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나들길 11코스는 석모도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길이다. 석포리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시커먼 갯고랑 너머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제방길을 따라 보문선착장과 어류정항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을 통과한다. 숲길 끝에 석모도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해변이 자리한다. 다시 제방길을 따라 왼쪽으로 바다, 오른쪽으로 낙가산을 끼고 전진하면 보문사에 닿으면서 11코스가 마무리된다. 걷기를 마치고 보문사에 들러 마애석불좌상에 인사를 드리는 걸 잊지 말자. 그 앞에서 펼쳐지는 서해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보문사 입구 근처에서 본 서해. 갯고랑과 갯벌 너머로 주문도, 아차도 등이 펼쳐진다.
석모대교 건너 석포리선착장에서 출발
출발점인 석포리선착장. 안내판 뒤로 거무튀튀한 갯벌이 펼쳐진다.
강화나들길 11코스는 석포리선착장(나룻부리항)에서 출발한다. 강화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에 들어오면 바로 출발하는 셈이다. 하지만 2017년 6월 석모대교가 열려 이제는 버스나 자가용으로 들어온다.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으면 석포리선착장에 내리면 된다.
선착장 앞의 시장 오른쪽 끝에 11코스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뒤에는 거무튀튀한 갯고랑과 갯벌이 펼쳐진다. 갯고랑은 강화도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석모도에서는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포토존에서 풍광을 조망하는 사람들. 포토존에서는 마니산과 진강산 등 강화도의 여러 산들이 잘 보인다.
제방길을 따르면 바다 건너 강화도가 잘 보인다. 석모도에서 본 강화도는 삐죽삐죽 곳곳에 솟은 산으로 보인다. 마침 만나는 포토존의 안내판에서 그 산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으로부터 진강산, 길상산, 초피산, 마니산이 솟구쳤다. 특히 가장 높은 마니산은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무언가 웅장하고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진다.
포토존 앞의 바다에 넓은 암반이 드러나 있다. 바다에 이렇게 넓은 암반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다시 길을 나서면 말라비틀어진 갈대와 칠면초들이 해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을에는 눈부시게 빛났겠지만, 겨울에는 쓸쓸함을 더한다. 마음이 쓸쓸한 사람은 이 황량한 풍경에 위안을 받으리라.
포토존 앞의 바다에는 너른 반석이 드러나 있다.

삼양염전 터를 알리는 안내판. 한해 4000t이 넘는 질 좋은 소금이 여기서 생산됐다.
보문선착장을 지나면 삼양염전터를 만난다. 삼양염전은 1957년에 문을 열고 품질 좋은 소금을 연간 4000t 이상 생산했다. 드넓은 염전은 풍광도 좋아 석모도의 명소로 꼽혔다. 이곳 소금은 미네랄이 많아 쓰지 않고 달아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악화로 2006년 문을 닫았다. 염전 터에는 작은 염호가 남아 있고, 지금은 꽝꽝 얼어 있다.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에서 노을 보며 마무리
석모도 가장 남쪽에 자리한 어류정항.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해변(왼쪽) / 장곶항에서 보문사 입구 가는 길에 만난 풍경. 낡은 건물이 있는 풍경이 쓸쓸하다.
삼양염전터를 지나면 석모도 가장 남단의 어류정항으로 들어선다. 어류정항은 알음알음 알고 오는 캠퍼들의 명소다. 휴일이라 많은 캠퍼가 모여 겨울을 즐기고 있다. 길은 항구 안쪽의 마을에서 숲길로 들어선다. 그 입구에 ‘쉼이 있는 힐링 둘레길’ 안내판이 서 있다. 그 길을 따르면 숲길을 통과해 민머루해변에 닿는다. 이곳은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으로 길이 1㎞, 폭 50m의 모래사장이 있다. 모래사장 뒤로 끝없이 갯벌이 펼쳐진다.
보문사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석불좌상.
민머루해변에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장곶항이고, 장곶항에서 다시 언덕을 넘으면 제방길을 만난다. 제방길은 멀리 낙가산의 눈썹바위를 바라보면서 걷는다. 눈썹바위가 가까워지면 어느덧 보문사 입구에 닿는다. 여기가 11코스의 종착점이다. 길은 끝났지만, 보문사 구경을 빼놓으면 안 된다.
마애석불좌상에서 바라본 서해의 노을.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보문사의 자랑은 나한석굴이다. 보문사 창건설화인 바다에서 건져 올린 나한상을 모신 석굴사원이다. 석굴은 천연동굴을 이용하여 입구에 3개의 홍예문을 우아하게 만들었고, 안에 21개 감실을 만들어 나한상을 모셨다.
석굴법당 오른쪽으로 15분쯤 계단을 올라야 마애석불좌상을 만난다. 거대한 석불도 장관이지만, 여기서 펼쳐지는 서해의 모습이 장관이다. 시나브로 갯벌 가득한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강화나들길 11코스를 마무리한다.
석모도선착장~해변공원~보문선착장~삼양염전터~어류정항~민머루해변~장곶항~보문사주차장
(약 16.5㎞, 5시간)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석모도(삼산면)행 31A, 31B, 38A, 38B번 버스가 1일 20회(06:00~20:30) 운행한다.
‘A’가 붙은 버스는 석모대교를 건넌 후 오른쪽인 석모리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고,
‘B’가 붙은 버스는 석포리 방향으로 순환한다.
출발점인 석포리선착장으로 가려면 31B번을 타는 게 좋다.
종착점인 보문사주차장에서 위의 버스를 타면 강화버스터미널로 돌아온다.
화장실
석포리선착장, 민머루해변, 보문사 등
식사
석모도선착장, 어류정항, 민머루해변, 보문사 근처의 식당 이용
길 안내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코스 문의
(사)강화나들길 032)934-1906
글, 사진: 진우석(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