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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주] 도심 속 비밀의 숲, 건지산길

2021-07 이 달의 추천길 2021-04-30
조회수965

도심 속 비밀의 숲 산책하기!

건지산길

글, 사진 : 여행작가 전은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또는 한 번쯤은 걸어봤을 법한 도심 속 숲길.

그 가치를 알기엔 너무나도 꼭꼭 감춘 보물 같아서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아채지 못한다.

전주에 자리한 건지산길도 그랬다.

언뜻 보면 도심 속 흔히 있을법한 숲길처럼 보이지만, 숲 안에는 사랑할 것들이 흘러넘쳤다.

바람에 몸을 살랑이는 나뭇잎,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편히 쉬는 민들레꽃,

봄소식에 신났는지 연신 지저귀는 새소리.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지켜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심 속에 오롯이 존재하고 있었다.




 

도심 속 한가운데 야트막하게 솟은 건지산은 산책하듯 걷기 좋은 숲길이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한 길로만 이어져 편히 걷기 좋았으며,

곳곳에는 쉼터가 자리해 여유를 부리기도 충분했다.

그뿐인가, 9km 간 이어진 길에는 정겨운 연화마을부터 시작해 단풍터널, 오송제(저수지), 편백숲까지

쉴 틈 없이 변화구를 마구 던져댄다.

걷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확실한 셈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연화마을로 희귀하게 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비밀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야.」


 

시작점은 연화마을 초입부터다.

마을 뒤편으로 난 작은 산책길부터 시작인데, 초입부터 범상치 않다.

‘와, 벌써부터 시원한데?’ 가령 몇백 년은 족히 될만한 크기에 나무들이 단풍터널을 이룬 것이다.

봄치곤 꽤 높은 온도였던 29도.

그 뙤약볕은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온 걸 환영해.‘라고 말하는 듯 선

선한 그늘만이 숲을 감쌀 뿐이었다.

시작부터 예감이 좋았다.

비밀스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가령, 아무것도 모른 채 걸었다면 그저 무덤 한기로 알았을 <혼불> 의 저자 ‘최명희 묘소’가 그러했고,

길 곳곳에 핀 꽃이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였던 것, 일상에선 그냥 지나쳤을 풀잎 소리, 새소리 등이 그러했다. 시작부터 하나하나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 무작정 걷기만 하면 뭐 하겠어. 조금씩 파헤쳐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걷는 내내 쉴 틈 없이 호기심이 샘솟았다.

마치, 흥미로운 게임을 처음 접한 아이처럼 이곳저곳 들쑤시며 탐색하고 만져보았다.

비밀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종합선물세트 건지산길」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닌 결과, 건지산길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가장 먼저 거대한 단풍터널이 등장했고 그 후에 뻥 뚫린 풍경의 오송제가 등장,

다음엔 거대한 편백숲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길 하나에 이토록 다양한 풍경을 모아두었다니 흔히 말해 ‘치트키’ 라 부를 수 있는 공간 아닌가.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선물은 바로 오송제였다.

오송제는 저수지를 따라 쭉 이어진 둘레길로 옛 마을에 큰 소나무 5그루가 있어 ‘오송리‘라 불렀고

자연스레 근처에 있던 저수지는 ’오송지(오송제)‘ 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본래, 저수지를 메꾸어 도로를 낼 계획이었지만 전주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현재 오송제를 중심으로 생태공원이 조성됐다고.


 

오송지를 살리려 했던 시민들의 노력은 점차 빛을 발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오리나무가 군락을 이루었고,

곤충과 철새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형성되었으며

무엇보다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기분 좋은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가만히 정자에 앉아 오송지를 잔뜩 응시했다.

‘이곳엔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구나.’ 또 하나의 비밀을 풀어낸 것만 같았다.


두 번째 마음에 들었던 선물은 편백숲이다.

건지산길 곳곳에는 편백숲이 다수 존재했는데,

그중에서도 종점 부근에 자리한 편백숲이 압권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선 숲길은 어느 곳에 눈을 두어도 황홀했을 정도.

사진을 찍기에도 마냥 쉬어가기에도 알맞은 공간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벤치에 누워 산림욕을 즐기기도 했는데,

하나같이 여유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30분동안 숲길에 머무르게 했다.




 

두 가지의 선물을 제외하고도 건지산길에는 태조의 22대 조의 묘와 제단이 있는 조경단, 동화 같은 풍경의 전주 드림랜드 대관람차 등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자,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건지산길로 향해보자.


「오랜 걸음 속에서 배운 건 역시나 여유」


 

9km, 4시간 남짓한 시간을 걸어 다시 연화마을이다.

걷는 내내 배웠던 건 역시나 ‘여유’.

걷다가 꽃 하나에 반해 발걸음을 멈추기도, 그냥 풀잎 소리가 좋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게 만들었던 건

역시나 여유였다.


이번 걷기 여행은 시간에 쫓긴 채 살았던 나를 위한 터닝포인트였다.

여유를 항상 망각하며 살았던 나에게 ‘여유 좀 갖고 살아!’ 라며 이따금 충고하는듯했다.

여유가 필요할 땐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이 아닌 가까운 도심 속 숲길에서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 여행이었다.



▶코스 경로: 연화마을입구 - 혼불문학공원 - 오송제 - 편백숲 - 동물원뒷길 - 건지산 정상 - 숲속도서관 -

조경단 - 연화마을 입구

▶거리: 약 9 km

▶소요 시간: 4시간

▶코스 타입: 순환형

▶편의시설: 1)코스 내 상가 및 편의점 없기 때문에 식음료는 미리 준비해야 함.

2)연화마을 부근 덕진공원에 화장실 있음.

글, 사진 : 여행작가 전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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