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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동] 봄빛을 머금은 서울 도심 속 산책길, 서울둘레길 3코스

2021-07 이 달의 추천길 2021-04-30
조회수817

봄빛을 머금은 서울 도심 속 산책길

서울둘레길 3코스 고덕-일자산 코스

글, 사진 : 이소민 여행작가



해질녘의 근사한 노을을 품은 서울둘레길 3코스에서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눈곱도 떼지 않은 채 거실에 나와 앉는다.

디즈니 만화동산으로 일요일을 시작하던 어린이는,

어느덧 20년이 지나 TV가 아닌 음악을 틀고 커피 한 잔에 잠을 깨는 어른이가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플레이리스트에서 재생된 노리플라이의 <나의 봄>이라는 노래를 귀 기울여 듣는다.

- 그댄 내 맘을 아는지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

펼쳐진 하늘과 설레는 향기도 그대 없이 난 아무 의미 없는걸.

나의 봄은 온통 그대라오.

노래를 들으며 오랜만에 방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봤다.

이렇게 아침부터 창문 밖을 보게 된 것이 얼마 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두루누비 앱을 켜고 집 주위의 길 중에 산책하기 좋을 만한 길을 찾아본다.

그래 여기다.

한강에서 노을도 보고, 숲길도 있는 서울 둘레길 3코스로 가볍게 산책을 가보자.

 

 

코스가 제법 긴편이라 간단한 음료수와 간식을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 산책.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는 일


탄천길에는 주말을 맞이하여 많은 분들이 운동을 하고 계신다

서울둘레길 3코스는 걷기 쉬운 길이지만, 26km의 제법 긴 길이다.

대략 9시간 정도의 길인지라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걸을 게 아니라면

코스를 3-4개 정도로 나누어 걸어도 좋다.

또한 서울둘레길 3코스에는 강도 있고, 내천도 있고, 산도 두 개 정도 넘어야하기 때문에

약간의 계획을 세워 간다면 더 훌륭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해 질 녘의 한강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두루누비 앱이 안내하는

광나루역 ~ 수서역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서울둘레길 3코스는 스탬프투어가 가능하다


자전거로도 다니기 좋은 서울둘레길


탄천이 화창한 날씨만큼 눈부시게 빛난다

이미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봄이 한가득이다.

미세먼지가 한가득이었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하늘도 화창하고 곳곳이 눈부시다.

그래서일까, 서울둘레길 3코스는 오래간만에 좋은 날씨를 즐기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나의 시작점은 수서역 뒤편의 탄천길. 탄천길을 따라 천천히 위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 본다.

가는 내내 흐르는 탄천 구경을 하느라, 길섶의 꽃들을 구경하느라 눈이 몹시도 바쁘지만 콧노래가 멈추질 않는다. 가는 길에는 쉬어가는 벤치도 많고 화장실도 여러 개이기 때문에 간단한 음료만 챙긴다면

걷는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만 잘 따라가면 된다


서울둘레길 안으로 송파둘레길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곳곳에 송파둘레길로 표기가 된 점 참고하면 좋겠다.

곳곳에 화장실도 많이 설치되어 있는 편


자전거길과 도보길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잘지켜서 다니도록 하자


방향을 안내해주는 안내판

한참을 걷다 보니 꼬마 아이들의 기쁜 환호성이 들린다.

- 오리다 오리!

 

탄천의 청둥오리들

청둥오리 두 마리가 사이좋게 물장구를 치고 있다.

오는 내내 플래카드로 탄천에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정보는 익히 들었지만

진짜로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새삼 놀랐다.

유유자적 물장구를 치는 오리를 구경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 걸음을 재촉해본다.

알록달록한 철쭉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싱그러운 탄천


한 폭의 그림 같은 산책길


 

갑자기 나타난 차도지만 놀라지 말아요

탄천이 끝나고 어느새 아파트 길로 접어든 서울둘레길.

갑작스레 나온 도로에 잠깐 당황했지만, 두루누비 앱을 따라 걷다 보니 전혀 두려울 게 없다

. 일요일이지만 한적한 아파트 사잇길 사이로 예쁜 운동장과 놀이터들이 보인다.

바람이 살랑하고 불때마다 흩날리는 꽃잎들과 나무 사이로 반짝거리는 햇빛 때문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어본다. 5월 초에나 볼 수 있는 겹벚꽃도 만날 수 있어서 더 행복한 아파트 속 서울둘레길의 모습이었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길 건너 아파트다.

서울둘레길은 도심 속 산책길답게 아파트 사잇길도 많고 도심 속 공원 길도 제법 많이 지나간다.

장지공원 유아숲 체험원을 가는 길에는 여기가 숲인지 아파트 사잇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울창한 나무길 덕에 눈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유아숲 체험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들이 있었는데,

시간만 여유로웠다면 한참을 이곳에서 피크닉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약수터도 있고 정자도 있어 이미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계셨던 장지 공원.

하지만 나는 좀 더 한적한 곳이면 좋겠다 싶어 몇 걸음 더 나아갔는데,

바로 그곳에서 쉬어가기 딱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장지공원 유아숲 체험원의 다양한 시설들

 

 

출발할 때부터 준비해 온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갈 때 읽으려고 챙겨온 책 한 권을 꺼내본다

마침 마음에 든 페이지의 소제목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

마음을 어지럽히는 소음 없이, 오롯이 이곳에서 귀 기울여 듣는 바람, 숨소리 그리고 마음까지

짙은 녹색으로 번져나가니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구나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걸 두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하는게 아닐까?



작지만 확실한 행복


아파트 사잇길이라 믿기지 않는 메타세쿼이아 길 옆 꽃밭에서 한 장

 

아파트 사이로 지나가는 둘레길이 끝나고 나면 이제는 성내천으로 향하는 길이다.

고가도로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성내천에 다다른다.

주말답게 많은 가족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씨들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그 봄바람에 촉박했던 나의 시간들이 하나둘씩 지워져가고,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어본다.


성내천으로 향하는 길




성내천의 모습


주말답게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이 많았던 성내천

 


#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즐겨보는 산책


성내천 길이 끝나면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성내천을 빠져나오면 이제 일자산으로 올라가기 위한 둘레길이 이어진다.

가는 길에는 이정표도 많으니 쭉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된다.

일자산의 숲 초입엔 들꽃들이 곳곳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산길이 제법 긴 편이지만 비교적 평탄한 편이라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어 걷기에 수월했다.

많은 등산객분들이 오고 가는 길이라 길을 헤맬려야 헤맬 수가 없었고,

곳곳에 누군가가 메어둔 리본도 있으니 길치인 나도 문제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일자산의 초입을 안내하는 이정표


녹음 가득한 일자산


일자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뷰

일자산에서 내려오면 이젠 도심 속 공원을 걷는 길이다.

도심 속 공원이 이렇게나 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을 자랑하는 명일산책길은 걷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2km 상당의 길이다.

능선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고 곳곳에 운동시설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주민들이 언제든지 이 길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해두었다.

녹음이 짙고 향긋한 솔향이 걷는 내내 함께해 걷기만 해도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잎들을 보며 걷는 길


공원 같지 않은 나무 울창한 숲길


 



고덕산으로 향하는 길

그렇게 도심 속 공원을 지나치고 나면 마지막 하나의 산길이 남는다.

바로 고덕산의 길. 고덕산으로 가기 위해선 4차선 도로를 건너 맞은편으로 조금 올라가야 한다.

어느덧 해가 내려앉는 게 보이는 듯 하여 마음이 조급해져온다.

산인지라 금방 어두워질까 봐 조금은 걸음을 서둘러본다.

여기서부터 암사동 선사유적지까지는 대략 1시간 반 정도.

한강의 노을을 담기 위해선 적어도 이곳에서 5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부지런히 올라가 보자.


산의 뒤편이라 어두운 고덕산 진입로


 

점점 진득해져 오는 고덕산의 숲길


 



이 길의 막바지에 나오는 서원마을회관과 광나루역을 표시한 이정표

걷다 보니 풍경은 익숙해지고 걸음은 무거워져 가지만 멈출 수 없다.

이제 거의 다 와가니 조금만 더 힘내보자.

서원마을회관을 지나 한강공원 광나루지구로 가는 길에는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움집터 유적인 암사동 선사주거지를 펜스 밖에서 볼 수 있다.

안에서 여유롭게 보는 것도 좋겠지만,

밖에서 해 질 녘의 선사주거지를 보는 재미도 있으니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본다.

어느새 진한 황금빛으로 물든 햇살에 닿아 모든 것들이 찬란하게 느껴진다.


 

빛 때문에 더 반짝이는 꽃

 

# 도심 속 찬란한 노을의 순간을 걷다


노을이 드리우는 하늘과 한강공원

한강공원 광나루지구에 들어서면 슬슬 핑크빛 노을이 하늘에 드리운다.

저녁이 되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산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나 또한 그리도 갈망하던 한강을 보게 되어 발걸음이 점차 빨라진다.

한강변에 도착하여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붉은빛의 하늘이 점점 어둡게 변하는 찰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한편의 영화처럼 눈에 가득 담긴다. 나 역시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삼각대를 세우고 셀프 사진을 담아본다.


붉은빛의 하늘


혼자서 담아보는 사진


 

서울둘레길 3코스의 시작이며 나에게는 끝인 광진교의 전경

나는 처음에 이 길을 선택했을 때부터 이 산책길의 끝에 어떤 풍경이 남아있을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감히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막상, 내 상상보다 더 찬란한 한강의 전경을 보고 나니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져온다.

‘이봐,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야’라고 누군가가 내 귓가에 소곤거리는 것만 같다.

비록 이제 내 손에는 물 한 모금도, 간식 하나도 없는 빈털터리지만 마음이 배불러옴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서울의 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번엔 나의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리라 다짐해본다.

 


광진교에서 바라본 눈부신 서울의 밤



▶코스 경로: 광나루역 - 고덕산 - 일자산 - 성내천 - 탄천 – 수서역

(비순환형 코스이나 보고자 하는 풍경에 따라 역순으로 걸어도 좋다)

▶거리: 26.1 km

▶소요 시간: 걷기에 집중한다면 8시간, 쉬엄쉬엄 구경하며 걷는다면 9시간

▶코스 타입: 비순환형

▶편의시설: 광진교, 인라인스케이트장, 수영장, 테니스장, 축구장, 광나루지구 주차장,

암사동유적지 주차장, 샘터근린공원, 성내천수영장, 장지육교 근처

화장실: 고덕평생학습관 근처, 샘터근린공원, 암사동유적지 주차장, 서원마을회관, 샘터배드민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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