왔다고 판단한 후 다시 한참을 되돌아와 좌측 길로 돌아갔다.


차도가 끝나자 다시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이 나왔다. 걷다 보면 좌측으로 화전민촌이 있는 방터가 나온다.

코스길 위에서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불을 놓아 들풀과 잡목을 태운 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던 화전민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세 시간쯤 걸었을 무렵, 드디어 이번 길의 하이라이트인 온달 산성을 만났다.

하지만 너무 아쉽게도 올라가는 길목이 공사 중이라 앞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삼국시대에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 영유권을 둘러싼 전투가 치열하였던 곳이라 전해진다.

또한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 바보온달 장군의 무용담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위에서 경치를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내려가 고풍스러운 정자에서 멀리 보이는 남한강 줄기를 바라보며 숨을 돌렸다.

공사 중이 아닐 때 이곳을 찾는다면 꼭 온달 산성 위에 올라가 이곳에서 가장 손꼽히는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후로는 무릎이 시큰할 정도로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편히 걸을 수 있는 데크 계단길이라는 것.

다만 중간에 나무가 부러진 곳도 있으니 아래를 잘 보며 걷는 것이 좋겠다.

계단을 모두 내려오고 나니 갑작스레 과거로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 옛 건물들이 펼쳐졌다.

이곳이 바로 온달 관광지라고 부르기도 하는 온달 드라마 세트장이다.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전설을 테마로 꾸며진 곳으로, 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성인 기준 입장료: 5,000원)




생각보다 넓은 규모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마치 당장이라도 옛 옷을 입은 이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참고로 온달 드라마 세트장 주변으로는 화장실은 물론, 매점, 식당도 즐비해있으니 이곳에서 배를 채우고 가는 것도 좋겠다.

이곳의 묵과 파전, 막걸리 등이 구미를 마구 당겼지만, 우리는 길이 끝나고 여유롭게 먹기로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세트장을 지나면 남천교를 건너 직진하면 되는데, 그쪽은 차도이기 때문에 우리는 남천교 대신 옆에 있는 작고 오래된 다리로 강을 건넜다.

그리고는 목적지인 영춘면 상리까지 계속해서 남한강 줄기를 따라 걸었다.

뉘엿뉘엿 해 질 무렵의 남한강과 그 뒤로 어우러진 소백산자락의 풍경이 다리의 뻐근함도 잊게 해주었다.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거의 다섯 시간 만에 목적지인 영춘면사무소에 도착했다.

“고생했어 다들”

“생일 축하해요- 다리 괜찮아?”

면사무소 앞에 앉아 몇 마디 나누고 있노라니, 산마을이라서 그런지 날은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택시를 불러 출발지로 되돌아갔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기사님은 9봉 8문과 온달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는 이곳 소백산에 대한 애정이 흠뻑 담겨있었다.




이곳은 누군가에겐 평강 온달이 살아 숨 쉬던 옛 시절로,

또 엄마에겐 당신의 어린 시절로, 또 미래의 나에겐 함께 걸었던 오늘로 돌아오게 해줄 타임슬립 여행지로 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이곳이 그리울 날은 아주 아주 늦게 왔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만약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굽이 굽이, 걸음 걸음, 과거로 떠날 수 있는 이곳 소백산 자락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코스 경로: 고드너머재 - 방터 - 소백산 화전민촌 - 온달산성 - 최가동 - 온달관광지 - 영춘면사무소

▶거리: 13.8 km

▶소요 시간: 4시간

▶코스 타입: 비순환형

▶난이도: 보통

▶편의시설:

화장실:코스 내 5개소

식수: 온달관광지, 소백산 화전민촌에서 식수 얻을 수 있음

매점: 온달관광지, 영춘면소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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