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올레길은 금오산저수지 둘레에 난 길 2.6km 코스다 . 저수지 둘레를 걷기 때문에 오르막길이 없다 . 코스도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
금오랜드 앞 백운교에서 출발해서 금오유선장 ,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앞 , 물 위에 놓인 데크길 , 제방길 , 물 위에 놓인 데크길 , 금오랜드 앞 백운교 순으로 걸으면 된다 .
코스가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변에 있는 채미정 , 경상북도환경연수원 , 올레길 전망대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
채미정은 ‘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 로 시작하는 시조를 지은 , 고려의 충신 길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다 .
경상북도환경연수원은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곳이다 . 연수원 안에 있는 탄소제로교육관은 다양한 체험시설을 통해 아이들이 쉽게 환경보전과 자연보호에 대해 알아볼 수 있게 했다 . 실제로 사람이 살던 초가집을 보전하여 옛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 무엇보다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 좋다 .
올레길 전망대는 금오산올레길 원래 코스에서 약 400m 정도 떨어진 산 위에 있다 . 전망대에 서면 금오산저수지가 한 눈에 다 보인다 .
채미정 앞 솔숲
금오산과 채미정
금오산올레길은 금오산 기슭에 있다 . 금오산 ( 金烏山 ) 은 아주 오래 전 어느 날 누군가가 해질녘 산 위에 피어나는 황금빛 노을 속을 나는 까마귀를 보고 지은 이름이다 . 금오산은 해발 976m 로 기암절벽과 숲이 어울린 산이다 . 금오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되는데 , 1946 년 금오산 기슭에 제방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었다 . 그 저수지가 금오산저수지다 . 금오산은 1970 년 국내 최초로 도립공원으로 지정 됐다 .
채미정
채미정 경모각
저수지 바로 위에 고려시대 충신 길재를 기리는 정자 , 채미정이 있다 . 채미정으로 들어가는 입구 솔밭 앞에 길재가 남긴 유명한 시조를 새긴 시비가 보인다 .
채미정 경모각에 있는 조선시대 숙종 임금의 시
길재는 성균관 박사를 지낸 뒤 문하주서 ( 고려시대에 문하부에 속하여 문서 또는 기록을 맡아보던 종칠품 벼슬 ) 에 올랐다 .
고려 조정에서 일했던 길재는 고려 왕조가 망하고 조선 왕조가 들어서자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며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구미에 내려와 은거했다 .
그의 이름 앞에는 잘 알려진 ‘ 야은 ’ 이라는 호가 이름과 하나처럼 붙어 다니는데 , 그는 ‘ 야은 ’ 이라는 호 이외에 ‘ 금오산인 ( 金烏山人 )’ 으로도 불렸다 .
조선시대 영조 임금 때인 1768 년 길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채미정을 지었다 . 채미정은 금오산으로 오르는 입구 솔숲 계곡 옆에 자리잡았다 .
채미정의 ‘ 채미 ’ 는 중국 백이와 숙제의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누르고 주 왕조를 세우자 백이와 숙제 형제는 주나라의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다 굶어 죽었다는 옛 이야기다 .
채미정 안에 있는 경모각에는 조선시대 숙종 임금이 길재의 충절을 기리며 남긴 시 한 편이 걸려 있다 .
길 안의 길,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산책길을 걷다
백운교를 건너 금오산저수지 둘레를 걷기 시작한다.
채미정이 있는 곳은 솔숲과 계곡이 제법 그럴 듯하다 . 채미정을 돌아보고 계곡을 건너 금오산올레길이 시작되는 백운교로 걷는다 . 등 뒤에 우뚝 솟은 금오산에 고려의 충신 길재의 뜻이 서린 것 같아 걸음에 무게가 실린다 .
물가의 정자
백운교를 건너 걷는 길 , 물가에 정자가 보인다 . 시멘트로 만든 정자에서 저수지의 풍경을 감상하고 걷던 길을 계속 걷는다 .
금오산저수지 오리배 타는 곳(겨울에 저수지가 얼어 오리배는 탈 수 없다.)
얼음에 갇힌 오리배가 봄날을 기다리며 한 곳에 모여 있다 . 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탈 수 있는 유선장이다 . 겨울에는 운영을 안 한다고 한다 .
저수지 둘레에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저수지가 얼었다(왼쪽). 저수지 옆 겨울나무
유선장 건물을 지나 길을 따라 걷는다 . 저수지 가운데 얼음이 녹아 물결이 찰랑거린다 .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있는데 , ‘ 쩌적 ’ 하며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 영하의 날씨 가운데 든 따듯한 날 하루 햇살에 얼어붙은 저수지가 숨을 쉬나보다 .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안에 있는 구미시탄소제로교육장
봄 같은 걸음으로 도착한 곳이 경상북도환경연수원이었다 . 금오산올레길 코스 바로 옆에 있으니 잠깐 들러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사실 경상북도환경연수원이라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이름 때문에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는데 , 금오산올레길이 짧아서 한 번 들러보기로 한 것이다 . 하지만 이름과는 사뭇 다르게 호젓한 곳이었다 .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연자방아 , 마차 , 맷돌 등 옛날에 쓰던 자연친화적인 생활도구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
탄소제로교육관은 나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하고 길을 따라 더 안으로 들어간다 . 자연사전시관 건물 앞에 티라노사우루스와 세 개의 뿔이 있는 트리케라톱스 , 지붕을 가진 도마뱀이라는 뜻의 스테고사우루스 , 착한 어미 도마뱀이라는 뜻의 마이아사우라 등 커다란 공룡 모형이 있다 .
경상북도환경연수원 내 자연사전시관 건물 앞에 있는 공룡 모형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안에 있는 초가(왼쪽), 그리고 아궁이와 가마솥
호젓한 흙길을 따라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 꾸미지 않은 길이 오히려 정겹다 . 그런 길 옆 숲에 초가집 한 채가 자연처럼 있다 .
경상북도환경연수원이 들어서기 전에 원래 이곳에 있던 초가집이다 . 초가집 주변에 7 가구가 살았었다 . 환경연수원을 만들면서 6 가구는 철거하고 이 집 한 채를 남겼다 . 실제로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던 초가집 그대로다 .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추레하게 낡아지기 마련인데 , 흙벽 초가는 왠지 아직도 따듯해 보인다 .
경상북도환경연수원 내 구미시탄소제로교육장에 전시 중인 지하철 광고판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왼쪽). 외부에 있는 풍력발전 주크박스
나오는 길에 탄소제로교육관을 들렀다. 탄소제로교육관은 다양한 체험시설을 통해 아이들이 환경보전과 자연보호에 대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한 곳이다. 교육관을 나와 건물 밖 야외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오르골을 작동시키는 풍력발전 주크박스, 태양광에너지로 작동되는 대형 피아노 등이 있다.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함께 놀러온 아이는 태양광 피아노를 연주하고 엄마는 풍력발전 주크박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
금오산저수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다
경상북도환경연수원에서 초가의 옛 추억과 함께 호젓한 산책을 즐기고 금오산올레길 원래 코스로 접어들었다 .
경상북도환경연수원에서 나와 물 위에 놓인 테크길을 걷는다.
물 위에 놓인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올레길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 이정표가 약 400m 정도 떨어졌다고 알려준다 . 가파른 오르막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 400m 가까운 거리 대부분이 오르막길이다 .
금오산 뒤로 해가 숨기 전에 전망대에 도착하기 위해 숨을 몰아쉬며 쉬지 않고 걸었다 . 다리가 팍팍해질 때쯤 전망대에 도착했다 . 흐르는 땀을 식히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 전망은 일품이었다 .
‘올레길전망대’에서 본 금오산저수지. 금오산올레길은 저수지 둘레를 걷는 길이다.
올레길전망대’에서 본 풍경
우뚝 솟은 금오산 줄기가 금오산저수지를 품고 있는 형국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저수지 둘레에 난 금오산올레길도 그 풍경 중 하나다 .
전망을 즐기는 사이 전망대에 사람이 제법 모였다 . 집안 이야기를 나누는 모녀 , 친구들끼리 산책 나온 아저씨들은 웃음 섞인 농담을 던지고 , 아줌마들은 의자에 앉아 귤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 그들에게 이 풍경은 일상 중 하나다 .
올레길전망대’에서 내려와 제방길을 건너면서 본 풍경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고 있는데 예닐곱 살 돼 보이는 아이가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라온다 . 그 뒤에는 엷은 미소를 띠며 아이를 바라보는 듬직한 아빠가 있다 .
제방길을 건너면서 본 풍경
금오산올레길로 다시 접어들었다 . 제방길을 건너서 물 위에 놓인 데크길를 따라간다 . 해는 산 뒤로 숨었다 . 퍼런 저녁 공기에 다시 찬바람이 실린다 .
금오산이 우뚝 솟았다. 사진 아래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인 백운교가 보인다.
금오랜드 앞 백운교 - 금오유선장 -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앞 - 물 위에 놓인 데크길 - 제방길 - 물 위에 놓인 데크길 - 금오랜드 앞 백운교
( 약 2.6km, 45분)
*금오산올레길 주변 채미정 , 경상북도환경연구원 등 관람시간 제외
찾아가기 구미역 시내버스정류장에서 27 번 버스를 타고 ‘ 자연학습원입구 정류장 ’ 에서 내리면 됨 ( 버스가 드물다 ). 구미역 앞에서 금오랜드까지 찻길로 약 3.3km 구미종합터미널에서 출발지점인 금오랜드 앞 백운교 부근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 없음 . 구미역 시내버스정류장에서 27 번 버스로 환승해야 함 . 구미종합터미널에서 출발지점인 금오랜드 앞 백운교까지 약 4.5km 돌아오기 금오랜드 앞 금오랜드 시내버스정류장에서 27 번 버스 이용 ( 버스가 드물다 . 시내에서 들어오는 택시 및 콜택시 이용 )
화장실 경상북도환경연수원 . 금오산저수지 제방과 백운교 사이 식당 ( 매점 ) 출발지점인 백운교 주변에 식당 있음 ( 식수와 간식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음 ) 숙박업소 구미시내 숙박업소 이용 코스문의 금오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54-480-4604
글 , 사진: 장태동(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