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 병풍산 용흥사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와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 입암산 남창계곡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두 몸을 하나로 섞어 흐르는 물길이 황룡강이다 . 황룡강은 계속 남쪽으로 흐르면서 주변의 냇물들을 받아들여 몸집을 불리고 ,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영산강 본류에 합하게 된다 . 황룡강 상류인 장성읍 용강리에서 물길 을 막아 생긴 호수가 장성호다 . 1976 년에 완공 되었으니 42 년이 되었다 . 맑은 물과 지천으로 잡히던 물고기는 옛 이야기가 되었다지만 , 대신 생긴 장성호는 수상관광지로 발돋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 장성호반에 길이 생겼다 . 장성호 선착장부터 북이면 수성마을까지 이어지는 이십 리의 호숫가 길이다 . 장성호의 굴곡을 따라 유순하게 흐르는 아주 편안한 길이라서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그만이다 .
황룡강 그리고 홍길동
장성호 수변길은 둑 위로 올라서야 본격적으로 열린다.
장성군의 중심부를 흐르는 황룡강은 오래 전부터 장성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강이다 . 물이 맑고 물고기가 많아 천렵이나 소풍 장소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 더구나 황룡강 깊은 물에는 장성을 수호하는 황룡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장성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강이다 .
1 976 년 장성댐이 완공되면서 맑고 아름답던 황룡강의 옛 풍광은 사라져 버렸다 . 대신 광주광역시 광산구 , 나주시 , 함평군 그리고 장성군의 농토에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젖줄이 생겼다 . 장성군에서는 장성호를 수상스키 , 카누 , 낚시 등의 수상 레저 및 관광 일번지로 육성 발전시키고 있다 .
홍길동전은 조선 광해군 때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져 있다 . 장성에서는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이 장성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 장성군에서는 학술연구를 통하여 그동안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던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며 ,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 조선왕조 시절 민중의 아픔을 함께 했던 홍길동은 황룡강 황룡의 또 다른 화신이 아니었을까 ?
황룡강은 동학농민혁명 당시에 동학농민군이 서울의 관군과 싸워 이긴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 1894 년 4 월 전봉준 장군이 이끄는 약 3 천여 명의 동학농민군은 서울에서 파견된 관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 끝에 관군을 물리치고 큰 승리를 거둔다 . 황룡 전적지 ( 국가사적 제 406 호 ) 는 황토현 전적지 ( 국가사적 제 295 호 ), 우금치 전적지 ( 국가사적 387 호 ) 와 함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가 큰 곳이다 .
장성호 수변길
장성호 계단을 먼저 오른 두 사람이 늦게 올라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걸까?
길의 시작은 장성호 입구의 주차장이다 . 그러나 본격적인 걷기는 장성호 둑 위로 올라서면서 부터다 . 둑 위로 오르려면 긴 계단을 힘들여 오르거나 , 에둘러 올라가는 길을 따르거나 해야 한다 . 장성호 관리소 앞부터 수변길이 열린다 . 장성호 수변길 7.5km 는 이곳부터다 . 장성호 선착장 입구를 지나면 장성호 절벽을 따라 잔도를 놓았다 . 나무 데크로 이어지는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
영산강 지류 중 하나인 황룡강을 막아 호수가 생겼다.
대나무의 푸름이 황량한 겨울 풍광을 살짝 눅여준다.
계절은 겨울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중이라서 호숫가의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목들이다 . 이런 황량한 겨울 풍경을 눅여주고 있는 것은 푸른 대나무들이다 . 그런데 대나무는 나무일까 ? 풀일까 ? 대나무라고 했으니 나무일 것도 같고 ... 고산 윤선도 같은 분은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라고 했지만 대나무는 풀이다 . 벼과의 여러해살이 늘푸른풀이다 .
길은 계속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다 . 길 위에는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 길동무와 도란도란 걷는 사람들 , 단체로 와서 걷는 사람들 , 가족과 함께 걷는 사람들 모두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는 닮았다 . 기분 좋고 행복하다는 표정들 ... 순하고 편한 길이라서 별 어려움이 없이 걷는다 .
길은 바스락거리는 갈잎들이 채웠다.
길가에 공사현장이 있다 . 입구에 세워 놓은 간판을 보니 156m 짜리 출렁다리를 놓는다고 한다 . 그림을 보니 내륙으로 쑥 들어왔다 나가는 길 입구에 출렁다리를 놓는 공사다 . 금년 4 월 완공목표라고 하는데 다리가 완공되면 수변길 노선이 1km 정도는 줄어들겠다 .
길 없는 절벽에 잔도를 놓아 호수 위를 걷는 느낌이다.
장성호 수변길을 걸으면서 많이 보게 되는 것이 ‘ 옐로우 시티 yellow city’ 라는 표어다 . 아니 수변길 외에도 장성군 곳곳에서 이 표어는 눈에 띈다 . 무슨 뜻 일까 ? 궁금했다 . ‘ 노란색 꽃과 나무가 가득하고 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적 도시 ’ 라는 뜻이라고 한다 . 황색은 황제의 색이기에 최고를 의미하며 , 우리의 전통 색인 오방색 중에서 가운데의 색이라서 지리적으로 호남의 중심에 있는 장성을 잘 표현하는 색이고 , 부를 상징하며 , 장성을 수호하는 황룡의 색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
나무 데크는 장성호 굴곡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간다.
장성호 수변길은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편도형 노선이다 . 장성호 관리소부터 수성마을 버스 종점까지 7.5km 짜리 노선이다 . 수변길 보다 조금 안쪽으로 임도와 등산로가 있어서 겹치지 않는 노선으로 왕복할 수도 있지만 임도나 등산로는 수변길 보다 오르내림이 있어 조금 힘이 든다 . 갔던 길을 다시 되짚어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갈 때와 올 때의 시야가 달라지기에 길은 같아도 새로운 맛이 있다 .
수변길을 왕복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곳 용곡마을에서 돌아간다.
장성호 수변길의 3/4 정도 되는 지점에서 아주 작은 마을을 하나 만난다 . 서너 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용곡마을이다 . 수변길을 왕복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되돌아선다 . 종점인 수성마을까지는 2km 가까이 남았지만 대개는 용곡에서 멈춘다 . 용곡마을부터 수성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아주 호젓한 호숫가 숲길이다 . 참나무들이 주인인 숲길이라서 걷는 길에는 갈잎들이 폭신하게 쌓였다 .
용곡마을을 지나면 길손은 눈에 띄게 줄어들지만 한갓진 호숫가를 걷는 맛이 있다.
저 호수 깊은 곳 어디쯤에 장성의 수호신 황룡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왼쪽) / 가슴을 활짝 열어 호수 위를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물가를 따라오던 길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면 수성마을이 앞에 있다.
숲이 끝나면서 길은 물가로 내려서더니 90 도로 꺾어지며 마을로 향한다 . 길가에 놓인 자그마한 바위에 ‘ 호수마을 수성 ’ 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걸음은 여기서 끝이다 . 수성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산이 성미산이다 . 성미산에는 백제시대에 쌓았다고 전해지는 망점산성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며 봉수대의 유구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
장성호 수변길의 끝이자 시작점인 호수마을 수성은 이름대로 호수가 지척에 있다.
장성호 입구 ~ (0.5km) 장성호 관리소 ~ (1.4km) 출렁다리 남쪽 입구 ~ (1.3km) 출렁다리 북쪽 입구 ~ (2.9km) 용곡마을 ~ (1.9km) 수성마을 버스 종점
(8km , 2 시간 50 분 , 난이도 보통 )
찾아가기 장성군 장성읍 장성역 또는 장성 공용버스터미널 앞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장성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 하루에 12 회 운행한다 . 택시를 타는 경우 약 12,000 원 정도다 . 차를 가져가는 경우 장성댐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 돌아오기 마치는 곳인 수성마을 버스 종점에서 군내버스를 타면 장성군 북이면 백양사역 , 장성 사거리버스터미널로 갈 수 있다 . 하루에 5 회 운행한다 .
화장실 장성호 입구 주차장 , 용곡마을 입구 주차장 음식점 및 매점 시 · 종점과 걷는 중간에 음식점이나 매점은 없다 . 간식과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 용곡마을에 닭 , 오리 , 매운탕을 파는 음식점이 한 곳 있다 . 숙박업소 시 · 종점과 걷는 중간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 장성댐 하류 황룡강 주변과 장성읍내에 숙박업소가 많이 있다 . 코스 문의 장성군 문화관광과 061-390-7240
글, 사진: 김영록 ( 걷기여행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