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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합천] 홍류동 계곡, 해인사의 녹음따라 합천 가야산 소리길

2021-08 이 달의 추천길 2021-09-24
조회수256



홍류동 계곡과

해인사의 녹음따라 걷는

합천 가야산 소리길

여행작가 정호윤




여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녹음(綠陰)과 계곡이다. 여름을 맞아 푸릇푸릇 해진 풍경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여기에 계곡물소리까지 더해지니 눈도 귀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걸을 수 있다고 찾아간 곳은 바로 합천 가야산 소리길이다.





소리길의 출발 지점은 대장경테마파크. 미디어 인터랙티브를 포함해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꽃들과 초록빛 가득한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토존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소리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둘러보자.



소리길은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과 소리(蘇利), 즉 이로움을 깨닫는 길이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황산 1구 마을 농로를 따라 조성된 길을 시작으로 가야천(伽倻川)을 따라 영산교까지 6km를 걷는 코스인데 1.3km만 더 걸으면 해인사에도 닿을 수 있다.



천천히 걷는다면 2시간 30분~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대체로 평탄하다.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구간마다 볼거리가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시원한 계곡물소리에 신난 아이들의 목소리가 섞여든다. 홍류동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다 보니 여름에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1km쯤 걸었을까, 다리를 건너니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정자에 올라서니 울창한 송림과 계곡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눈이 즐겁다.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나서니 가야산의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가야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가야산의 19개 비경 가운데 소리길에서만 16개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소리길'이 적힌 이정목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6km 소리길을 걷는 동안 헤맬 일이 전혀 없다. 계곡을 끼고 있는 한적한 농촌 들녘을 약 2km 정도 걷게 되는데 평화로운 풍경의 연속이다. 분홍빛 코스모스가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다소 뜬금없이 등장한 하트 조형물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소리길 탐방지원센터까지 가는 동안 소리길 오토캠핑장, 무인카페, 소리길 쉼터 등 다양한 곳을 지나친다. 소리마을의 한적한 풍경도 또 하나의 볼거리이니 놓치지 말길.




소리길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야산 소리길의 비경을 만나볼 차례다. 나무데크길과 산길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는데 경사가 대체로 완만해 힘들지 않다.

 




수백 년 된 송림 숲속을 걷다가 고개만 돌리면 아름다운 계곡 풍경과 청아한 물길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예쁜 풍경 속에서 걷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다. 여기에 산새 소리와 폭포 소리가 더해지니 '소리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가득한 울창한 나무숲에서 조용히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켜본다. 도심 속 바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본다.




 

가야산의 자연을 만끽하며 걷는 도중에 특별한 생태연못이 등장한다. 바로 소리길 소(小) 생태계라는 곳이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보금자리를 잃은 작은 생물들을 위한 공간이자 서식지 간 연결을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한다. 곤충호텔이라는 이름에서 따뜻함과 배려심이 느껴진다.





 

연꽃과 키 작은 억새가 심어져 있는 연못 가운데에는 예쁜 나무 한 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가까이 가려고 징검다리를 밟으려고 보니 연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징검다리마다 그림이 각양각색이다. 재밌는 모습에 기어이 징검다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니 홍류동 매표소가 등장한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 소리길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이 홍류동 매표소에서 길상암까지 1.4km 구간이라고 하니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가야산 비경 중 하나인 홍류동 계곡은 이름부터 재밌다. 가을 단풍이 어찌나 붉은지, 흐르는 물조차 붉게 보인다고 하여 홍류동((紅流洞)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라서 그런지, 계곡 물줄기는 붉은빛 대신에 초록빛을 띄는듯하다. 가야산 소리길을 걷는 사람들이 풍경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와 같은 공간이 나무데크와 이어져 있다. 



홍류동 계곡을 내려다보는듯한 정자의 이름은 농산정(籠山亭). 홍류동은 통일신라 시대의 학자이자 문필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가야산에 들어와 은거 생활을 할 때 글을 읽었던 공간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 유림이 최치원 선생을 추모해 정자를 세우고, 그의 칠언절구의 한 구절을 따 이와 같은 이름을 지었다. 농산정의 맞은편 암벽에는 최치원 선생의 친필이 암각 되어 있어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늘 시비(是非) 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최치원 선생이 지은 칠언절구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세상의 온갖 소리를 물소리, 산소리로 덮어버렸다는 내용이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이곳에서 잠시나마 쉬게 하면 어떨까.


 

달빛에 잠겨있는 연못이라는 제월담(霽月潭)도 가야산 19개 비경 중 하나다. 푸른 나무들과 잎 사이로 보이는 제월담은 고요하면서도 눈부시다.





명진교를 건너기 전에 만날 수 있는 길상암(吉祥庵)은 소리길의 유일한 암자이다. 벼랑에 매달린 것처럼 까마득하게 높이 있는 길상암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궁금해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윽고 나무계단을 모두 오르니 가야산의 능선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땀 흘리며 나무계단을 오른 보람이 있는 경치다. 저 높은 산과 숲들이 모두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을 문득 상상해본다. 다음에 다시 걷고 싶은 길,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길상암에서 얼마 걷지 않아 낙화담에 닿는다. '꽃이 연못으로 떨어진다'는 뜻의 낙화담(落花潭)은 소리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련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는데 푸른 에메랄드 색 물빛이 정말로 아름답다. 마음속으로 꽃잎을 하나씩 연못에 떨어뜨려본다.



마지막까지 가야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던 가야산 소리길, 6km를 걸었지만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걸었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왕복 코스를 걷는 분들도 많다고 하는데, 그 심정이 사뭇 이해가 간다.




가야산 소리길의 종점에서 해인사까지의 거리는 약 1.3km이다.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마음에 해인사까지 단숨에 걸어본다.

팔만대장경판을 품고 있는 천년고찰 해인사를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소리길에서 현세에 찌든 마음을 씻어내고, 해인사에서 사색에 잠겨본다. 아름다운 사찰을 산책하며 경내에 울려 퍼지는 스님의 목탁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아, 여기도 소리길인가보다.


▶︎걷는 시간

약 2시간 30분

▶︎걷는 거리

6.0km

▶︎걷기 순서

대장경테마파크 - 소리길 탐방지원센터 - 농산정 - 길상암 - 영산교

▶︎코스 난이도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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