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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초보도 괜찮아, 원주 치악산 둘레길 8코스 거북바우길

2021-10 이 달의 추천길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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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초보도 괜찮아,

원주 치악산 둘레길 8코스

거북바우길

글.사진 노성경 여행작가

구학산 전망대

치악산둘레길 이정표
 

코스 내 이끼 숲

하늘은 높고 푸르며, 누렇게 익은 벼는 공손하게 머리를 숙인 채 선선한 바람에 춤을 춘다.

바야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찌는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쉽게 나서질 못했기에 이 가을이 반갑기만 하다.

마침, 7코스의 치악산둘레길이 새롭게 추가되었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와 강원도로 나서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8코스 <거북바우길>. 거리도 적당한 데다 난도도 낮은 편이라 오랜만에 길을 나서는 코스로 제격이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가을 소경인 풍성하게 여문 곡식들이 가득한 전원 풍경을 품고 있는 곳이기에 더욱 기대가 됐다.
 

자료출처 _ 치악산둘레길 공식 홈페이지.

8코스 거북바우길은 원주시 신림면 용암리에 위치한 용소막성당에서 출발해 구학산 산길을 지나 석동 종점까지 약 11.4km의 거리로 3시간 30여 분 정도가 소요된다.

다만, 이번 여행기에서는 용소막성당에서 중반 거북바우까지만 소개를 하고자 한다.

길이만 놓고 본다면 6.1km가 될 수가 있으나 치악산 중반에 위치하고 있어 결국엔 코스 전체를 걷는다고 생각해야 된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오거나 구학골까지 진행 후 구학마을로 내려와 마을버스를 탑승하는 방법이 있다.

길의 길이가 다소 길긴 하나 치악산둘레길 진입 초심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산린이, 걸린이들도 충분히 걸을만하다.

코스 자체도 거의 외길인데다 곳곳에 이정표가 위치하고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다만, 시점부터 종점까지 마트나 식당이 없어 원주시에서 미리 준비를 해야 된다. 공용 화장실 역시도 시점인 용소막성당이 유일하다.

식수와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에너지 바와 간식을 넉넉하게 준비하도록 하자.

용소막성당 주차장 입구에서 치악산둘레길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여느 명품길이 그렇듯 치악산둘레길 역시도 갖가지 모양의 이정표가 곳곳에서 길 안내를 해준다.

흘려내린 멋스러운 글씨가 새겨진 리본은 예쁘기만 하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든 건 아닌지 걱정이 드는 가운데 만나게 되는 이정표는 반갑기만 하다.

시종점과 코스의 메인 포인트 아날로그 스탬프와 함께 코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바코드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길 자체의 소담스러운 소경은 물론이고, 길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요소들이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원주 8경의 하나

100년이 넘는 시간 용소막 마을을 지켜온

용소막성당

여정의 평화로운 마을 앞 아담한 성당에서 시작된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106호로 지정된 용소막성당은 풍수원성당, 원주성당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강원도의 성당으로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50년 수명의 짙푸른 느티나무 아래 붉은 벽돌의 성당이 평화롭기만 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유난히 시원했다. 잠시 앉아 나아갈 길을 체크하고 일어나려는데 엉덩이가 떨어지질 않는다. 그만큼 편안했다.

길의 종점이 아니라 시점이라서 아쉽다. 결국, 끝나고 다시 찾기로 하고 우선을 길을 나서본다.

 



풍성한 가을을 맞이한 전원마을을 거닐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준다.

 

 

 




곧이어 평화로운 전원풍경이 펼쳐졌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엔 금빛 들판이 풍성했다.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를 정도로 들판 가득 누렇게 익은 벼들이 자라 있었고, 곳곳에 온갖 작물들이 탐스러웠다.

지극히 흔한 농작물이지만, 마트가 아닌 들판에서 만나니 그렇게 특별할 수가 없었다.

길게 늘어진 옥수수의 수염이 감성을 자극했다.

붉게 물든 고추는 멀리서도 매운 냄새가 풍겨왔다.

 

 

 


이름 모를 하천이 있는 들판을 지나면 이내 곧 용소막마을이다. '용소막'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어떻게 봐야 용의 형상으로 보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상하게도 그 이름이 정겹기만 하다.

마을 어귀에 세워진 비목도 그랬다. 시골 고향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곳곳에서 가을이 손짓을 했다.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

짙은 녹음이 우거진

구학산 숲길에서 힐링하다

 

용소막마을을 지나 한국사 방면으로 꺾으면 곧 구학산(982.9m)으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둘레길이 시작된다.

전체 코스 중에서는 가장 높은 난이도로 약 20분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딱 20분이다. 이 고개만 넘으면 다시 완만한 숲길이 이어진다.



땀이 나려고 할 때쯤, 눈앞으로는 평화로운 전원마을의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새하얀 솜사탕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파란 하늘 아래, 풍성하게 여문 금빛 들판이 유난히 고왔다.

가로 잰 듯 네모 반듯하게 구획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갓 정오를 지났을 무렵이라 볕은 따가웠지만 솔나무 향을 머금은 바람은 시원하기만 했다.

누구나 발길을 세우고 전망을 감상할 수밖에 없는 그곳엔 기념 스탬프가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치악산 깊은 산속이다.

울창한 숲이 만드는 시원한 그늘이 반가웠다.

그 속에서 온갖 수목들이 짙푸른 녹음을 자랑했다.

따스한 볕을 받은 잎사귀는 반짝반짝 빛을 품었다.

그 아래로 오솔길이 이어졌다. 좁다란 폭의 오솔길은 둘이서 나란하게 걷기에 딱 좋은 폭이었다.

한 발 한 발걸음 때마다 잎사귀가 밟히는 소리가 조용한 숲길에 울려 퍼졌다.

 

 

 

똑같은 모습의 숲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양한 생명들이 숨 쉬고 있었다.

색(色)도 저마다 다르고 특이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숲과 묘하게 어우러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

나무와 흙에서 자라나고 있는 이름 모를 버섯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이 독버섯일 테지만 반갑기만 했다.

하나하나 찾을 때마다 보물을 찾은 것 마냥 소리를 질러댔다.

 

숲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녹음이 짙어졌다.

노랑과 연녹에서 자연의 색같지 않은 청록까지 다채로웠다.

크고 작은 바위에 잔뜩 들러붙은 이끼가 유난히 짙푸르렀다.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이끼는 때묻지 않은 자연이 생생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바위 가득 들러붙게 되려면 몇 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고 했다. 짙은 이끼 숲을 지날 때면 태고의 자연숲을 거니는 기분마저 들었다.

덕분에 눈이 즐겁고 편안해졌다. 이토록 짙은 녹음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때로는 넓게 때로는 좁게 숲의 생명과 색을 관찰하며 즐겼다.
 

숲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샌가 중반을 지나치고 있었다.

 


갈지를 그리다가도 어느샌가 오르막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그러고는 소담스러운 쉼터가 나왔다.

숲에 빠져들어 앞만 보고 걷다 보니 숨이 차올랐는데 너무나 좋은 타이밍이었다.

쉼터를 만든 사람이 이런 것마저 더 고려 했나 싶었다. 잠시 짐을 풀고 앉아 이온음료를 꺼내들었다.

꿀꺽 꿀꺽 단 번에 반병을 비웠다. 모자를 벗으니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가득이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이 순간이 좋기만 했다.


빼꼼히 목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가 정말로 거북이를 닮아 보였다.

'거북바우는 대체 어디 있는 걸까?'라며 걷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다.

먼저 소리를 친 건 함께했던 지인이었다. 아무래도 내 눈에 거북의 형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확실히 거북이 맞댄다.

혹시나 해서 바위를 지나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거북의 형상이 선명해졌다. 보물을 찾은 것 마냥 환희와 함께 종점 도착의 성취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처음에는 거북바우까지만 찍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계획이었지만, 이정표를 살펴보니 돌아가는 길이나 나아가는 길이나 길이가 비슷했다.

이왕이면 새로운 보지 못한 길을 만나게 좋을 듯해서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가면 갈수록 더욱 잘 정비된 숲길이 나타났다.

이제는 완전히 예열을 끝낸 몸도 가볍긴만 했다.

거북바우 이전의 발걸음과는 또 다른 가벼운 발걸음으로 슝슝 길을 지나쳤다.
 

중반에 구학산둘레길 이정표가 나오는데 치악산둘레길과는 다른 방향이니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자.

 

 

 


숲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앞서 구학산 입구에서 봤던 아치문을 다시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구학산길이 끝나고 마을길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서 구학마을까지는 콘크리트 내리막길을 따라 약 30분을 더 걸어야 한다.

바스락바스락 잎사귀가 밟혀들던 숲길이 아닌 콘크리트길은 확실히 걷는 맛이 덜했다. 그래도 이제 곧 한 걸음이라 힘을 내어본다.
 




시골마을에서의 정겨운 만남

그리고, 다시 용소막성당으로


구학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용소막성당까지 걸어왔다.

구학산 숲길을 따라 걸을 때는 그렇게 먼 거리였는데 도로변을 따라 걷다 보니 금방이었다.

사실, 구학마을에서 택시를 탈까 하고 마을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여기 코앞에 있는데 얼어 죽을 택시'냐며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

'젊은 사람이 그것도 못 걸어!! 여 길 따라 쭉 걸어가면 금방이여'. 카랑카랑한 호통소리가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생전 할머니의 모습이 똑같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문득 떠오르는 할머니 생각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길이 처음이라 먼 길인 줄 알았어요~' 한껏 아양을 피우고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등을 돌렸다.

 


그렇게 용소막성당까지 걸어왔다.

할머니 말씀대로 정말로 멀지 않았다.

구학산 산길을 따라서는 3시간이 넘게 소요됐는데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20분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다시 만난 용소막성당은 어두워진 하늘로 또 다른 분위기를 내뿜었다. 분명 같은 성당인데 낮에 봤던 평화로운 모습이 아닌 애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적막한 곳에 홀로 떡하니 서서 우리를 기다렸구나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질 때까지 조금 더 상당히 머물며 성당을 보듬어 안아보기로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인 역사적인 이야기를 떠나 성당 그 자체만으로도 예뻤다.

여정의 마지막을 끝내기에도 무척이나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다. 성당 뒤편에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는 작은 소망을 빌었다.

'이 여정이 무사히 끝나길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길' 언제나 같은 소망이다.

곧이어 완전히 어스름해지고 성당 너머로 노을빛이 더해졌다. 다시 돌아왔을 때 느껴졌던 애절함이 이제는 포근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치악산 둘레길을 떠나는 발길도 포근해졌다.

   ▶︎걷는 시간 : 약 3시간 30분

   ▶︎거리: 11.4km

   ▶코스 타입: 순환형

   ▶︎걷기 순서: 용소막성당 → 용암교(0.7) → 시무나무 보호수(0.9) → 탑골교(1.3) → 한국사 입구(1.6) → 구학전망대(2.6) → 자작골삼거리(3.8) → 보릿고개밭두렁(4.9) →
                  벤치쉼터(5.3) → 구학정(6.0) → 거북바우(6.1) → 큰골사방댐(7.1) → 구학산주차장(7.9) → 사방댐(8.7) → 삼거리(좌측)(10.2) → 구학경로당(10.5) → 방학동정류장(10.7) → 석동종점(11.4)

   ▶︎코스 난이도: 보통

   ▶︎ 대중교통: 대중교통 이용시 마을버스 시간 확인필수(원주시 고속, 시외, 시내버스 : 033-737-4773)

               - 원주시 브랜드콜택시(033-766-5000) /

                 원주시 산림과(033-737-3072) /

                 걷기여행길 안내센터(033-762-2080)

▶︎ 화장실 및 매점: 화장실(용소막성당) 1개소 / 구간 내 상점 및 식당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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