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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성] 유유자적 단풍놀이하고 싶은 길 의성읍 둘레길 3코스

2020-10 이 달의 추천길 2020-10-21
조회수1,319

유유자적 단풍놀이하고 싶은 길

의성읍 둘레길 03코스

글, 사진: 최지혜 여행 작가


긴 장마로 무척이나 짧았던 이번 여름.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가을은 이미 성큼 다가와 있었고, 집에만 있어 찌뿌둥했던 몸과 마음은 오랜만에 바깥공기 쐬니 사르르 녹아내렸다.

높아진 하늘, 콧속까지 시원해지는 가을바람. 모든 게 걷기에 완벽했다.

오래간만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힘든 길보다는 길더라도 동네 산책 하 듯 가볍게 걷기 좋은 길들을 걷고 싶어 다녀오게 된 의성읍 둘레길 03코스.

13.4km로 길이가 꽤 길지만 산, 하천, 마을을 두루 누릴 수 있는 곳이라 오래간만에 힐링도 하고,

예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의성마늘치킨을 먹어보고 올 예정이다.

 






출발점을 출발하자마자 오른쪽으로 경기장의 모습이 눈을 사로잡았다.

푸른 색상이 시원해 보여서 일까? 괜히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보고 싶어졌다.

경기장 내에는 가볍게 걷기 위해 나온 동네 주민분들이 내려다보였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까? 잠시 앉아있었는데,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이 눈으로 보였다.

그런데 '응? 분명 날씨가 좋았는데, 왜 이렇게 구름이 많아졌지?' 하고 느끼게 된 순간.

분명 오늘은 날씨가 맑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많은 구름들이 몰려와 있었다.

일몰을 꼭 보고 싶었는데, 과연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또 흐린 대로의 매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길 위에 다시 올라섰다.




경기장 길을 지나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니 바로 산길이 이어진다. 오르막이 꽤 가팔랐지만 이내 올라가다 선물 같은 풍경을 만났다.

탁 트여 있던 전망. 갑자기 가슴이 뻥하고 뚫린 거 같은 기분이다.


얼마나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면이 아파트로 가득 들어선 도심 풍경이다 보니 이렇게 떠나올 때에야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쭉 뻗은 하얀색 자작나무와 후두두 떨어지는 도토리라니!'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정자와 운동기구들, 테이블이 보였고 그 뒤로 아담하지만 쭉쭉 뻗은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었다.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면서 탄다고 해서 자작 나무라고 불린다던데, 하얀색의 나무 기둥이 참 멋스럽다.

산을 걸을 때면 들려오는 소리들이 참 좋다.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나무 잎들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 도토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응? 그렇다 여긴 도토리나무가 참 많았다. 걷고 있으면 위에서 후두두 하고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들이 괜스레 귀엽게 들린다.

 




산길이 꽤 가파른 길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길이 잘 되어 있어서 걷는데 불편하진 않았다.

숲길을 지나 다시 도심 길로 들어섰다.

의성읍 둘레길은 순환 길인데 산길을 지나 다시 출발 지점인 종합운동장을 지나 하천이 있는 길을 따라 걷게 된다.






다시 접어든 도심 길은 소소한 요소들이 가득했다.

이를테면 꽃잎이 말라 흔적만 남아있던 유럽 수국이라거나 혹은 무궁화 꽃, 강아지풀, 귀여운 강아지 등 평범하지만 마음을 동하게 하는 요소들.


의성읍 둘레길은 생각보다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두루누비 앱을 따라 걷고 있는 상태라 길을 찾는 것이 어렵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하천 둑 윗길과 아랫길이 있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

아무래도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이 좋아 내려갔는데, 중간쯤 걸으니 길이 끊어져 있었다.



'없던 길을 개척해서 지나가야 할거 같아.'

원래 길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 장마 때 많은 비로 유실되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시금 뚝방길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두루누비앱이 가르쳐 주는 방향으로 다시 길을 따라갔는데, 그쪽도 길이 유실된 것인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꾸역꾸역 길을 찾아 걸었는데 결국 철파 2교를 지나서는 없는 길을 만들어 걸어가게 돼버렸다.

 



걷다 보면 가끔 이렇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길, 장애물이 있는 길, 유실된 길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런 길들을 걷다 보면 많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오늘도 깊은 생각에 잠겼던 시간.


나도 모르게 '아'하고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게 없었던 길이 갑자기 반듯하고 걷기 편한 운동로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이렇게 좋을 일이라니. 그런데 기쁨도 잠시.

돌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물이 좀 불어있어서 돌다리를 건너긴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맞은편에 보이는 의성교로 올라가 건너편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사람이 건널 수 있도록 데크길이 깔려 있었다.


의성교를 지나 하천으로 내려가니 하천길을 따라 나무들이 많이 보여 걷는 재미가 더해졌다.

그런데 눈앞에 걷기 편한 데크길이 보이고 그 앞에 빨간색 글씨로 300m 앞 길 없음 되돌아와야 함이라는 무시무시한 글귀의 간판이 보인다.


운동을 하고 있는 듯한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셨다.

조심스레 여쭤보니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돌다리가 있다고 하셨다.

다행히 그쪽은 물이 많이 안 불어 있는 곳이라 건너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진 데크길은 생각지도 못하게 무성한 숲길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가 우거져 마치 깊은 산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떨어진 낙엽마저도 멋스럽게 다가온다.

데크길 중간쯤 다다랐을 무렵 앞쪽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도록 접근금지 줄이 쳐져 있었고 아래로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돌다리가 보였다.




 

 

남대천을 따라 길을 걸으니 철새, 두루미들이 많이 보였다.

유유자적 즐기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부러워 마침 근처에 찾아 두었던 카페에 들리기로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걷기 시작한다. 비슷한 풍경들이 이어졌지만 전혀 지겹지 않다.

들려오는 소리들이 다르고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쪽 길로 접어드니 하천을 따라 벚꽃 나무들이 굉장히 많았다. 봄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았다.

 




얼마 만에 만난 의성읍 둘레길 간판인지! 괜스레 반갑다.

하천길을 지나니 수수한 논길이 이어진다.

날씨가 흐려도 걷기에는 편안해서 구름이 깔린 게 그리 싫지만은 않았는데

이곳의 풍경을 보니 파란 하늘이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싶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기대했던 의성 전통시장에 다다랐다.





역시 의성은 마늘의 고장

의성은 마늘의 고장인 만큼 전통시장 주변으로 마늘 가게들이 엄청나게 즐비해있었다.

심지어 가로등에도 마늘 모양이 새겨진 모습이 너무 귀엽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점 주인들의 모습에 마음이 콩닥콩닥. 주변 상점들은 하나같이 상점 앞쪽에 거대한 양의 마늘들을 쌓아 올려놨다.

한쪽에서는 마늘을 말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늘을 묶고 있는 모습이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런지 참 이색적이다.


전통시장을 지나 작은 도심 속을 걸어가니 든든히 채워왔던 배도 어느새 속이 텅텅 비었나 보다.

안 그래도 지나오면서 풍겨오던 마늘 치킨의 냄새가 너무 유혹적이었는데..

길을 다 걷고 나면 점찍어둔 치킨집으로 바로 향해야겠다 마음먹는다. 드디어 눈앞에 마지막 지점인 의성 종합 운동장이 보였다.

오늘도 우연찮게 마주했던 길 위에서의 풍경을 되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코스 경로: 꿈나무 언덕 - 둔덕산 - 충효사 - 종합운동장 - 의성교 - 두충나무길 - 돌다리(비가 많이 내리면 건너갈 수 없는 구간이기에 확인이 필요함) - 구봉공원 - 남천교 - 남부초교 - 의성전통시장 - 의성공고 - 종합운동장

▶거리 : 13.4km

▶소요 시간: 산책하듯 걸었을 때 5시간 30분

▶코스 타입: 순환형

▶난이도: 쉬움

▶편의시설:

화장실:의성 종합운동장, 의성교 아래쪽 간이화장실

추천 식당 : 김성구 의성 마늘 치킨 (길 코스 내에 위치)

추천 카페 : 카페 나인 (남대천을 보며 즐길 수 있는 카페, 앞쪽으로 벚꽃 나무가 가로수로 있어서 봄에 방문해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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