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 마비정누리길은 1코스, 2코스, 3코스가 있다. 1코스는 마비정벽화마을에서 삼필봉까지 약 1.5km 거리를 왕복해야하는 등산길이고, 2코스는 가창 정대리까지 약 5.5km를 걷는 등산길이고, 3코스는 마비정벽화마을에서 화원자연휴양림을 잇는1.8km 시골마을길이다.
세 코스 가운데 대구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마비정벽화마을 뿐이고,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마비정벽화마을에서 출발해서 다시 마을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세 코스 중 걷기에 가장 좋은 3코스를 골라 소개한다.
3코스는 마비정벽화마을과 화원자연휴양림 사이 1.8km 길이다. 화원자연휴양림을 오가는 대중교통이 없다. 따라서 버스가 다니는 마비정벽화마을에서 걷기 시작해서 화원자연휴양림까지 갔다가 다시 마비정벽화마을로 돌아와야 한다. 아니면 택시를 타고 화원자연휴양림까지 가서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방법도 있다.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달성2번 버스는 대곡역 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탄다. 화원자연휴양림으로 가는 택시도 대곡역 부근에서 타면 된다.
동대구터미널에서 화원자연휴양림까지
마비정벽화마을 입구 주차장에 설치된 말 조형물.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다.
화원자연휴양림과 마비정벽화마을은 멀리 있는 비슬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산줄기와 청룡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만나는 산의 품에 안겼다. 산이 휴양림과 마비정벽화마을을 에워싸고 있으며, 드나드는 입구만 열린 형국이다.
그 안에 자리잡은 화원자연휴양림과 마비정벽화마을은 이웃마을인 셈이다. 화원자연휴양림과 마비정벽화마을을 오가는 이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시골의 ‘마실길’을 닮았다.
동대구버스터미널에 내려서 건물 밖으로 나오니 길가에 바로 시내버스정류장(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앞 정류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대곡역을 지나는 651번 버스를 탔다.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달성2번 버스는 대곡역 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을 지난다. 달성2번 버스를 타기 위해 대곡역으로 가야했다.대구 지하철 1호선의 한쪽 끝부분에 대곡역이 있었다.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버스를 타고 대구 구경을 하며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탄 것이다.
1시간 조금 더 걸려 대곡역에 도착했다.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달성2번 버스는 하루 9대 밖에 없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화원자연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화원자연휴양림에서 마비정벽화마을로 걸을 생각이었다.
화원자연휴양림에서 마비정벽화마을까지
화원자연휴양림 입구 계곡
화원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앞 나무 그늘 아래 쉼터가 좋다. 쉼터 옆에 계곡물이 흐르고,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이 싱그럽다.
쉼터 옆 계곡을 돌아보고 쉼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카메라를 점검한 뒤에 출발했다. 택시를 타고 들어온 길로 내려간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있다.
화원자연휴양림에서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길.
조금 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오른쪽으로 빠지는 좁은 도로 입구에‘마비정벽화마을1.2km'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이정표를 따라 간다.
화원자연휴양림에서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길은 시골마을을 지난다.
벼가 익어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들판에 푸른빛이 남아 있다. 논과 산기슭의 경계에 마을이 있다. 평범한 시골마을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화원자연휴양림과 마비정벽화마을 중간 지점에 있는 안내판. 여기서 마비정벽화마을까지 0.9km 남았다.
도시가 고향인 사람들도‘고향’이라는 말을 들으면 으레 떠올리는 그런 풍경일 것이다.누구에게나 있을 마음의 고향,그 풍경이 길 옆에 있다.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길에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온다. 산에 안긴 논과 마을, 그리고 멀리 아파트단지가 한 눈에 보인다.
수려한 물줄기에 기암절벽 그리고 흐드러진 꽃밭처럼 화려한 아름다움은 없어도, 아무 말 없이 순한 웃음으로 자식을 품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 풍경이다.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길에 설치된 포토존
마비정벽화마을에 가까워지면서 길 가에 그림판을 만들어 놓은 포토존이 띄엄띄엄 있다. 밭에서 허리 굽혀 일하시는 아주머니 뒤로 주황빛 감을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가 보인다.
주황빛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저 길을 걷다보면 마비정벽화마을이 나온다.
허수아비가 있는 밭 풍경
여름 내 수고한 결실의 계절이자, 풀과 나무에 물이 마르고 잎사귀를 땅으로 돌려보내는 수렴의 계절, 가을. 회색에 묻힌 도시의 가을은 을씨년스럽지만 자연의 순리에 맞춰 농사짓고 살아가는 시골의 가을은 푸근하다.
마비정벽화마을을 돌아보며
마비정벽화마을 골목
마비정벽화마을 느림보우체통(왼쪽)과 재미있는 그림이 가득한 담벼락(가운데), 그리고 물지게와 펌프, 오래 전 살던 모습을 그림에 담은 벽화.
마비정벽화마을은 낙엽 같았다. 나무 아래 떨어져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놓인 낙엽이 아름다운 건, 땀 흘리며 살아낸 싱그러웠던 지난 여름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마비정벽화마을 담벼락에 작은 꽃이 피었다.
가마솥이 걸려있는 마비정벽화마을의 어떤 집
흙돌담 대문 없는 집 아궁이 위에 가마솥이 따듯해 보인다. 한 겨울 냇물이 얼면 우리들은 썰매를 메고 논을 가로질러 냇가로 뛰어갔다. 썰매를 지치고 팽이를 치며 노는 동안 짧은 해는 제 멋대로 기울었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을 냇가에 두고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부뚜막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을 퍼서 대야에 담고 손과 얼굴을 빠득빠득 씻어주셨는데, 동상 걸려 갈라진 손등이 따꼼따꼼 하면서도 간질간질 했다.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아랫목에 앉아 할머니가 차려주신 된장국에 묵나물, 고봉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면 얼었던 몸이 노골노골해지면서 잠드는 줄 모르게 금세 잠에 들었다.
그런 세월이 마비정벽화마을에 남아 있다. 그런 추억이 마비정벽화마을 그림에도 남아 있다.
골목에 학창시절 난로 위에 도시락을 데우던 추억을 그림으로 남겼다.
마비정벽화마을 벽화. 마을 공동우물의 풍경이 정겹다(왼쪽). / 마비정벽화마을 담벼락 그림과 초가지붕.
벽화로 가득한 골목. 어릴 때 냇물이 꽁꽁 얼면 그 위에서 팽이도 치고 썰매도 타며 놀았다. 옛 생각이 난다.
마비정벽화마을 거북바위와 남근석
실제로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놀았던 옛 일을 생각하며 골목을 걷는다. 골목에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남근 갓바위’와 ‘거북바위’도 있다. 오래된 옻나무, 100년 돌배나무와 느티나무가 엉켜 자란 연리목도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에 이야기 하나 얹는다.
마비정벽화마을 흙돌담과 붉은 꽃이 어울렸다.
마비정벽화마을 우물(왼쪽)과 소원을 적어서 금줄에 매달고 스탬프를 찍는 곳
옛날부터 있었던 우물도 보인다. 우물 위 지붕과 물을 긷는 두레박을 옛날에 사용하던 대로 복원했다. 예부터 청도나 가창 지역 사람들이 한양이나 화원시장을 다닐 때 말을 타고 가다가 이 마을의 정자에서 쉬어가며 이 마을의 우물에서 물도 마셨다고 한다.
옛날에 어느 장군이 마을 앞산에 올라가서 건너편에 있는 바위를 향해 활을 쏘면서 말에게 화살보다 늦게 도착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단다.말은 있는 힘껏 달렸지만 화살을 따라잡지 못했다.죽임을 당한 그 말을 불쌍히 여겨 마을사람들이 정자를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마비정벽화마을 입구.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벽화
마을의 내력이 드러난 골목을 걷다가100년 넘은 살구나무를 알리는 안내판을 보았다.주인아저씨께 허락을 받고 집으로 들어가 살구나무를 보고 있는데,아저씨가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파고 있다며 손짓으로 부르신다.달려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딱따구리가 날아갔다.아저씨는 날아가는 딱따구리를 쫓아 집 뒤로 가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가는데,뱀 한 마리가 스윽 뒤안 텃밭을 가로질러 간다.아저씨께 뱀 좀 보시라고 하자,아저씨는 집 지키는 구렁이라고 한다.딱따구리는 멀리 날아갔고 집지키는 구렁이는 뒤안 텃밭 아래로 사라졌다.그 사이 초가지붕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마비정벽화마을 입구 주차장에 있는 말 조형물. 해가 진다.
아저씨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해지는 돌담길을 걷고 있는데, ‘농주’라고 적힌 나무판이 보였다. 그 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저씨께서 마당에 만든 돌상에 앉아 아주머니가 차려주시는 막걸리상을 받았다. 마비정벽화마을 하루 여행을 마치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으랴! 5대 째 그 집을 지키며 살고계신 두 분의 이야기야말로 살아있는 마비정벽화마을의 이야기가 아닐까?
코스 요약
화원자연휴양림~마비정벽화마을
(1.8km, 30분)
교통편 찾아가기 *동대구역에서 지하철1호선을 타고 대곡역에 하차.대곡역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달성2번 버스를 타고 마비정벽화마을(종점)에서 하차. *동대구터미널에서 하차 후 터미널 건물 밖으로 나가면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앞 시내버스정류장 있음.그곳에서651번 버스를 타고 대곡역에 하차.대곡역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달성2번 버스를 타고 마비정벽화마을(종점)에서 하차. *달성2번 가운데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버스가 있고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도 있으니,버스를 탈 때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지 반드시 확인해야 함.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달성2번 버스는 하루에9대 밖에 없음. *마비정벽화마을로 가는 버스가 드무니,화원자연휴양림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마비정벽화마을까지 걷는 방법도 있다. 돌아오기 *마비정벽화마을 입구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달성2번 버스를 타고 대곡역정류장에서 내려서 지하철 및 다른 버스를 이용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