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신지면 신리 앞에서 남쪽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은 국내 ‘명사십리(明沙十里)’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다. 근래 여러 지자체에서 ‘명사십리’라는 명칭을 썼지만, 전라도에서 명사십리라 하면 완도가 신지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
완도대교를 지나 완도읍내에 닿기 전 동쪽으로 난 신지대교를 건너면 바로 명사십리 백사장이 나온다. 완도와 해남을 잇는 연륙교가 지난 1969년에 연결된 데 이어 2005년 완도 본섬과 신지 섬을 잇는 연도교가 연결돼 이제 신지도는 언제든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연륙·연도교 완공 전 신지도는 접근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보려면 어쨌든 배를 타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명사십리’ 신지도가 갖는 독특한 매력은 예전에 비해 다소 옅어졌다.
명사십리를 관통하는 명사갯길은 총 2개 코스가 있다. 신지대교에서 시작해 명사십리해수욕장이 끝나는 울몰까지 약 10km 구간이 1코스, 이후 석화포를 거쳐 내동마을까지 약 5km 구간이 2코스다.
1코스는 신지 섬의 남쪽 해안을 아우르는 코스로 어촌마을인 강둑에서 시작해 물하태, 신지도 등대를 거쳐 너른 백사장까지 이어진다. 강에서 등대가 이르는 구간은 숲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제법 걸을 만 하다.
길의 시작인 신지대교휴게소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또 물과 간식을 구입할 수 있는 간이매점과 화장실이 있다. 여기서 행장을 챙겨 길을 떠나면 된다. 특히 시작지점에서 명사십리까지 식수를 구할 수 없어 물은 꼭 챙겨야 한다. 관광안내소에 들르면 완도군과 신지면, 그리고 명사갯길에 관한 간단한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지도 한 장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걷는 자에게 지도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길을 나서자마자 전망대가 보인다. 완도군에서 선정한 ‘전망 좋은 곳’ 중 한 곳으로 장보고 장군이 호령한 완도이 푸른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잡목이 시야를 살짝 가리긴 하지만, 바다 건너 맞은편에 다소곳하게 들어앉은 완도항과 그 너머 산 능선이 우뚝 솟은 장보고 동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세워진 이정표엔 ‘명사십리 백사장 6.3km’라고 적혀 있는데, 아마 산동장 삼거리에서 신지대등대까지 왕복 1.4km를 빼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시작 지점엔 나무로 데크가 조성돼 있어 성큼성큼 걸을 수 있다. 길은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걷기 힘들 만큼 좁다. 반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예전에 이 길은 지게를 진 사내, 물동이를 인 아낙, 갯것꾸러미를 든 어부 등이 거닐던 고샅길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며 걸으니 더 발걸음이 더 경쾌해진다.
길 양쪽으로 잡목과 잡풀이 우거져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여름 꽃인 원추리가 환하게 여행자를 맞는다. 그밖에도 이름 모를 들풀이 무성하다.
길은 오른편으로 푸른 완도의 바다를 끼고 돈다. 모퉁이를 돌면 다시 모퉁이가 나타나고…그렇게 끊임없이 모퉁이를 돌고 돌아 길은 이어진다. 다소 지루할 때쯤 물하태 마을로 접어든다.
‘물하태’라는 독특한 지명만큼이나 마을의 지형 또한 독특하다. 마을 남쪽은 항구, 북쪽으로는 갯벌이 내륙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마을은 호리병 모양을 하고 있다. 물하태 선착장은 신지대교를 잇기 전까지 크고 작은 배들이 완도 본섬으로 향하던 나루터였다. 지금도 고깃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은 남쪽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진다. 멀리 짙은 숲이 보이는데, 서봉각 등대가 자리한 산 능선이다. 능선의 안부에는 영주암이라는 작은 절이 자리하고 있는데, 완도의 앞바다를 바라보는 명당이다.
물하태에서 등대가는 오솔길과 만나는 지점까지의 길의 양상은 여태 걸어왔던 것과 비슷하다. 능선에 올라서니 ‘산동정 삼거리’다. 여기서 곧장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갈 수도 있지만, 남쪽으로 쭉 뻗은 곶으로 가면 등대를 만난다. 신지도 남쪽 봉우리 끝에 있다 하여 예전 이름은 ‘서봉각 등대’다.
물하태에서 등대가는 오솔길과 만나는 지점까지의 길의 양상은 여태 걸어왔던 것과 비슷하다. 능선에 올라서니 ‘산동정 삼거리’다. 여기서 곧장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갈 수도 있지만, 남쪽으로 쭉 뻗은 곶으로 가면 등대를 만난다. 신지도 남쪽 봉우리 끝에 있다 하여 예전 이름은 ‘서봉각 등대’다.
완도의 작은 섬, 신지도 남쪽 봉우리 끝에 달린 등대는 어떤 모습일까.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 나는 듯 내달렸다. 0.7km를 내려오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등대는 평범했으나, 주변으로 성채처럼 쌓은 돌무더기가 눈에 띄었다. ‘이런 곳에 누가 돌을 쌓았을까’ 생각하며, 한참 동안이나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앞은 바다 등 뒤는 울창하게 우거진 숲, 호젓하기 그지없는 시간을 보낼 수 명소다. 명사갯길 구간을 걷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등대에서 다시 산 능선으로 올라야 임도를 따라 동쪽으로 15분 쯤 가면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백사장 위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울몰 마을. 1코스 길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