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 오일장 입구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이어진 131km 의 올림픽아리바우길은 기존 걷기길을 지나는 구간이 많다 . 강릉에서는 강릉바우길을 지나는데 , 아리바우길 7 코스는 강릉바우길 3 코스에 해당한다 . 그래서 강릉바우길 이정표와 아리바우길 이정표가 겹쳐 현장의 길 안내 표시는 자세히 돼 있는 편이다 .
이 길에 다른 이름인 ‘ 어명 받은 소나무길 ’ 에서 알 수 있듯이 11.7km 를 걷는 내내 시종일관 소나무 숲길을 지나는 구간이다 . 아직은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아 호젓한 소나무 숲을 산림욕과 함께 가볍게 걸을 수 있다 .
길은 예전 대관령유스호스텔 , 현재 강릉힐링리조트 앞에서 시작된다 . 여기서부터 1km 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 · 콘크리트 길이다 . 앞으로 겹겹이 굽이치는 산 능선이 보이는데 , 눈 앞으로 보이는 산이 해발 1008m 의 대공산이다 . 산 능성엔 약 4km 의 석축이 있었다는 대공산성이 자리한다 . 백제 시조 온조왕 또는 발해 왕족인 대씨가 쌓았다는 전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
찻길은 보현사 입구에서 끊기는데 , 여기서 오른편 산비탈을 통해 비로소 소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 이 지점의 해발고도는 약 300m 로 여기서부터 가장 높은 지점인 술잔바위까지는 표고차가 약 500m 정도다 . 1 시간 남짓 줄곧 오르막 구간이 이어지는 셈으로 시작부터 숨고르기를 천천히 오르는 게 좋다 .
겨울 소나무 숲은 그지없이 호젓하다. 지나는 이들도 거의 없다. 7코스 11.7km 전 구간을 혼자 걷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 노루나 고라니 등 들짐승이 나타날 만도 한데, 새 소리를 빼면 적막할 정도로 호젓한 산길이다.
1km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임도가 나오고, 여기서 동해가 보이는 방향에 작은 정자가 홀로 서 있다. 어명정(御命亭)이다. 지난 2007년 광화문 복원에 사용한 금강소나무를 벌채하기에 앞서 역사상 처음으로 교지(敎旨)를 받아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지냈다고 한다. 당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씨가 “어명이오!”라고 외치고 나무를 베었다고 한다 .
어명정
문화재용 금강소나무 대경목 3 본 (90cm) 을 베고 , 그 자리에 어린 묘목을 심었다 . 또 벌채된 대경목 그루터기를 복원해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어명정을 건립했다고 한다 .
임도에서 다시 숲길로 오르면 술잔바위 가는 길로 이어진다 . 그간 소나무 숲은 남향인데도 해발고도가 높지 않아 눈이 쌓이지 않았지만 , 이 지점부터는 눈길이다 . 폭설이 내린 후가 아니라면 푹푹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젠을 준비하는 게 좋다 .
술잔바위까지도 여전히 호젓한 숲이 이어진다 . 사위는 소나무와 잡목 , 잡풀뿐이다 . 그 사이로 사람 한 사람 다닐만한 황톳길이 나 있는데 , 길을 걸을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 그야말로 힐링 , 치유의 길이라 할 수 있다 .
술잔바위 표면엔 동그란 구멍이 셋 있다는데 , 눈에 덮혀 간신히 하나만 볼 수 있다 . 술잔바위가 서면 백두대간 마루금을 볼 수 있는데 , 곤신봉 (1131m)· 매봉 (1173m) 이 눈앞이다 . 매봉 너머엔 대관령 삼양목장이 있다 .
술잔바위에서 본 백두대간
7 코스 시작점에서 술잔바위까지는 약 5.3km 로 절반쯤 온 셈이다 . 이후부터는 줄곧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 겨울 소나무 숲엔 향도 없고 , 푸르름도 없다 . 하지만 칼칼한 바람을 맞으며 낙락장송 사이를 걷는 기분은 그지없이 상쾌하다 . 푹신한 흙길이라 걷는 동안 발도 편안하다 . 소나무 사이로 난 고즈넉한 황톳길을 걸으며 ' 무술년 한해를 어떻게 맞이할까 ' 설계해보는 것도 좋겠다 . 그렇게 한 시간여를 가면 임도 갈림길이 나온다 .
산불 예방을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가 나오고 , 갈림길 중 명주군왕릉 방면으로 내려오면 7 코스의 남은 구간이 이어진다 . 여기서부터 왕릉까지 약 3.7km 로 약 3 분의 1 이 남은 셈이다 .
임도를 걷는 구간은 황톳길보다는 맛이 덜하다 . 하지만 해발고도가 낮이 눈은 쌓이지 않았다 . 이 지점도 시야는 온통 소나무다 .
명주군왕릉은 강릉 사람들에겐 의미 있는 곳이다 . 강릉의 예전 명칭은 ' 명주 ' 다 . 명주군왕은 신라 무열왕의 5 대손이며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주원의 묘다 . 그의 부친 김유정이 명주에 벼슬을 받아 내려와 있을 당시 지방 토호의 딸과 결혼해 김주원을 낳았다고 한다 . 이후 선덕왕이 후계자 없이 죽자 왕위 계승자로 유력했지만 , 당시 상대등인 김경신이 왕위에 오르자 자진해 강릉으로 물러났다 . 이후 원성왕이 된 김경신은 김주원을 명주군왕에 봉하고 명주 · 양양 · 삼척 · 울진 · 평해를 식읍으로 주었다 . 하지만 후대에 김주원의 아들과 손자가 연달아 반란을 일으켰으나 모두 실패했다 . 반란 후에도 여전히 문중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 이후 왕건이 고려를 건국할 당시 이 세력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
강릉힐링리조트 → 보현사 입구 (1.6km)→ 어명정 (2.7km)→ 술잔바위 (1km)→ 임도 갈림길 (2.7km)→ 명주군왕릉 (3.7km). (11.7km, 3~4 시간)
강릉시내에서 군내버스 52 번을 이용하면 길 시작점인 보현사 입구까지 갈 수 있다 . 돌아오는 길에도 52 번이 명주군왕릉을 거친다 . 하지만 배차 간격이 평일엔 약 1~2 시간 , 주말에 이보다 더 길어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 (06:00 07:10 09:05 11:05 13:05 15:10 17:10 19:07 21:10) 공휴일 막차운행 안함 )
화장실 및 매점 소나무 숲길을 걷는 동안엔 화장실이 한 군데도 없다 . 길 시작점인 강릉힐링리조트와 소나무숲길 입구 , 종점인 명주군왕릉에 화장실이 있다 . 걷기여행 TIP -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편이다 . 차를 갖고 갈 경우 강릉힐링리조트 또는 보현사 입구 앞에 주차할 수 있다 . - 중간에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마실 물을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 . - 소나무 숲길 시작과 동시에 오르막으로 호흡 조절을 잘 하며 걸어야 한다 . 또 겨울엔 아이젠 등의 장비를 꼭 챙겨야 한다 . 코스문의 강릉시 관광과 033-640-5126
글, 사진: 김영주 기자(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