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명산과 남산의 중간지점, 마즈막재에서 출발
충주는 안동 하회마을처럼 강물이 휘돌아나가는 물돌이동 마을이다. 충주 시내의 북쪽을 감싼 남한강과 남쪽을 적시던 달천이 탄금대교 앞에서 만나 서울로 향한다. 그래서 충주에는 북쪽을 지키는 진산이 없다. 그 자리에 남한강이 흘러간다. 대신 동쪽으로 걸출한 계명산과 남산이 버티고 있다. 두 산은 충주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면서 충주 도심을 아늑하게 감싼다.

종댕이길은 충주 시내에서 가까운 덕분에 충주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출발점은 마즈막재다. 이 고개는 계명산과 남산이 이어지는 가장 낮은 지점이다. 마즈막재에 종댕이길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아스라이 펼쳐진 충주호가 반긴다. ‘종댕이’란 말이 왠지 정겹다. 종댕이는 이 근처의 상종마을과 하종마을의 옛 이름에서 나왔다. 심항산을 종댕이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심항산 둘레를 도는 길이라 종댕이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종댕이길의 안내판과 지도를 살펴보고 출발한다. 도로와 함께 이어지지만, 데크가 놓여 걷기 좋다. 15분쯤 가면 만나는 오솔길을 따라서 수변으로 내려간다. 원터정 정자를 지나면 제1조망대에 올라선다. 시원하게 펼쳐진 충주호의 넉넉한 모습에 마음이 툭 터지는 느낌이다. 호수 중앙에는 별 모양의 수초섬이 자리한다. 수초섬의 디자인은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란 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수초섬 중앙 데크 위에 있는 조형물은 세종 15년(1433) 제작되어 별을 관측하던 ‘혼천의’다. 호수에서 별을 볼 수 있어 신선하다.


조망대를 나오면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장승 사이를 지나면 종댕이 고개를 만난다. 이 고개를 넘을 때마다 한 달씩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한 달 수명이 늘어난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넘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충주호가 나타난다. 전망 좋은 터에 자리한 밍계정에 올라 잠시 한숨 돌린다. 마침 아주머니 세 분이 오셔 정자가 시끌시끌하다. 아주머니들은 걷기 부담 없고 풍경 좋은 종댕이길을 수시로 찾는다고 한다.

심항산 정상 조망은 종댕이길의 보너스

정자를 나와 휘파람이 절로 호젓한 길을 걷다보면 ‘지네들의 돌집’ 안내판을 만난다. 검은 돌이 너덜겅처럼 쌓인 곳이다. 지네는 계명산 이름 유래와 인연이 깊다. 옛날 이 산에 지네가 하도 많아 백제 때 한 촌로가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다. 어느 날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지네가 닭과 상극이니 닭을 길러 보라고 하여 그대로 하였더니 지네가 없어졌다. 닭이 많아 산속 곳곳에서 닭이 울었기 때문에 계명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제2조망대와 소원바위를 연달아 지나면 갈림길을 만난다. 종댕이길은 그대로 직진이지만, 오른쪽에 출렁다리가 있으니 보고 가는 게 좋다. 거대한 철다리이지만, 가운데 서면 흔들흔들 출렁거린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숲해설 안내소가 나오고, 마즈막재로 돌아가면 종댕이길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심항산 꼭대기에서 펼쳐지는 충주호 조망을 놓치지 말자.

숲해설 안내소에 닿기 전에 심항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가파른 비탈을 20분쯤 오르면 꼭대기에 선다. 정상의 정자 앞에서 충주호 조망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특히 오른쪽 멀리 월악산의 자태가 충주호와 어울려 일품이다.





글, 사진: 진우석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