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두 마리의 용은 아름다운 용추계곡에서 얼마나 머물다 올라갔을까?
용추의 하트모양 바위는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을 지새웠을까?
그리고 이 아름다운 풍경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길 옆 계곡에 앉아 가만히 있어보니
옷자락 소리나 가쁜 숨소리 대신, 처음에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던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다시 들려온다.
신선이 노닐 정도의 빼어난 경관을 가졌다는 뜻의
‘선유동 仙遊洞’,
모습들이 더욱 거대하게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자연도 그런 나를 위해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듯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산 정상에 올라가면 무언가 깨달음이 있겠지’
생각하며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정신없이 숲길을 올라갔는데, 이곳에서 제 자리를 채우며 흐르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에서도 목표에 대한 해답만을 찾으려던 마음이 왠지 부끄러워져 그 부족한 생각의 실타래, 물에 풀어 보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