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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태안] 맛과 바다와 함께 걷는 국내 가을여행지 추천,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

2021-09 이 달의 추천길 2021-09-10
조회수205



맛과 바다가 있는 국내

가을여행지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

글.사진 김강은 여행작가




노을길의 시작점 백사장항의 ‘대하랑꽃게랑다리’. 다리를 건너먼 드르니항이다.

"바다는 늘 설레잖아!

노을길의 시작점, 백사장항"

동서울 터미널에서 태안 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태안에서 시내버스 741번을 타고 백사장 정류장에 하차한 후 조금만 걸으면 노을길의 시작점 랜드마크, '대하랑꽃게랑 다리'가 보인다.

마치 꽃게가 집게를 치켜든 듯한 형상이다. 백사장항에는 수산시장과 횟집이 늘어져 있다. 바람결을 타고 코를 찌르는 짠 내음이 바다에 왔음을 넌지시 알린다.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바다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늘 설렘과 해방감을 가져다주지 않던가!


한서대학교 태안 비행장에서 이륙한 경비행기가 바다 위를 날아다닌다.
 

따사로운 햇볕이 정수리를 때렸다.

‘오늘도 굉장히 뜨겁겠구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표지판이 숲길로 안내했다.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인 줄로만 알았는데 굳은 각오와 달리 노을길의 절반은 해변길, 절반은 숲길이었다.


백사장항 소나무 숲

시원한 소나무 숲 그늘과 폭신한 풀숲이 상냥하게 느껴졌다.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시점, 매미는 마지막을 힘을 다해 매섭게 울어댔다. 청량한 바닷소리, 풀들이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 얼큰한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가 스테레오처럼 사방에서 밀려들어온다.

자연이 성큼 다가와 오감으로 느껴졌다.




​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도 깊은 숲에 들어온 듯했다.

슬며시 걸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백사장과 반짝 새어 들어오는 빛에 시선을 빼앗기며.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발을 움직여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 온전히 나만의 속도를 찾는 행위인 것 같다.

제멋대로 옮겨보는 느릿한 발걸음. 세상의 흐름과 사뭇 다른 속도에 발걸음은 경쾌했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태안 해변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평탄한 길 따라 삼봉해변으로 이어진다.

"평화로움과 배려가 녹아있는 길, 삼봉해변"

소나무 해변길을 걸어 작은 언덕을 하나 지나고 나니, 또 다른 느낌의 해변에 다다랐다. 가족단위의 텐트 족들이 거리를 두고 자리를 차지한 '삼봉 해변'이다.



삼봉해변의 곰솔림. 곳곳에 텐트를 설치한 휴양객들이 있다.

간단한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산책을 즐기기도, 텐트 앞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도 하는 휴양객들. 여유가 녹아든 길에 내 마음도 어느새 평화로움으로 흠뻑 젖었다.

삼봉 해변은 삼봉번영회에서 운영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널찍이 분포한 곰솔림 곳곳에 벤치도 놓여있고, 샤워장도 있어 캠핑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쓰레기도 모아 놓을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다. 관리비로 사용되는 야영지 이용료는 당일 10,000원, 1박시 20,000원. 샤워 시설은 성인 기준으로 3,000원이다.


 

해송이 아름다운 삼봉해변 무장애 탐방로.




듬성듬성 텐트가 자리한 숲을 지나 사색의 길로 들어섰다. '우와!' 하는 짧고 강렬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겹겹이 쌓인 초록이라니. 순식간에 초록빛으로 둘러싸였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보다는 숲이 나를 껴안는다는 느낌이 든다. 구불구불 이어진 초록빛 숲길을 걷다 보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잡념은 사라지고 오롯한 사색에 잠겨버리고 만다.


무장애탐방로는 남녀노소, 신체적 약자도 이용 가능하여 천사길이라고도 불린다.

듬성듬성 텐트가 자리한 숲을 지나 사색의 길로 들어섰다. '우와!' 하는 짧고 강렬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겹겹이 쌓인 초록이라니. 순식간에 초록빛으로 둘러싸였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보다는 숲이 나를 껴 앉는다는 느낌이 든다. 구불구불 이어진 초록빛 숲길을 걷다 보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잡념은 사라지고 오롯한 사색에 잠겨버리고 만다.




 

삼봉해변길은 평화롭기만 할 뿐만 아니라 배려가 녹아있다. 왕복 1km정도가 ‘무장애탐방로’로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탐방 객도 이용 가능하다.

"아스라한 해무 속으로,

기지포 해안사구 관찰로"





기지포 해변으로 들어서는 길목.

그리고 우연히 만난 직접 작업했던 벽화.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아있다.

숲길 바닷길을 번갈아 들락날락하다 보니, ‘여기는 5코스 노을 길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삼봉 해변에서 기지포 해변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과 정겨운 민박들이 해변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민박촌을 지나던 도중, 어딘가 익숙한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낯익다 했더니 수년 전에 직접 그렸던 벽화였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 여행길에서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들이 마치 일상처럼 벌어진다. 그래서 여행이 더욱 흥미진진한가 보다.



해무가 가득 낀 기지포 해안사구

시작부터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점점 해무가 짙어졌다. 푸른 바다도 어여뻤겠지만, 날씨가 어떻든 간에 나는 이미 태안해변 노을길의 평화로움에 푹 빠져버렸다.

아스라한 해무가 오히려 좋았다. 한층 톤 다운된 필터가 더욱 신비로운 풍경으로 만들었고, 마치 사연이 있는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한층 깊은 숲으로 이루어진 기지포 소나무숲.
 

기지포 송림으로 들어서니 소나무들이 한층 빽빽해졌다. 솔방울들이 마치 야생화처럼 지천에 깔려있다.

폭신폭신한 바닥의 촉감이 산책길로는 최고, 바다의 비릿함보다는 향긋함이 가득한 길이었다.


안면도의 자랑이자 아름답다고 소문난 기지포 해안사구.

모래 침식으로 사라지던 태안 해안사구는 20년간 복원되어 현재 축구장 9개 면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바람에 의해 조성된 해안사구는 희귀 동식물들의 서식공간이자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도 생태에게도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걷기 여행의 달콤함!

호의가 가득한 안면 해변~두여 전망대"

약 5km를 걸었을까. 아직 절반도 걷지 못했는데,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알았을까. 누군가가 난데없이 수박 한 조각을 들고 가라고 일러준다. 태안군 안면 해변 관리자분들이었다.




안면 해안에서 마주한 달콤한 순간들.

한 입을 야무지게 베어 물었다. 이토록 달콤한 수박이라니! 배고픈 걷기 여행자에게 주어진 수박 한 조각의 달콤함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다음엔 여기 안면 해변에서 야영을 하세요. 이렇게 널찍한 해변에, 해수욕장도 있고, 이용료도 무료예요."



두여전망대로 가는 길
 

여행자에게 건네진 따스한 호의, 걷기 여행의 묘미에 힘을 내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안면 해변을 지나고 난데없이 오르막이 시작됐다. 숨이 찼지만, 몇 분 후 전망 데크에서 펼쳐진 풍경에 갑절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좌측으로는 밧개 해수욕장, 우측으로는 안면 해변이 탁 트인 전망과 물결치는 두여해안습곡!


이 습곡은 지하 깊은 곳의 압력으로 이루어진 단층이 영겁의 세월 동안 풍화, 침식되며 서서히 융기 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이루었다. 겹겹이 쌓여 물결치는 듯한 모습이 마치 부드러운 크레이프 케이크 같아 보였다.




고요하고 한가로운 밧개해수욕장.

“서해의 꽃, 가을의 별미 대하구이”

방포해변 방포수산

한적하다 못해 고요해서 바닷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밧개해변을 지나 방포해변에 도달했다.

저 멀리 반가운 두 섬이 보인다. 우리나라 명성 69호이자 서해 3대 일몰 명소인 꽃지 해수욕장의 할미 할아비 바위다. 발바닥이 후끈후끈하던 차라 더욱 반가웠다.

마지막 힘을 다해 방포전망대를 지나 방포항에 도달하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흐린 날씨에 불타는 낙조를 볼 수 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번 여행의 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가을의 별미, 서해의 꽃! 대하구이다.



현지인들도 이용한다는 방포수산.

현지인에게 도매수산 시장인 방포수산을 추천 받았다.

창고처럼 생긴 건물이 안팎으로 허름해 보이지만 대하, 붕장어, 소라, 도미, 광어, 조개류 등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후 건물 뒤편 회 뜨는 곳에서 회를 떠서 포장 해 가거나 옆 건물 식당에서 상차림 값을 지불하고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무게당 가격을 측정하니 흥정하는 데 진이 빠질 필요도 없으니 일석 이조다.







광어와 함께 대하 생물을 구입했다. 일부는 회로, 일부는 구이로 주문했다.

살이 꽉 찬 대하를 입에 넣는 순간, 서해 바다의 향긋함과 가을의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하루의 피로가 단번에 가시는 맛이었다!




직접 걸으면서 마주한 풍경을 사실적이기보다 느낌적으로 수채화로 담아보았다.
 

“여행의 마무리.

여행의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다”

방포해변에서 하룻밤 야영 후 마지막으로 노을길에서의 추억을 담기 위해 팔레트를 펼쳤다.

할미할아비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흐린 날씨지만, 오감으로 느낀 노을길의 색감을 가득 채웠다. 낭만이 가득한 보랏빛, 한 톤 다운된 초록으로 물결치던 바다, 결 고운 백사장… 내 멋대로, 나만의 느낌대로 노을길을 완성했다.

홀로 쓸쓸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올랐던 여정. 그러나 뜻밖에 가을의 맛과 멋과 여유가 가득했던 태안 노을길. 여유로운 해변, 상냥한 숲길,

건강함 가득한 별미 대하의 삼박자는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 더 완연해진 가을이 기다려진다.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이 길 위에 설 날을 그려본다.


▶︎걷는 시간 : 약 4시간

▶︎거리: 12km

▶코스 타입: 비순환형

▶︎걷기 순서: 백사장항 - 삼봉 - 기지포 - 창정교 - 두여전망대 - 밧개 - 방포전망대 - 꽃지

▶︎코스 난이도: 쉬움 (두여전망대, 방포전망대 외에는 거의 평지이며 난이도는 낮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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