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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군포] 봄이 흐르는, 군포수릿길 수리산임도길 풍경소리길

2021-07 이 달의 추천길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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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흐르는 힐링 걷기길!

군포수릿길 수리산 임도길 풍경소리길(경기 군포)

글, 사진 : 여행작가 김정흠


"여기가 이렇게 예뻤다고?"

나는 몇 번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함께 걷고 있었던 B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바짝 치켜들어야 끄트머리가 겨우 보이는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거닐며,

마스크 필터 너머로 전해지는 맑은 공기를 들이켜면서 연신 감동, 또 감동했다.

집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어서 더 놀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처에 이렇게 멋진 길이 있었다니.


내게 군포수릿길은 정말이지 힐링 그 자체였다

호들갑이라고 말해도 좋다.

그래. 이곳을 잘 아는 누군가에게는 내가 지금 이러는 게 호들갑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걷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최근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숲을 만나본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를 구한다.


 

누런 흙으로 뒤덮여 있기만 했던 언덕이 어느새 이리도 화려하게 물들었다니

돌이켜보건대, 나는 정말이지 길고도 오랫동안 실내에 틀어박힌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 머릿속엔 단지 땅 밑 깊숙한 곳에 뚫려 있는 지하 굴을 타고 집과 사무실을 바삐 오고 갔던 기억이 전부였다.

더욱더 여유롭게 살아야겠다는 새해 첫날의 마음가짐은 대체 어디쯤 버리고 왔단 말인가.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지냈다.

어쩌다 공원 근처를 걸었을 때 잠시나마 벚꽃을 만났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싱그럽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울창해진 나무들이 눈에 띄고 있었다.

사방에 봄이 가득했다. 나만 몰랐던 봄이다.


 

 

수리산은 다양한 산책로와 등산로가 있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경기도의 도립공원, 수리산에 다녀왔다.

군포와 안양, 안산 경계에 솟아 있으며, 주변으로 여러 봉우리가 뻗어 나가기도 하는 곳이다

여기저기에 도전하기 좋은 등산 코스도, 그저 가볍게 숲을 산책하기에도 좋은 오솔길도 많다는 뜻이다.

이번에 걷고 돌아온 걷기 여행길인 풍경소리길도 그중 하나다.

수리산역에서 시작해 군포가 자랑하는 철쭉동산을 지난 뒤, 군포시립중앙도서관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도착지는 수리산 깊숙한 곳에 있는, 수리사라는 사찰이다.

철쭉의 계절

수리산역을 출발한 우리는 이른 아침의 한적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나아갔다.

서두를 이유가 없으니까.

매년 철쭉이 필 때마다 상춘객으로 가득했던 철쭉동산은 아쉽게도 폐쇄된 상태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언덕 주변으로도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틔운 철쭉 군락을 만나볼 수 있으니까.

철쭉동산에 계절을 망각하지 않은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철쭉동산 진입은 어렵지만, 주변에서도 충분히 철쭉을 감상할 수 있다


철쭉동산은 당분간 출입이 금지된다


이 지역 출신의 선비, 이기조 선생의 묘 옆으로 우회로가 있으니 참고할 것
 

철쭉동산이 아니어도 철쭉은 어디에나 있었다.

풍경소리길로 향하는 내내 철쭉이 가득했다.

매화도, 벚꽃도, 개나리도 저물었지만, 철쭉만큼은 의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놓쳤다고 생각했거늘, 아직 반갑게 맞아주는 봄이 또 있다니.

군포시중앙도서관 옆으로 난 길이 본격적으로 임도가 시작되는 구간이다

길은 도서관 옆, 수리산 산림욕장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숲이 시작하는 곳이다. 길은 정말이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수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도, 옆 봉우리로 향하는 길도, 산의 어귀를 걷는 길도,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한 길도 있었다.

모든 방향의 길이 탐났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좋을 듯했다.

그러나 애초에 걷기로 한 길은 풍경소리길이었다.

두루누비 앱에서 풍경소리길을 찾았다.

앱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산림욕장을 지나 임도에 올랐다.

포장된 길이지만 주변은 울창한 숲이었다.


수리산 산림욕장은 누구나 숲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황토를 깔아 만든 황톳길도 꽤 매력적이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리산에 있는 작은 사찰, 봄의 새싹과 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슬슬 더워지고 있었다. 이제 막 봄을 즐겨보려는데 벌써 여름이 오려는 걸까.

다행히 울창해진 숲이 만들어 낸 그늘이 선선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종종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했다. 초록빛 새싹들과 맑은 숲 공기가 사방에 가득했다.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들어버리고 있는 듯했다.

그리웠고, 반가웠던 풍경이다.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봄을 좋아했는지를.



일단 수리산 중턱에 올라서면 그 뒤로는 걷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여러 갈래의 길이 모이는 임도오거리에는 너른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중간 지점인 임도오거리까지는 오르막이 더 많았지만,

이후에는 줄곧 평지와 내리막길이었다(후술하겠지만 수리사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도 오르막이다).

잊을 만하면 자전거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MTB 라이더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코스인 듯했다. 그

들은 분명 짜릿한 내리막을 즐기고 있을 테지만, 걷는 우리들에게도 지루할 틈은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는 과정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다.

주변 풍경이 발목을 붙잡을 때면 어김없이 쉴 만한 공간이 나타났다.

어디에서 쉬어갈 것인지는 순전히 내 선택이었다.


 

종종 등장하는 철쭉들, 자신의 계절이 왔음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공인되지 않은 약수터이지만, 누군가 바가지를 가져다 두었다

특별히 볼거리가 없어도, 즐길 거리가 없어도 좋았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리도 쉽게 자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걷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이따금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군포 시내의 풍경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사실 푸른 옷을 갖춰 입은 자연 풍경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철쭉을 비롯해 길가에 피어난 꽃들을 감상하며, 때로는 청설모를 만나 인사를 건네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천천히 걷지 않아도 되었다. 앞으로도 즐길 만한 길이 더 남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봄이 흐르는 소리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소리였다.

산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이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한껏 피곤해진 발이라도 적셔볼까 싶다가, 공간이 마땅치 않아 손을 씻는 선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어깨가 떨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임도길, 우리의 목적지는 수리사였다


수리사로 오르는 길, 마지막 고비다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수리사였다.

이 사찰이 풍경소리길의 종점이니, 마지막 고비인 셈이었다.

오르막길이라니. 그것도 아주 가파른 오르막길이라니.

잠깐 좌절감을 느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 위에서 산들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새싹들, 그 사이를 스며든 햇볕이 발끝에 내려앉은 채 손짓하고 있으니까.

바람이 불 때마다 잎새들이 반짝이는 건 또 어떻고.

다행이었다. 이 길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랐다.


 

하늘을 가득 덮은 숲, 그 너머에서 파고드는 햇살, 계곡 소리까지, 심심하지 않은 길이다

 

많지 않은 물이 흐르는데도 소리는 어찌 그리도 청명한지.

숲은 어찌 그리도 따스한 연녹빛인지. 바람결은 어찌 그리도 부드러운지.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도 전혀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평온함이 가득했다. 사찰의 기운이 여기까지 퍼져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수리사 대웅전, 주변 산세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마당에서 바라본 수리산의 풍경

수리사는 작은 사찰이었다.

유명 사찰처럼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대신 고즈넉한 분위기를 고이 품고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경내에서 작게 들려오는 목탁 소리가 꽤 청량했다.

마당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능선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 여기서 그림을 그리기라도 했다면, 한 폭의 멋진 동양화가 탄생했을 것이었다.


이 종에는 수리사의 역사가 담겨 있을까

수리사는 그 작은 규모와는 다르게, 길고도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무려 신라 진흥왕 시절에 세워진 사찰이란다.

천년고찰인 셈이다.

당시 왕족의 후손이었던 운산대사가 이 산에서 부처를 직접 목격했다며 '견불산'이라고 명명하고,

수리사를 창건한 것이다. 수리산이라는 명칭은 1940년대에 절 이름을 따서 새롭게 바꾼 이름이다.


규모는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는 사찰이다, 역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조선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36개 전각과 12개의 부속 암자를 거느린 거대 사찰이었다.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도중 파괴되었고, 이후에 의병장 곽재우가 절을 재건해 명맥을 이었다고도 알려졌다.

현재는 대웅전 등 4개 전각만이 남은 소규모 사찰이지만, 그 역사만큼은 깊고도 길게 이어지고 있다.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서

풍경소리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이번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거다.

절에서 내려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될 것을 굳이 언덕을 다시 넘어갈 요량이었다.

해가 하늘 높이 올라가며 기온이 꽤 올랐음에도, 그래도 언덕은 언덕이라고 넘어오느라 꽤 피곤했음에도

그냥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서 그러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은 어찌나 짧던지.

한참이나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금세 임도오거리가, 산림욕장이 등장했다.

이렇게 금방 돌아올 수 있을 만한 거리였던가.

다시 올 거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길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는 발걸음이 조금 더 쉽게 떨어질 테지.



▶코스 경로: 수리산역 - 철쭉동산 - 중앙도서관 - 임도오거리 - 수리사

▶거리: 5.0 km

▶소요 시간: 약 1시간 30분

▶코스 타입: 비순환형

* 풍경소리길 표시가 없습니다. 두루누비 앱에 있는 '따라가기' 기능을 활용하세요.

* 화장실은 수리산역, 철쭉공원, 수리산 산림욕장, 임도오거리 인근 언덕, 수리사 등에 있습니다.

* 풍경소리길 일부 구간에서는 자전거와 마주칠 수 있기도 합니다. 통행에 유의하세요.

* 수리사에서 걷기를 종료하면, 도보로 20분 거리(1.5km)에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버스 탑승 후 대야미역으로 이동해 전철 등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 식수는 미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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